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남도일보 교육문화체육부장)

 

정세영 남도일보 교육문화체육부장

#1. 계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봄이 되어 씨앗을 뿌리면 여름에는 강렬한 햇볕과 적정한 바람이 성장의 온도를 맞춘다. 가을은 탐스럽게 익은 과실을 수확하는 시간.

만추가 지나고 찬 바람이 불어 닥쳐 겨울을 넘보는 시기. 딱 이 맘 때면 찾아오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온 수능일. 고독하고 외로운 나 자신과의 싸움은 초침을 타고 흘러내린다. 16일 오후 5시 45분, 50만 명의 수험생들이 거리로 쏟아진다.

이 날만을 위해 많은 시간을 견뎌온 수험생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입시 지옥에서의 ‘해방’이라는 후련함과 홀가분함, 그리고 아쉬움이 교차하는 수험생들의 발걸음은 가볍거나 혹은 무겁거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장장 12년, 아니 유치원부터 시작된 16년여 의 과정은 봄과 여름, 가을의 시간. 배움의 씨앗을 뿌리고 적정한 공부의 온도로 스스로 자라나고 결국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타이밍.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어떤 열매가 맺어지던 조금은 홀가분해져도 괜찮은 시간.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 여전히 대한민국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성공한 미래를 위한 급행열차 티켓.

욕망이 김장 김치처럼 버무려진다. ‘in 서울’을 향한 욕구, 성적보다 더 나은 대학 진학을 위한 수시·정시 ‘눈치게임’ 시작.

씁쓸한 현실. 시험을 망치고 세상이 끝난 마냥 ‘울상’인 수험생에게, 혹은 예상보다 좋은 점수에 활짝 웃고 있을 고3에게 해주고 싶은 말.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다. 수고했다 모두들.

#2. 바야흐로 또다시 정치의 계절. 총선을 앞두고 빨라지는 ‘발걸음’. 분주해진 현역들. 국·회·의·원 네 글자 명함을 들고 여의도에 입성.

‘한 표만 달라’, ‘도와 달라’던 초심(初心)은 잠시 집 안 장롱 속에 꽁꽁 덮어둔 채 어깨가 한껏 올라가 지역민·지역 언론에 뜸했던 일부 의원 나으리들. 철새마냥 다시 월동지를 찾는 시간.

많아진 간담회, 부쩍 잦아진 접촉면. 높아졌던 턱, 빳빳했던 고개 잠시 내리고 다시 ‘주민 속으로’ 외쳐대네.

유불리 따지며 덧셈, 뺄셈에 진심. 학교 다닐 때 그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겠지. 이 글 읽으며 찔리는 의원 나으리가 바로 비아냥의 주인공.

현역에 도전장을 낸 정치인들. 지역을 누비며 총 총 총. 누군가는 착실히 지역구를 다지고, 아무개는 부는 바람에 ‘배 한번 띄어볼까’ 요행을 바라며 ‘헤쳐 모여’. 또다른 이는 ‘선거’라는 두 글자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름만 올려대고.

지금은 개와 늑대의 시간. 어스름이 걷히는 내년 4월은 욕망이 결실을 맺는 시간. 누군가의 바람은 현실이 되고, 또다른 누군가는 씁쓸함에 고개를 떨구고.

아! 당신이 알아야 할 한 가지. 민심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참으로 잔인한 계절이 훌쩍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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