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으음! 참으로 가슴에 깊이 와서 닫는 시문(詩文)일세! 도연명 선생이야말로 유사이래(有史以來)로 선비들에게, 선비의 시초(始初)로 높이 추앙(推仰)받는 큰 인물이지 않은가!”

조대감이 술잔을 들고 윤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 그러나 사람들은 시문(詩文)만 좋아하고, 그의 올곧은 정신(精神)이나 가난하고 고된 삶을 좋아하지 않는 법이네! 그래서 세상에 참된 위인(偉人)이 드문 법이 아니겠는가?”

윤처사가 덩달아 술잔을 들며 말했다. 윤처사와 조대감은 술을 마시고는 술병을 들어 서로의 빈 잔을 번갈아 채워주었다. 조대감이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그런 올바른 삶을 견인(堅忍)해낼 정신을 길러 줄 바른 교육(敎育)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래! 교육이라? 조대감이 말씀하시는 것은, 사색(思索)할 줄 알기에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려 구분할 줄 알고, 실천궁행(實踐躬行) 하는 순수한 인간화교육(人間化敎育)을 말씀하시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 교육을 빙자한 속으로는 과거급제 암기숙달기능(暗記熟達技能)만을 익힌 입신출세교육(立身出世敎育)을 말함인가? 어이! 이참에 속 시원하게 어디 조대감의 진실을 한번 말씀해 보시게나? 난 항상 그것이 궁금하다네?”

윤처사가 조대감을 바라보며 직설적(直說的)으로 숨김없이 말하는 것이었다. 조대감은 순간 날카로운 창에라도 가슴이 찔린 듯 멈칫하였다가 잠시 후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

“으음! 그 그러신가? 인간화교육과 기능교육이 서로 병립(竝立)할 수는 없는 것인가?”

“세상살이는 독불장군(獨不將軍)은 없는 법일세. 누구나 다 병립으로 사는 것이네! 도연명 선생이 낙향하여 낮에는 삽과 괭이를 잡고 농사를 짓고, 밤에는 붓을 들고 시(詩)를 쓰며 살았던 것처럼, 지극한 인간지도(人間之道)에 이르기만 한다면, 입에 풀칠할 기능을 익히는 것쯤이야 아무렴 어떤가? 가난이 운명이라 하여도, 몸만 건강하다면 노력여하(努力如何)에 따라 세끼 거친 밥술이야 바로 뒤따라 오게 되어있는 법이네! 이기적으로 나만 지위 높고, 돈 많은, 편안한 밥자리를 탐(貪)해서 그렇지, 그렇지만 않는다면 어찌 두려울 것이 있겠는가?”

윤처사가 말했다.

“으음! 그렇구만!”

조대감이 말했다.

“조대감! 오늘은 이만하세! 나는 서둘러 멀리 가보아야 할 곳이 있다네!”

윤처사가 말했다. 조대감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옥동의 교육 문제를 꺼내려는데 도무지 입 밖으로 얼른 나오지 않았다.

“저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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