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해소 못해 울체돼 화 쌓여 발생
가슴 답답함·두근거림 등 증상 동반
간 기운 소통·한약 통해 심신안정 치료

 

김종환 한음한방신경정신과한의원 광주 수완점 원장이 내원한 환자를 상대로 진맥을 하고 있다. / 한음한방신경정신과한의원 제공

우울증의 한 분류이면서 우리나라 특유의 사회적 문화로 생기는 질환이 있다. 화병에 관한 이야기다. 화병은 대표적인 문화 관련 증후군(culture-bound syndrome)으로 한반도의 독특한 한(恨)의 정서에서 기인한다. 현 시대에 보편적으로 불리는 우울증과 다르게 유난히 정신적인 고통이 신체화돼 나타나는 한국 고유한 증후군과도 같은 질환이다. 김종환 한음한방신경정신과한의원 광주 수완점 원장의 도움으로 화병에 관해 알아본다.

◇정의

화병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분노, 억울, 한(恨)과 같은 감정이 해소되지 못한 채 쌓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화(火)가 되어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화병은 다른 말로는 울화(鬱火)병이라고도 하는데, 울(鬱)은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고 울체돼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화가 쌓여있는 형국을 빗댄 것이다.

화병은 MRI, 심장 검사, 신경전도 검사와 같은 기계적인 검사를 통해서 진단하는 질환이 아니다. 그렇기에 개인의 병력 청취를 통해 증상 양상을 확인하고, 개인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증상 간의 관련성이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된 스트레스로는 남편, 시부모와의 갈등, 생활고, 재정적 손실 등이 있는데 스트레스 자극이 해소되지 못하고 쌓이기만 한다면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우리 몸의 반응으로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신체 증상이 생겨 괴로움을 겪게 된다.

◇증상

화병을 파악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신체 증상은 ▲ 가슴의 답답함 ▲ 열감 ▲ 치밀어 오르는 느낌 ▲ 목이나 명치에 덩어리가 뭉친 느낌이 있다.

심리 증상으론 ▲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낌 ▲ 마음의 응어리나 한이 있다. 이 같은 증상들 이외에도 ▲ 입이 마르는 증상 ▲ 두통이나 어지러움 ▲ 불면 양상 ▲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 사소한 일에 분노가 치미는 증상 ▲ 삶이 허무다거나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껴지는 기분 등도 화병을 가늠할 수 있는 것들이다. 병명 속의 화(火)라는 글자가 말해주듯 대부분의 증상이 치밀어 오르고, 열이 나고, 입이 마르는 등 불을 연상케 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화병이 나타나면 신체 심리적 증상으로 힘든 것 뿐 아니라 사회적 기능 또한 저하된다. 대인관계나 업무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상 전반에 걸쳐 불편감이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

예전에는 40~50대의 중년 여성, 그 중 전업 주부들 가운데서 화병이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요즘같이 스트레스가 범람하는 시대에서는 분노나 억울한 감정에 대해 누구 하나 예외일 수 없다. 점점 발생하는 나이도 낮아지고 있으며 남성들 또한 화병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화병이 일어나는 우리 몸의 상태에 대해 간의 기운이 막힌 상태인 간기울결(肝氣鬱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화를 통제하는 능력이 줄어들게 된 상태인 심신불교(心腎不交), 오랫동안 억제하고 누적된 감정이 화로 발전한 상태인 울구화화(鬱久化火) 등으로 보고 치료한다.

침, 한약 치료, 명상 요법 등을 통해 막힌 간의 기운을 소통시키고, 허한 부분이 있다면 채워 심신을 안정시키는 방식을 통해 증상을 해결한다.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됐더라도 호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주변 사람들의 심리적인 지지도 중요하고 심리 치료를 통해 자신의 증상과 대면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잘 이뤄질 수 있다면 증상을 조절하기 한결 수월해지게 된다.

김종환 원장은 “화병은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인 가족 형태를 보인 한반도 문화와 분노를 억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생활 습관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며 “참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화병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불안 장애 등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감을 느낀다면 지체없이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글/ 김종환 한음한방신경정신과한의원 광주 수완점 원장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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