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신 서울YWCA 회장
조연신 서울YWCA 회장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이 도입되면 사무장병원 등의 신규진입을 방지하고 자진퇴출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이며, 재정 누수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2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단속의 실효성 확보방안’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1월 10일 열린 제21대 국회 제1법안소위에서 공단의 특사경 관련 법안은 후순위로 밀려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됐다. 사무장병원이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비(非)의료인이 자금을 투자해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불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병원을 말한다. 이에 따른 폐해는 국민건강권 위협 외에도 병원의 안전관리 미흡, 과잉진료 및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이 있다.

건강보험은 국민들의 피와 땀이 어린 보험료로 운영된다. 지난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적발된 이런 사무장병원은 모두 1천717곳. 총 환수결정된 금액은 약 3조4천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환수율은 고작 6.9%(2천335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코로나19 환자 치료비로 건보공단이 지출한 액수인 3조3천60억원과 비슷한 규모의 금액을 그간 사무장병원들이 부당 청구해 받아갔다고 보면 된다.

매일 6억3천만원씩의 건강보험료가 누수되는 꼴이다. 이 액수만큼 국민들이 받아야 할 의료혜택이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현재도 사무장병원으로 연간 2천억원 이상이 새어 나가고 있다. 신속한 적발과 행정조치가 시급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일이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의료법을 위반하면서 영리추구에만 몰두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 현행 단속체계에도 상당한 허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보험자인 공단은 현재 특사경 권한이 없어 행정조사를 한 뒤 수사기관에 고발을 의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류확인만으로는 불법개설 여부나 자금흐름 추적에도 한계가 있다.

또 경찰은 수사관의 업무 과중과 이슈사건을 우선적으로 수사하다 보니 사무장병원 수사에는 건당 평균 11.5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자금흐름 추적과 증거 확보에는 신속한 수사 착수가 생명인데 말이다. 이리저리 건강보험 재정 누수액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자체 또한 특사경을 운영하지만 무려 18개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분야를 단속한다. 또 잦은 인사이동으로 사무장병원 단속 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비해 건보공단은 2014년부터 불법개설기관을 조사해 오면서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 사무장병원 조사에 특화된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수사기관은 신고 등을 통해 수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공단은 ‘불법개설 의심기관 감지시스템(BMS)’을 구축해 운영한다. 따라서 분석에 의해 사무장병원을 조사해 현행 단속체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공단이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사경 권한이 부여되지 않아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가 불법개설 의료기관에 흘러들어가게 놔두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문이 든다.

이제 21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건보공단 특사경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길 바란다. 우리의 소중한 보험료가 더 이상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서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본 기고는 헤럴드경제와 제휴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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