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출신 박정인 시인…첫 시집 ‘웃음 캡슐’ 출간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상상력 담아
김규성 시인, ‘맑고 따뜻한 내공의 향기’ 해설도 수록

 

박정인 시인

“반짝거리지 않아도 빛을 품을 때 우리는 저마다 삶의 주인이 된다네.”

전라남도 장성 출신 박정인 시인이 자신의 첫 시집 ‘웃음 캡슐(문학들)’을 출간했다.

박 시인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촉발된 상상력을 이번 시집을 통해 펼쳐 보인다.

2010년 칠레에서 광산 붕괴로 매몰됐던 광부 33명을 구해낸 ‘구조용 캡슐’에 착안해 ‘웃음 캡슐’로 그려냈다.

시집에는 61편의 시가 총 4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슬픔과 아픔을 절규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본질을 응시하며 우리의 삶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김규성 시인이 박 시인의 시적 특성을 ‘맑고 따뜻한 내공의 향기’로 분석한 해설을 함께 수록했다. 그는 “언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로요 매개체로 사회적 공동재산이다. 따라서 일상의 낱말 하나도 물건처럼 함부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듯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며 “박정인의 언어는 그 표현과 내면의 정서가 일치한다. 화려한 수식이나 교묘한 언어유희를 멀리하고, 언어와 감정의 절제를 바탕으로 뿌리 깊은 진실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의 시는 자연스럽고 순수하다”고 설명한다.

박정인 지음/문학들 펴냄

시집에서 박 시인은 “스무 살 인생이 기쁘지 않는 아이들”이 “너른 세상을 발견하게” 되고 “행복한 적이 없다는 할머니”가 “우울증 걸린 하늘”을 걷어내고, “술기운으로 소리 지르는 슬픔들”이 “꽃피는 기쁨으로 바뀔지도 몰라”라고 노래한다.

박 시인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꿈꾸는 낙관주의자다.

시 ‘낡은 구두의 노래’에는 어느 날 시인이 흠집 나고 귀가 늘어진 낡은 구두를 보고 속삭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 시인은 “많은 날을 걸어 알게 되었지/빛나는 존재는 어둠이 필요하다는 걸/텅 빈 품 안에서 빛으로 말해/발이 주인이 아니라/신이 주인이라고”, “반짝거리지 않아도 빛을 품은 나”를 발견할 때 우리는 저마다 삶의 주인이 되는 거라고 말한다.

이처럼 맑고 따스한 심성을 박 시인은 사물을 대하는 느낌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확장한다.

‘윤순 씨네 감나무’에서 홍시를 매단 감나무를 본 시인은 “고개 끄덕이니 따뜻해와요/비도 가리고 바람도 막았어요/그 마음 하늘에 올라/함박눈으로 내려와요”라며 ‘노도새’에서는 어느 날 박물관에서 만난 ‘나무새’에 자신의 꿈을 투영해 아련하면서도 그윽한 정취를 자아낸다.

한편 1961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난 박 시인은 전남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8년부터 ‘사래시’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2021년 ‘작가’로 등단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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