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 방식
민간기업 SPC에 224억 출자 논란
사실상 보증…‘지자체 곳간’에 영향
사업 정상 추진 여부도 미지수 지적

 

전남도청 전경. /남도일보 자료사진

총 1조4천억원 규모의 전남 여수 묘도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구축사업에 대한 특혜 시비가 우려되고 있다.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건설하는 이 사업에 전남도가 지분 출자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내외적 경제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해당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 곳간’에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전남도와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도는 ㈜한양이 여수국가산단 인근 묘도에 건설 중인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 사업’에 참여,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업 참여는 정부가 올해 첫 도입한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 방식이다.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는 지역·민간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민간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할 모(母)펀드는 정부와 산업은행, 지방소멸대응기금에서 각 1천억원씩 낸 출자금으로 조성된다.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자(子)펀드는 모펀드와 민간투자자, 지자체의 출자 등으로 조성된다.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전남도는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 사업 관련해 출자 동의안을 전남도의회에 최근 제출했다. 관련법상 지자체가 출자하려면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

소관 상임위인 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회는 지난 24일 ‘전남도 여수 묘도 액화천연가스 터미널 특수목적법인 설립 및 출자 등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해당 조례안이 다음달 1일 열리는 제37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출자는 한양이 지난 2020년 3월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를 통해 이뤄진다.

총 사업비는 1조4천억원이다. SPC는 한양·GS에너지(18.4%), 지자체(1.6%), 정부 펀드(20%), 프로젝트파이낸싱(60%)으로 구성된다. 전남도의 출자액은 224억원에 달한다. 총사업비의 법인 자기자본금(4천억원·30%) 중 사업시행자 출자금(2천800억원)의 의무 투자액(8%)이다. 타 지자체의 참여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는 자본금 출자 등을 마무리하고 다음달 중 정부에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를 신청할 계획이다. SPC는 펀드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올해 3분기 중 탱크와 본설비 착공에 들어간다. 오는 2028년 1월 1·2탱크 준공 및 상업운전을 개시한다는 구상이다. 3탱크는 2028년 12월 준공이 목표다. 운영기간은 2047년까지 20년간이며 60만㎘급 탱크 3기 외에 항만 등 부대시설도 함께 조성된다. 사업 면적은 27.5만㎡ 규모다.

전남도는 이 사업을 통해 여수국가산단 등에 부족한 에너지원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LNG 관련 기업유치와 고용유발 1만3천명, 생산유발 2조8천억원 등의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남도가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 명목으로 사실상 민간기업에 보증을 서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발전 공기업들이 자체 LNG 터미널 건설을 추진하는 등 수익성과 이용률 저하도 예상돼 전남도가 자칫 출자금만 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해당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앞서 한양은 지난 2020년 1조3천억원을 투입해 묘도에 세계 최대 상업용 LNG 허브 건설 계획을 내놨다.

한양은 애초 2024년까지 20만㎘급 LNG 저장탱크 4기와 기화송출설비, 최대 12만7천t 규모의 부두시설을 준공하고 장기적으로는 2025년 이후 LNG 탱크 4기를 추가해 총 8기의 탱크를 보유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전남도 관계자는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라며 “해당 사업 추진 여부는 철저한 사업성 평가를 토대로 민간이 결정한다.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추진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