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한동안 가쁜 숨을 진정하며 걷던 이백은 그 할머니가 커다란 쇠 공이를 갈아 가느다란 쇠바늘을 만든 것에 대한 경이(驚異)로운 충격(衝擊)에 깊이 휩싸이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백이 생애 최초로 느끼는 놀람과 경탄(驚歎)을 동시에 수반(隨伴)한 것이었다.

도무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것을 실현하여 보일 때, 그것이 눈앞의 사실로 발견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야 마는 것이었다. 이백이 그 할머니를 찾아갔을 때는 그 불가능을 두 눈으로 확인(確認)하여 증명(證明)하러 간 것이었는데, 아뿔싸! 정반대의 결과 앞에서 심히 당황하다가 마침내 그것을 인정하고 경탄과 아낌없는 찬사(讚辭)를 보내고야 말았던 것이었다. 그것은 동시에 이백에게 깊은 깨달음을 얻게 하였던 것이었다. 그것이 이른바 절차탁마(切磋琢磨) 대기만성(大器晩成)이었다.

쇠 공이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할머니의 각고(刻苦)의 노력(努力), 옥과 돌을 갈아 빛이 나도록 연마(練磨)하는 끊임없는 실천(實踐),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것처럼 그 지난한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 마침내 목적을 이루는 것, 그 견강정신(堅强精神)을 이백은 배웠던 것이었다. 그것은 어떤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이나 책을 읽어 알아내는 지식을 터득(攄得)하는 것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것이었기에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

이백은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으슬으슬 한기가 몰려오는 눈 쌓인 산 계곡 위로 파란 하늘이 드높이 열려 있었다. ‘놀기도 바쁜데 저 많은 문자(文字)를 언제 습득(習得)하느냐?’ 는 막연한 거부감이 일순 사라져버리는 순간이었다. 익힐 습(習)자라는 게 본시 새끼 새가 둥지를 떠나 하늘을 날기 위하여 겨드랑이털이 다 닳아 없어져 하얗게 보이도록 수많은 날갯짓을 반복해 연습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각고의 노력을 왜 알지 못하였단 말인가? 이백은 스스로 지난날을 회상해 보는 것이었다. 높은 산이라고 미리 지레 겁을 집어먹고 절대로 오를 수 없으니 일찍이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 아니던가!

수많은 노력 끝에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할 경지에 이르는 것, 그것이 대기만성(大器晩成)이었다. 큰 그릇은 만들기 어렵고 과정이 더 많아 늦게 이루어지듯이 큰 인물 또한, 늦게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온갖 인생의 풍상(風箱)을 다 겪고야 비로소 대오각성(大悟覺醒)하여 경지에 이른 성현(聖賢)의 모습을 이백은 떠올려 보는 것이었다. 이상이 높고 큰 사람은 그 크고 높은 이상을 실현(實現)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투자해 온갖 고통을 인내하며 뜻한 바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전심전력(全心全力) 매진(邁進)하여야 하는 것이었다. 커다란 쇠 공이를 갈던 그 할머니가 바로 그러한 정신으로 매 순간 일심(一心)으로 매진하였기에 바늘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그 할머니의 동력(動力)은 바로 손주에 대한 한량(限量)없는 순수한 사랑이었을 것이었다.

그날 이백은 절로 돌아가 바로 서책을 펴놓고 글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이백은 어려운 문자(文字)와 문장(文章)들을 하나둘 차근차근 탐독(耽讀)해 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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