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 타고 활짝 핀 함평 국화 향기 만낏
장성 황룡강변 따라 수십억송이가을꽃 만개
장흥 억새·나주 핑크뮬리 장관 황홀경 빠져
동화같은 묘한 매력 해남 ‘팜파스그라스’눈길

 

형형색색 국화 향연 속으로
‘2022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고 있는 함평엑스포공원. 올해 국향대전은 ‘함평국화, K-문화를 담다’를 주제로 대면 체험행사를 대폭 확대해 오는 11월 6일까지 열린다. 특히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담긴 경복궁 근정전을 모티브로 한 대형 국화조형물이 나들이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갈수록 추워져만 가는 겨울 길목에서 만나는 가을. 그래서인지 가을이란 단어가 떠오를때면 왠지 모를 쓸쓸함만이 가득해진다.

내가 스스로 만든 인생이란 한 공간속에 가을이란 놈이 조심스레 나를 찾아와 가만히 있는 내 마음을 뒤흔들때면 가을이 밉고 싫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헛헛해진 마음이 갑자기 요동칠 무렵.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찌 그리 내 모습과 비슷한지 반갑기 그지없다.

하루하루 정해진 삶의 시간속에 걸어만 갈 뿐인데도 이 꽃들은 언제나처럼 비슷한 시간과 장소에서 나를 찾아와 손인사를 건넨다.

대가도 없고, 목적도 없는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인사를 해주는 꽃들이 그저 고맙고 미안하다. 오직 일상에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나의 쓰라린 마음속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고선 말없이 사라지기를 반복해서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헤어지더라도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또 다시 나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가을이란 다리를 건너 만나는 꽃들은 그저 내가 건넨 눈인사 정도만 해도 서운해 하진 않을 속깊은 친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다.

<편집자주>

◇가을 정취 만끽 함평 국화의 향연

가을이 되면 어딘가 익숙한 국화의 향기가 스머스멀 내 콧끝을 자극한다.

자연스레 향기의 끝자락을 찾아 가면 나오는 곳이 전남 함평이다.

이달 21일부터 진행되는 ‘대한민국 국향대전’은 짙어가는 가을의 향기를 더욱 진하게 낼 전망이다.

지난 2004년 가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국향대전’은 그 역사만큼이나 추억과 감동이 서린 곳이다.

‘국화 전시 (국화 조형물 전시·분재 180점 전시·국화동호회 작품관 196점 전시)’, ‘전시공간 연출 (자연 생태관 등)’ 문화 예술 공연 (청소년 프린지 페스티벌 등 )체험, 풀피리 연주·방향제 만들기 등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짙어가는 가을을 온전히 만끽할 수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행사의 주제가 ‘함평 국화, K-문화를 담다’인 만큼 이색적인 볼거리가 다양하게 준비됐다.

우선 이번 축제에선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담긴 경복궁 ‘근정전’을 모티브로 한 대형 조형물이 중앙광장에 설치된다.

한복을 연상케 하는 포토존도 곳곳에 마련됐다.

오는 29일에는 60년 전통의 체코 ‘세베라첵 합창단’의 축하공연이 열리며, 축제기간 중 토요일마다 형형색색의 조명장비가 탑재된 400대의 드론 라이트쇼도 마련돼 있다.
 

장성 황룡강변 물들인 가을꽃
전남 장성군 황룡강변에서 나들이객들이 코스모스와 백일홍 천일홍 등이 만발한 꽃길을 거닐며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최근 장성 황룡강에서 열린 가을꽃축제에 많은 인파들이 방문해 활짝 핀 다양한 꽃들을 감상하고 있다. /장성군 제공
장성 황룡강에 설치된 플라워터널 야경이 새로운 명소로 새롭게 부상 중이다. /장성군 제공

◇장성 황룡강변에 핀 형형색색 꽃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는 해질녘. 어두어진 시간만큼이나 짙어가는 장성 황룡강 주변 넘어 넘실대는 가을꽃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3.2㎞ 강변길을 따라 펼쳐지는 가을꽃들이 설명하기 힘든 감동을 선사한다.

