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탈취효과 뛰어난 ‘숨쉬는 그릇’
‘옹기장이 외길’ 전남무형문화재 이학수 대표
전통방식 고집하며 9대 300년 가업 계승
쌀독·학독·꽃병 등 생활·전통옹기 빚어

 

전남 무형문화재 제37호 미력옹기 이학수 옹기장이 보성군 미력면 작업실에서 ‘쳇바퀴 타래 기법’으로 항아리를 제작하고 있다.

지역 토종 자본으로 오랜 기간 지역민들과 함께 해 온 향토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속된 경기불황과 대기업 진출 등의 여파로 경영난이 심화돼서다. 플라스틱 용기나 냉장고의 등장으로 인해 전통옹기 업체들도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렇듯 세월의 무상함에도 9대에 걸쳐 300년 넘는 세월을 가업으로 이어가며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다.

전남무형문화재(제37호), 전 주요문화재 제96호 옹기장 ‘미력옹기’ 이학수(67)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전남 보성군 미력면 도개리에 자리한 ‘미력옹기’는 8대 옹기장이인 부친 이옥동 옹과 그의 동생 이래원 옹의 뒤를 이어 이 대표가 9대째 옹기장이 외길을 걸어오고 있다.
 

9대에 걸쳐 300년 넘는 세월을 가업으로 이어가며 전통방식으로 빚어진 미력옹기

이 대표가 만들어 내는 미력옹기는 일반 옹기처럼 유약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에서 채취한 부엽토와 풀과 나무를 태워 만든 잿물을 발라 통기성은 물론 소독과 탈취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 등과 달리 옹기 안팎의 공기가 통하면서 물이나 음식이 썩는 것을 막아 줘 음식물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력옹기는 전통 방식으로 옹기를 빚는다.

이 대표가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데는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것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옹기만의 고유한 기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보성의 전통기법인 채바퀴 타래 기법을 사용해 때려서 만들고 잿물에 담가 구워내므로 인체에 무해하고 바이오 효과가 극대화된 옹기를 느낄 수 있다.
 

9대에 걸쳐 300년 넘는 세월을 가업으로 이어가며 전통방식으로 빚어진 미력옹기

미력옹기의 대표 제품군은 크게 ‘생활옹기’와 ‘전통옹기’ 두가지로 나뉜다. 생활옹기는 옹기쌀독·정화수독(10·20㎏), 동이대신, 동이방통이, 옴박지알, 수저통, 투가리, 학독 등이 있다. 전통옹기는 촛병, 식혜단지, 좀도리형화병, 입넓은간장병, 유등, 병아리물병1호, 옴박지, 수박단지, 한송이화병, 곤쟁이독 등이 있다.

이 대표는 “어릴 적 부모님이 독 짓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우리것에 대한 애착이 유독 강했던 것은 제게 선조들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며 “이런 끼와 정신이 피와 살을 깎는 혼신의 힘으로 지금의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옹기는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 온 몸으로 숨을 쉬며, 깨졌다고 해도 죽었다고 말할 수 없어 생명의 원천인 흙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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