42세 인도계 리시 수 낵 전 재무장관이 영국의 57대 총리로 선출됐다.

그는 당선 후 연설에서 경제위기를 경고하고 통합과 안정을 강조했다.

영국 보수당 대표 겸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한 후보 등록 마감일인 24일(현지시간) 마지막 남은 경쟁자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리시 수낵 전 장관은 단독 후보로서 총리 선출을 확정 지었다.

리즈 트러스 총리가 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한 지 나흘 만이다.

보수당 선거를 주관하는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은 의회에서 후보 한 명만 출마했다면서 수낵 당선을 선언했다. 현장에 모인 의원들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모돈트 대표는 이날 후보등록 마감인 오후 2시 직전에 자격요건인 지지의원 100명을 채우지 못했다고 밝히고 수낵 내정자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미 전날 밤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먼저 총리직에 재도전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수낵의 당선은 유력해졌다.

수낵 총리 내정자는 찰스 3세 국왕을 버킹엄궁에서 알현한 뒤 정식 취임한다. 총리실은 "날짜는 미정이지만 오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과 나라를 한데 모으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라며 "이것이 도전을 극복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번창한 미래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리가 되는 것은 인생 최대 영광이고 특권"이라며 "진실하고 겸손하게, 또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수낵 내정자는 영국 첫 비백인이자 취임 당시 44세였던 데이비드 캐머런, 토니 블레어 전 총리보다도 어린 나이에 총리직에 오르게 됐다.

역사상 210년 만에 최연소다.

리시 수낵 영국 보수당 신임 당 대표 및 총리 내정자
리시 수낵 영국 보수당 신임 당 대표 및 총리 내정자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는 영국 첫 힌두교도 총리이기도 하다. 부인은 인도 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이다.

수낵 내정자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금융인 출신이다.

명문 사립고를 나와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경제(PPE)를 공부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했다. 이후 금융가에서 일하다가 2015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했으며 테리사 메이 내각에서 첫 정부 직책을 맡았고 2020년 2월엔 존슨 내각의 재무장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코로나19 때 유급휴직 제도 등으로 과감하게 지원해 경제 사회 충격을 상당히 흡수했다는 호평을 받고 차기 총리 주자로 도약했다.

수낵 내정자는 일단 트러스 총리가 남긴 후유증을 수습해야 한다. 트러스 총리는 50년 만에 최대규모 감세안으로 금융시장을 뒤흔든 뒤 이를 번복, 혼란을 초래한 끝에 민심 이반을 야기하며 결국 최단명 총리 불명예를 안고 퇴진했다.

수낵 내정자는 또한 분열된 보수당을 통합하고 재건해서 2024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존슨·트러스 내각을 거치면서 보수당은 지지율이 노동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집권 1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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