코스모스, 백일홍 등 가을 대표 주자들부터 메밀꽃 등 형형색색 꽃들이 자신들의 멋스러움을 한껏 자랑한다.

최근 축제가 마무리되면서 수십만의 사람들이 찾는 화려함은 사라졌지만 나름 조용한 분위기를 만낏 하는 여유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꽤 매력적이다.

강을 따라 조성된 수십억 꽃무리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사진한장 찍으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꺼리 하나도 덩달아 생긴다.

특히 맑은 태양아래 노란색 옷을 한껏 껴 입은 해바라기 꽃들의 자태를 보고 있으면 꽉 막힌 마음 한켠이 뻥 뚫린다.
 

장흥 천관산 가을억새를 만끽하기 위해 탐방객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장흥군 제공
많은 방문객들이 천관산 억새 군락지에서 펼쳐지는 가을 정취를 느끼기 위해 산행을 하고 있다. /장흥군 제공

◇바람따라 흘러가는 장흥 억새

한창 가을이 여물어 가는 이 시기 장흥 천관산 억새군락이 천혜의 절경을 뽑낸다.

햇볕이 비치는 방향, 바람이 부는 각도에 따라 때론 하얗게, 또 때론 잿빛으로 그 얼굴색을 바꾸는 억새는 마치 고비고비마다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는 굴곡직 인생사를 이야기 하는 듯 하다.

화려함으로 치장한 단풍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소박함으로 또 다른 의미의 감동을 선사한다.

가장 보기 좋은 흰색은 태양과 억새가 45도 이하를 이루며 역광을 받을 때다.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에 태양을 안고 바라보면 그 모습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소슬바람에 일렁이는 억새 물결에 몸을 한번 담궈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나주국립박물관 뒷편에 조성된 핑크뮬리 군락지가 가을 바람 속에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나주국립박물관에 조성된 핑크뮬리 군락지 안에 들어가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연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나주 고분 사이 핀 핑크뮬리

서둘러 떠나가는 가을을 쫓아 나주시 13번 국도 남쪽을 향해가다 보면 만나는 곳이 나주 반남고분군이다.

독무덤이라는 독특한 묘제를 가진 반남 고분군은 영산강 유역에 독자적인 세력을 가진 집단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소중한 문화 유산이다.

반남고분군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나주국립박물관 뒷편으로 가면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한다.

핑크색 물결로 자신을 색칠한 핑크뮬리밭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분홍 억새라고도 불리는 핑크뮬리는 가을에 분홍과 자주색의 꽃을 피우는데 일명 인생샷을 만드는 사진 배경으로 각광받고 있다.

박물관 산책로 사이로 만개한 핑크뮬리는 한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아름다움을 꿋꿋하게 지켜낸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나도모르게 핑크뮬리 사이를 뛰어다니다 보면 어느덧 떠나가려던 가을도 잠시 멈추게 된다.

1천년전 시간에 멈춘 고분군과 핑크뮬리. 그 미묘한 시간의 흐름이 주는 황홀경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나온다.

 

 

 

해남4est 수목원을 방문한 방문객들이 팜파스그라스를 배경삼아 지나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해남군 제공
해남4est 수목원에 조성된 팜파스그라스와 핑크뮬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고 있다. /해남군 제공

◇가을 재촉 하는 해남4est 수목원

특별한 것에 취해보고 싶다면 해남을 추천한다.

깊어가는 가을, 해남군 현산면의 4est(포레스트)수목원에 팜파스그라스가 만개해 동화같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서다.

키가 3m까지 자라는 팜파스그라스는 맑은 가을하늘과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50여 품종으로 조성된 팜파스그라스 정원은 이 무렵 풍성한 꽃을 피우며 가을바람에 나부끼는 장관을 연출한다.

서양의 억새로 불리는 팜파스그라스는 키가 크고 꽃이 탐스러운 벼과 식물로 뉴질랜드, 뉴기니, 남미 등에서 주로 서식한다.

그래서인지 땅끝 해남에서 보는 팜파스그라스는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담소도 나누면서 지나가는 가을 또 나의 추억을 쌓아보길 바란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