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주필)

오치남 남도일보 주필

올해 마지막 ‘우다방 편지’ 쓰기가 두렵고 착잡하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 자랑스런 일보다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 더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너지공대 개교(3월 2일),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누리호 발사 성공(6월 21일), 57년 만에 무등산 정상 내년 9월 상시 개방 합의 등 역사에 남을 쾌거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사상 최악의 사태와 악재가 터져 2022년은 역사에 ‘불행한 해’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국 대학교수들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가 방증해 주고 있다.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0.9%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과이불개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는 “우리나라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을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올 한 해 국가와 지역을 이끌 지도자 탄생을 기대했다. 그럼에도 탁월한 리더십은 너무 먼 나라 이야기다. 광주·전남도 우울한 한 해였다. 새해 벽두부터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현대 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 참사가 발생했다. 노동자 6명이 숨진 이 참사는 무리한 공사와 총체적 부실이 부른 후진국형 인재(人災)였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4구역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 발생 7개월 만에 터져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2월 들어 여수산단 여천NCC 3공장 폭발로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등 건설·산업 현장에서 대형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3·9 대선을 거쳐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시장경제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재건”을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평이 우세하다. 윤 정부 초대 내각에 광주·전남 출신이 단 1명도 포함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

이어 6·1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8기가 출범했으나 여전히 우리 지역에서 참신한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 싹쓸이와 무투표 당선인 양산이란 고질적 병폐만 확인해줬다. 게다가 광주지역 투표율이 37.7%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대선 이후 “0.73%p 차이로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만한데다 지방선거 경선 잡음 논란 등에도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로 친명·비명 계파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 호남정치 실종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10월은 대한민국 최악의 비극을 낳은 달이었다. 15일 ‘국민의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일상 불통으로 이어져 국민 분통을 샀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데이 압사 사고는 광주·전남 연고자 9명을 포함해 158명의 꽃다운 생명을 앗아갔다. 2014년 4월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이후 최대 규모다. 10·29참사로 생때같은 아들과 딸을 잃은 부모들은 아직도 자식을 가슴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고 있으나 관계 당국의 진정한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거듭된 거짓과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자괴감마저 들고 있다.

사상 최악의 비극과 함께 맞은 전남 농가의 가을 수확철은 절망의 시기였다.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건비와 비료대, 농약값, 농자재 가격이 치솟아 생산비조차 건지기 힘든 상황이다. 농민뿐만 아니라 어민과 수산·축산·원예 농가, 서민들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로 ‘고통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겪은 경제적·정신적 고통은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광주복합쇼핑몰 건립 대선 쟁점화, 초등학생 일가족 3명 완도 송곡항서 주검으로 인양, 광주 대동고 중간·기말고사 답안지 유출 파문, 화물연대 총파업, 광주·전남 제한급수 위기, 전남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등도 우리를 아프게 했다.

17년 만의 최대 폭설과 세밑 한파로 마무리되는 2022년이 더 아리고 시리다. 이처럼 사상 최악의 사태와 악재들을 종합적으로 되짚어 본 것은 두 번 다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염원에서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엔 꿈과 희망으로 가득찬 한 해가 되길 ‘우다방 편지’에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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