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곳곳 매화꽃 수놓인 순천 탐매마을
고즈넉한 사찰서 핀 300년 수령 송광매
전국 서 가장 빠른 봄, 광양 소학정 마을
울긋불긋 맺힌 꽃 봉오리 향긋함에 ‘흠뻑’

 

시민들이 전남 순천시 탐매마을 벽화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바야흐로 봄이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에 이어 우수도 지났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경칩을 앞두고 전남 광양과 순천에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매실나무의 꽃인 매화는 소나무ㆍ대나무와 함께 엄동설한을 이겨내는 세 벗 가운데 하나로, 군자의 지절을 상징한다. 매화는 ‘선비의 꽃’으로도 불린다. 선조들은 이 매화를 소재로 많은 시와 글, 그림을 남기고 고결함을 노래했다. 이번주 남도스페셜에서는 입춘을 맞아 꽃망울을 터트린 매화나무 명소들을 소개한다.

탐매마을에 마련된 포토존.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순천시 매곡동 탐매마을…도심 속 매화

지난 14일 찾은 전남 순천시 매곡동 탐매마을은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붉은 매화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따사로운 햇살 머금은 매화는 은은한 향기를 봄바람에 실어 날랐다. 집마다 걸린 문패와 벽, 우편함과 헌 옷 수거함에도 매화가 만발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홍매화가 그려진 벽화길을 따라 여유롭게 골목길을 거닐면서 발걸음마다 울긋불긋 맺힌 꽃봉오리를 사진기에 담느라 분주했다.

순천시 매곡동 웃장 맞은편에 위치한 탐매마을은 홍매화를 감상할 수 있는 떠오르는 명소다.

탐매마을은 지난 2005년부터 매곡동 주민자치위원회가 ‘홍매골 홍매화 가꾸기 사업’을 시작해 가꾼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역 주민들이 홍매화를 직접 심고, 마을 미술 프로젝트로 골목길과 담장, 건물 벽 등을 붉은 매화꽃으로 장식했다.

마을 안에 위치한 탐매희망센터는 곳곳에 매화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마을 탐방객들의 촬영 명소로 꼽힌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마을 안에 위치한 탐매희망센터는 곳곳에 매화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마을 탐방객들의 촬영 명소로 꼽힌다. 센터 1층은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 공원 관람 후 매실차 한잔의 여유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직접 담근 매실청으로 만든 차는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센터 뒤쪽의 하얀색 계단에 그려진 홍매화를 감상하면서 오르다 보면 매화 조형물과 매실 벽화가 예쁘게 그려진 ‘탐매정원’을 만날 수 있다.

얇게 썬 머리 고기가 듬뿍 들어간 웃장 국밥.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탐매마을을 거닐다 출출해지면 인근 웃장에서 국밥 한 그릇을 하는 것도 좋다. 찬바람이 여전한 지금, 얇게 썬 머리 고기가 듬뿍 들어간 국밥 한 그릇으로 또 다른 여유를 만끽해보자.

선암사는 수령이 350~650년인 매화나무 50그루가 있다. 사진은 선암사 백매화. /순천시 제공

◇사찰서 핀 300년 수령 송광매·선암매

순천 시내에서 30분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송광사는 매화가 많이 피기로 유명하다. 특히 대운보전 앞 송광매는 수령이 300년이 훌쩍 넘었다. 나무는 바닥에서 다섯 가지로 뻗어 올랐다. 호사가들은 이를 보고 오지벽매(五枝碧梅)라 부르기도 한다. 아직 송광매는 꽃이 만개하지 않았지만, 3월 초에 방문한다면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 백매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고즈넉한 사찰 마당의 오래된 나무에서 핀 매화는 고상하고 우아한 멋이 있다.

송광사 대웅보전 앞에 심어진 300년 수령의 송광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또 송광사는 대중들을 위한 템플스테이도 운영하고 있어 힐링 장소로도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송광사에서 멀지 않은 선암사는 수령이 350~650년인 매화나무 50그루가 있다. 이들 선암매 중 흰 매화 한 그루와 분홍 매화 한 그루는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돼 있다. 3월 중순부터 핀 백매화가 떨어지면, 4월엔 홍매가 꽃망울을 터트려 끊임없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봄기운 찾아든 섬진강 매화
전남 광양 다압면 소학정마을 입구에 매화꽃 활짝 피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소학정마을 매화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꽃이 핀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전국서 가장먼저 꽃 피우는 광양 소학정

광양 다압면 소학정마을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매화꽃을 피우는 마을로 알려져 있다. 마을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매화나무에 은은한 백매화가 하나둘씩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인근 쉼터에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다’ 라는 문구가 적힌 포토존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학정마을에서 900m 정도 더 내려가면 농가 마당에 홍매가 울긋불긋 피어나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섬진강 물빛에 실린 매화향이 마을을 휘감는다.

특히 섬진강변의 명물인 청매실농원은 매실 명인인 홍쌍리 여사가 40여년 동안 백운산 산비탈 12만 평을 일군 농원으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매화꽃을 자랑한다. 입구에서부터 청매화, 백매화, 홍매화가 소담스러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렇듯 매화천국인 섬진강 매화마을에서는 내달 10일 그동안 코로나로 취소됐었던 매화축제가 4년만에 열린다. ‘광양은 봄, 다시 만나는 매화’라는 축제슬로건으로 제22회 광양매화축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완벽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 구례 화엄사의 홍매화는 빛깔이 진해 검게 보여 ‘흑매’로 불린다. /구례군 제공

◇매력적인 진한 빛깔 구례 화엄사 ‘흑매’

전남 구례 화엄사의 각황전 옆 홍매화는 빛깔이 진해 검게 보여 ‘흑매’로 불린다. 수령은 약 300년이 됐다. 흔히 홍매화는 이름과 달리 연분홍색을 띠는 것이 대부분이다. 빨간색의 매화도 있지만, 꽃잎이 첩첩이 겹쳐진 개량종이다.

하지만 화엄사의 매화는 다르다. 여느 매화처럼 다섯개 꽃잎의 정갈한 모습이되 꽃잎은 피처럼 붉다. 그 어느 곳에서도 만나보지 못한 색감이다. 화엄사 흑매는 각황전 역사와 함께 화엄사의 상징이자 지리산국립공원의 자랑이다.

이와 함께 화엄사 경내 길상암 앞 급경사지 대나무 숲 속에서 핀 매화도 볼거리다. 이 매화는 사람이나 동물이 먹고 버린 씨앗이 자연스럽게 싹을 틔워서 자란 나무로 들매화라고 부른다. 수령은 250~300년으로 추정된다. 들매화의 꽃과 열매 는 향기가 강한 품종으로 학술적 가치가 있는 수종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화엄사에서는 매화 꽃이 만발한 3월 26일께 ‘홍매화·들매화 휴대폰 카메라 사진 콘테스트’를 개최한다. 봄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아올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국민들에게 위로를 선사하고자 행사를 개최, 코로나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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