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현관(해남군수)

 

명현관 해남군수

요즘 가장 큰 국가적 과제는 단연 저출생, 인구감소의 문제라 할 수 있다. 합계출산율 0.7명의 나라, 이같은 추세라면 2040년경 5천만 인구라는 수식어도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거듭되고 있다.

전형적인 농어촌 군인 해남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지난 2017년 2.1명이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04명으로 절반 수준까지 뚝 떨어졌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심화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노인 돌봄문제, 청년인구의 감소, 거주 인구의 정주여건 악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변화의 조짐은 주민들에게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주민의 생활단위인 읍·면에서부터 민과 관의 협치로 소소하지만 소중한 움직임들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바로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로 대표되는 주민자치 활동이 그것이다.

해남군은 2020년 해남군 주민자치회 시범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등 주민자치회 구성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에 따라 해남군에는 현재 8개 면에 주민자치회가, 6개 읍·면에 주민자치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삶의 현장에서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대안을 찾아 주위를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내 삶을 바꾸려는 변화의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해남의 가장 큰 당면의 문제는 고령화로 인한 노인의 돌봄 문제이다. 주민자치회가 주체가 돼 지역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스스로 조사하고 해결방법을 실행해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곳이 있다.

해남군 주민자치박람회를 보랏빛으로 물들인 화산면 주민자치회의 꽃메 청춘 합창단이 그 주인공이다.

꽃메 청춘 합창단은 68세부터 89세까지 3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분들은 화요일, 목요일에 주민자치위원회 사무실에서 노래교실을 수강한다.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그 순간이 행복하며 기쁘고 즐겁다라고 말한다. 자녀의 양육, 생계 유지로 가족만을 위한 삶을 살았던 자신이 노래교실을 통해 자기 삶의 주인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느끼고 있고 그것이 가족들에게 옮겨져 그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교실내에서 누구 엄마가 아니라 누구 언니로 통한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얼마 전에는 화산면 노인의 날 행사에 핑크빛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어르신으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평생 처음으로 드레스를 입어 본 단원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유와 자존감을 회복했던 순간이었다라고 이야기한다.

화산면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노래교실에 그치지 않고 학교도 운영한다. 한글과 영어를 배우는 문해학교, 그림을 배우는 문화학교 등이다. 평생 배움을 소원했던 어르신들의 염원을 현실로 바꿨으며 그렇게 원했던 교복을 입고 화산중학교에서 수업도 받았다. 얼마 전에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해남특별전 기념으로 자신들의 얼굴을 그린 자화상을 전시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더 나아가 자기 삶의 주체로 선 이 분들이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얼마전 추석 명절을 맞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추진한 송편나눔행사에 합창단 단원분들이 그 누가 말하지 않았어도 모두 참여해 그 많은 송편을 단시간내에 빚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스스로의 변화가 주위를 감동시키는 좋은 사례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성과는 주민자치위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행정과 주민자치(위원)회의 민관협력을 바탕으로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주민들과 힘을 합쳐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고, 자치계획안을 결정하는 주민총회는 주민들의 공론장과 숙의의 장으로, 직접 민주주의의 맹아가 싹트고 있는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주민이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고 주인다움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 바로 혁신이다. 혁신의 힘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동체로 마을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마을의 힘으로 주민자치를 활성화하고, 주민의 삶을 바꿔 행복한 지역을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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