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남도

전국 어디를 가든, 숲이나 구릉지 또는 인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동과의 인동덩굴이 있다. 반상록덩굴성으로 길이는 4~5m로 자란다. 자세히 살펴보면 줄기는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 가는데 인동(忍冬)은 ‘겨울을 잘 견딘다’는 뜻으로 곤경을 이겨내는 인내와 끈기를 일는다. 꽃말은 ‘헌신적인 사랑’이다.

예로부터 노옹수, 노사등, 좌진등, 수양등, 겨울살이넝쿨, 금은등, 쌍화, 은화등, 능박나무, 다엽화 등으로 불렸다. 특히 초원바닥에서 넝쿨을 뻗으며 자랄 때에는 풀잎같이 보이기 때문에 인동초라고 불리기도 한다.

꽃을 따서 빨면 꿀이 나와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데, 인동덩굴이 꼬여 뻗어가는 모양을 문양으로 형상화한 것이 바로 당초문(唐草紋)이다. 주요 옛 건축물은 물론 벽화 장식에 이르기까지 예부터 무늬 모델로 널리 쓰였다. 고구려 강서대묘의 천장 굄돌과 발해의 도자기 그림을 비롯하여 와당, 백제 무령왕의 관식, 천마총의 둘레에도 역시 인동무늬가 들어 있다.

이런 인동덩굴을 먹고 사는 애벌레가 있다.

2018년 8월 4일, 남원의 산내면 장항리에 사는 후배의 집에서 녀석을 만났다.

마루에 걸터 앉아 있으면 손에 잡힐 듯 반야봉이 눈에 들어온다. 마당에 있는 방풍나물잎에 붙어 있었다. 검정황나꼬리박각시 애벌레다. 한참을 지켜봤지만 방풍나물을 먹지는 않았다. 아마도 먹이를 찾아 지나가는 중이었나 보다. 간밤에 삼겹살을 구어 방풍나물에 싸 먹었는데 녀석도 먹고 싶어 찾아 왔는지도 모르겠다.

검정황나꼬리박각시 애벌레는 언제나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있다. 배 아랫면의 색으로 다른 종과 구분된다. 녀석은 아직 종령이 아니어서 그런지 색이 선명하지는 않다. 배 아랫면과 다리가 검은색으로 눈에 띈다. 6~8월에 활동하니 인동덩굴에서 한번 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느 박각시 애벌레처럼 꼬리가 있어 박각시 애벌레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크기도 45㎜정도니 눈에 잘 띈다. 다 자란 애벌레는 흙을 조금 파서 구덩이를 만들고 그 위에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된다. 22일 정도 지나면 우화한다.

애벌레도 멋있고 어른벌레도 멋진 검정황나꼬리박각시를 이제야 소개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낮에 꿀을 빨러 꽃에 잘 날아 오는데 아직 녀석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지인들에게 부탁하여 어른벌레 사진을 구할 수 있었겠지만 것도 참 미안한 일이다. 간절히 바라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2023년 8월 9일, 아산시 영인면에서 검정황나꼬리박각시를 만났다.

근무하던 곳 식당에서 식사하고 내려 오는데 뭔가가 눈에 들어온다. 항상 가지고 다니던 카메라는 사무실에 있어 휴대폰으로 담았다. 박각시 종류는 맞는데 이름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집에 와 확인해 보니 검정황나꼬리박각시다. 날개 중앙이 투명하고, 뒷날개 기부는 갈색을 띈다. 이름에 꼬리박각시가 붙은 녀석들은 낮에 주로 활동하는데 꽃을 찾아 이리 저리 분주하게 날아 다닌다. 긴 더듬이를 이용해 정지비행을 하면서 꿀을 빤다. 헌데 너무 빨리 이동해서 앵글에 담기가 정말 어렵다.

운좋게도 검정황나꼬리박각시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래도 언제 날아가 버릴지 몰라 조심스럽게 두 컷만 날렸다. 멋진 녀석을 DSLR 카메라로 담았음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무실 주변에 인동덩굴이 많다.

혹시 하는 마음에 자세히 둘러 보지만 검정황나꼬리박각시 애벌레는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계속 찾아 보자. 혹 다른 애벌레들도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