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남도일보 정치부장·국장 대우)

 

이쯤 되면 ‘쓰나미’다.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 후보를 선출하는 더불어민주당 광주 경선 이야기다. 엊그제까지 치러진 광주 6개 선거구 경선에서 현역 의원 5명이 고배를 마셨다. 민형배(광산을)를 제외한 윤영덕(동남갑), 이병훈(동남을), 북구갑(조오섭), 북구을(이형석), 이용빈(광산갑) 의원이 패배했다.

평소 지역구 관리가 탄탄하고, 의정활동을 잘 한다는 의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역 교체 여론이 높게 형성되긴 했어도 예상 못한 결과였다. 정치권이나 시민들 사이에 ‘깜놀’반응이 이어졌다. 현역들이‘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될 만큼 권리당원과 조직관리, 인지도 등에서 앞선데도 속수무책 무너졌기 때문이다.

원인을 놓고는 ▲현역 의원의 약한 존재감 ▲잇따른 공천 잡음 ▲신인·여성 가산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공천 파동을 야기한 민주당에 대한 성난 민심이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표출됐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나온다. 불공정·불투명 공천에 실망한 시민들이 그 분풀이를 현역 의원에게 쏟아냈다는 지적이다.

사실 광주·전남 지역 민주당 공천은 좋지 않은 모습을 다 드러낼 만큼 역대 급이었다. 예비후보들은 경쟁하듯 이재명 마케팅을 하면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급기야는 ‘찐명’ ‘친명’ 대결 양상까지 보였다. 현역 의원을 제외한 정체불명 여론조사로 ‘비명횡사’ 논란을 자초했는가 하면, 여론조사 1위 후보들을 잇달아 컷오프 시키면서 ‘특정인 맞춤형’ 의혹을 증폭시켰다.

광산을에선 현역 의원과 여론조사 최하위 예비후보를 맞대결 시켜 파문이 일자 슬그머니 3자 경선으로 변경했고, 담양·장성·함평·영광은 단수공천→3인경선→단수공천 과정이 1주일 새 모두 일어났다. 순천·광양·구례·곡성을에선 전략공천을 해놓고도 ‘사천 논란’이 일자 경선으로 바꿨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명확한 설명은 둘째 치고 혼선에 따른 유감 표명도 없었다.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았다. 입맛대로 하면서 무조건 따르라는 식이었다. 오만과 독선 그 자체였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은 여론조사에서도 엿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호남(광주·전북·전남)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53%로, 한 주 만에 14%포인트가 빠졌다. 반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률은 26%로 116%포인트 증가했다.(중앙선거관리 여론조사심위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하이인리 법칙’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대형사고 한 건이 발생하기 전에 반드시 그와 관련된 가벼운 사고와 징후들이 많이 발생한다는 법칙이다. 광주는 진즉 민주당에 경고등을 켜놓고 있었다. 2년 전 지방선거 때 광주는 투표율 37%로 전국·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민주당 독점 구조정치 지형과 기득권에 안주한 민주당을 투표 거부로 심판했다. 하지만 공천 파동에 보듯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우이독경(牛耳讀經)이었다.

현역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지역 언론사에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역 교체여론이 60%에 달할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고도 인정받지 못한 건 국회나 민주당 내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해서다. 물갈이 쓰나미를 자초한 것이다.

공천 과정의 온갖 잡음에도 이번 총선에서 광주·전남지역 민주당 후보 대개는 당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경쟁 정당이 없는 상태에서 투표율이 얼마가 되던, 민주당을 향한 비판의 강도가 더 높아지던 금배지에 가장 가까운 게 현실이다. 지역민들로선 다시 한 번 ‘민주당만’의 정치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그 서비스의 질이 어떨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민주당 이외의 의원이 있는 다른 지역만큼 더 나을 지, 못한 지는 유권자가 판단한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4년 뒤가 궁금해진다. 쓰나미는 한번만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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