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에 ‘줄맞춘’ 검정사각…잠자리와 ‘엇비슷’
노박덩굴을 먹이로…색깔 뚜렷 ‘눈에 띄어’
실로 잎을 엮거나 접어 광택나는 번데기화
12일 정도면 우화…날개 펴면 잠자리 닮아

노박덩굴, 어린잎은 나물·수피는 밧줄 사용
관절염 등 신경성 치료약 성분 함유 ‘각광’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된 듯 하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뜨면 가까운 산이라도 가려다 포기하곤 하는데 해가 쨍하게 뜨는 경우도 많고, 흐리기만 하다 해서 나서면 외려 비가 오는 일이 흔하다. 지난 일요일도 비 소식이 있어 망설이다가 숲해설가 후배와 함께 천안에 있는 광덕산을 찾았다. 숲은 녹음으로 무성하다. 여기 저기 먹은 흔적이 있는 오래된 잎들이 있지만, 연하고 부드러운 새잎도 햇살을 찾아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식흔이 보이긴 하지만 애벌레 찾기는 여전히 어렵다.

 

노박덩굴(2021년 1월 26일, 북악산)
노박덩굴(2021년 1월 26일, 북악산)
노박덩굴(2015년 10월 3일, 백마산)
노박덩굴(2015년 10월 3일, 백마산)
노박덩굴 수피(2018년 2월 25일, 태청산)
노박덩굴 수피(2018년 2월 25일, 태청산)

숲에 들어가 보면 수많은 나무들이 살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나무의 종류를 유심히 살펴보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종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다양한 종들이 서석하는 곳을 찾는다. 조금이라도 다양한 애벌레를 만나기 위해서다. 2023년 5월 8일, 맑은 날이면 한양이 보인다는 망경산을 찾았다. 광덕산에서 서쪽으로 능선을 따라 가다 보면 망경산을 지나 설화산이 있고 그 끝에 온양온천이 있다. 애벌레가 많은 것 같아 자주 찾는 곳인데 왠지 거의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온 숲을 하얗게 밝히는 괴불나무의 꽃을 보니 마음도 환해진다. 조금 오르니 박쥐나무잎에 반가운 녀석이 보인다. 연노란색 바탕에 검은 사각무늬가 인상적인 애벌레다. 광주인근에서는 자주 보았던 녀석인데 이곳 아산으로 온 후로는 처음 만난 것이다. 잠자리가지나방 애벌레다. 노박덩굴을 먹이식물로 하는 녀석인데 아마도 다른 나무로 이동하는 중이었던 모양이다.

노박덩굴과의 노박덩굴은 갈잎덩굴성나무로 높이는 10m 정도 자란다. 어린 가지는 갈색 또는 잿빛을 띤 갈색이며 노목의 수피는 갈색~회갈색이다. 세 갈래의 노란 껍질이 받치고 있는 붉은 열매는 악세사리 모양으로 멋을 더하고, 어린잎은 나물로 먹으며 수피는 노끈이나 밧줄로 사용하기도 한다. 노박덩굴은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데, 같은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미역줄나무에서 Celestrol이란 성분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항암 및 항산화 작용이 강하고 류마티스성 관절염과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성 퇴행질병, 백혈병 등의 치료약으로 사용되면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에 Celestrol의 효능이 밝혀지면서 노박덩굴과 식물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노박덩굴잎을 먹고 사는 잠자리가지나방 애벌레는 이런 질병에 걸리지 않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2019년 5월 12일, 지리산 뱀사골에서도 잠자리가지나방 애벌레를 만났다. 생김새가 그래서인지 눈에 잘 띈다.

다 자란 애벌레는 실로 잎을 넓게 엮거나 접고 예쁜 광택이 나는 번데기가 되는데 다른 식물로 옮겨가서 번데기가 되는 경우도 많다. 아직 번데기는 관찰하지 못했는데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12일 정도 지나면 우화하는데 잠자리가지나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름에서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날개를 펴고 있으면 잠자리를 닮아서 잠자리가지나방으로 이름을 붙인 모양이 다. 2018년 6월 8일, 장성의 남창골에서 잠자리가지나방을 만났다. 검은바탕에 흰 무늬가 있는데 정말 잠자리를 닮았다. 몸통도 애벌레와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런 나방은 이름을 기억하기 참 좋다. 처음 봤을 때 느낌 그대로 부르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그리 흔지 않은 것 같다. 나방의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국명을 붙일 때 많이 반영이 되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가까운 산 어디를 가도 흔하게 보이는 노박덩굴은 같은 과의 푼지나무와 비슷한데 노박덩굴은 잎자루 밑에 가시가 없지만 푼지나무는 가시가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2018년 2월 25일 장성의 태청산에서 오래된 수령의 노박덩굴을 본 적이 있는데 수피를 보고 같이 간 일행 모두가 적잖이 놀랐다. 이렇게 큰 노박덩굴이 있으리라고 상상치도 못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자연은 신비롭기만 하다. 노박덩굴을 먹는 노박덩굴가지나방은 없을까? 있다.

조만간 노박덩굴가지나방도 소개할 생각이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잠자리가지나방애벌레(2019년 5월 12일, 뱀사골)
잠자리가지나방애벌레(2019년 5월 12일, 뱀사골)
잠자리가지나방(2018년 6월 8일,  남창골)
잠자리가지나방(2018년 6월 8일, 남창골)
잠자리가지나방 애벌레(2023년 5월 8일, 망경산)
잠자리가지나방 애벌레(2023년 5월 8일, 망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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