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폴애드 대표 컨설턴트)

 

김형주 폴애드 대표 컨설턴트

“시스템 공천이라더니 멋대로냐” 4년 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인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그보다 4년 전인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민주당 공천과정에서의 이탈은 제3당 출현에 힘을 실었다. ‘친박, 진박’ 논란, ‘계파 공천’ ‘옥쇄 파동’ 등 현재 국민의힘인 보수정당에서도 공천과정은 늘 시끄러웠다. 선거때마다 시스템 공천이니 공천 혁신이니 말하지만, ‘공천 파동’은 일상이다.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이 선출된다. 본격적인 총선 경쟁이 시작되면서 정치권의 고질병인 ‘공천 파동’을 어떻게 무마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천 파동’을 야기하거나 혁신공천 없이는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된다. 현역 의원 평가와 부적격 기준 강화, 공천심사 가감산, 경선룰 등 소위 ‘시스템 공천’으로 ‘공천 파동’을 넘어서겠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선거 때마다 들어온 소리다. 공천과정에서 늘 들어왔던 레토릭에 불과하지 않은가.

강력한 공천 혁신을 요구하며 ‘현역의원 50% 물갈이’ 이야기도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의 측근 그룹을 표방하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현역의원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되어야 한다. 3선 이상 다선의원은 4분의 3 이상 물갈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역 50% 물갈이가 좀 과도한 정치적 요구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들의 주장엔 일면 일리가 있다. 공천과정에서 현역의원은 정치 신인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많은 배너핏을 가지고 있다. 정치 신인은 접근할 수도 없는 당원명부를 갖고 당원대상 홍보를 독점하고, 지역위원회 사업으로 선거운동을 위한 사전 조직화를 진행하고, 길거리 현수막을 합법적으로 무제한 설치할 수 있는 등 현역의 이점은 수없이 많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런 점에서 공정한 경선규칙을 통한 시스템 공천으로 공천 혁신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른다. 게임의 출발점도 다르고 게임을 참가하는 선수의 소위 ‘아이템 장착’조차 다른데, 어떻게 공정할 수가 있겠는가. 고(故)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지금 민주당의 주류를 이루는 학생운동 586 출신을 발탁했고 이들은 한국정치사의 의미 있는 정치인들로 성장했다. 지금 그들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전략적 공천은 승리하기 위한 공천이라는 점, 새로운 정친 신인을 발탁할 수 있다는 점, 정치를 변화시키는 공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유효하다.

로젠블루스와 샤피로(Rosenbluth and Shapiro 2018)는 승리한 정당은 선거기간 약속한 정책들을 실행하고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책임 정당을 지지한다. 공직후보자 공천 또한 정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주도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되려 당원 중심 혹은 유권자 중심의 공천은 책임정치를 구현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하며, 경선 과정에서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투표자들이 될 수 있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 과대대표될 가능성이 높아 다양한 이익을 대표하는 데에도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박현석, 2023)

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은 ‘좋은 공천’이고 전략공천은 ‘나쁜 공천’인가? 지난 21대 총선 과정에서 실제로 경선을 한 지역구의 비율은 민주당이 41.5%, 국민의힘은 35%에 불과했다. 다선, 계파성, 유명세 등에 가로막혀 아예 경선도 못 하는 것이다. 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이든, 인재영입 등 전략적 공천이든 공천 혁신을 위해선 더 혁신해야 한다. 실질적 상향식 시스템 공천을 하려거든 현역의원의 평가와 검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더불어 동일지역 3선 출마 제한 등 지역사회의 ‘토착세력’, ‘기득권 정치인’이 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운동장이라도 평평해야 할 것 아닌가. 이런 혁신 못 하겠거든, 차라리 정당의 대표성에 부합하는 전략적 공천을 통한 책임정치라도 해라. 그것이 승리하는 공천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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