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호(목포과학대 겸임교수·도로 및 공항기술사)

 

전동호 목포과학대 겸임교수·도로 및 공항기술사

새봄이다. 어디든 좋다는 승달산(僧達山)으로 간다. 매화, 산수유를 시작으로 봄까치풀과 개불알풀도 꽃이 되었다. 그들을 따라 매봉~깃봉~하루재~깃대봉~평바위∼목포대박물관으로 돌았다. 이른 점심이 예약된 승달수산까지 총 10.79㎞, 3시간 40분을 걸었다. 훈이랑 둘이서 물 한 병, 사과 몇 쪽과 바나나 하나까지 원팀이 되었다.

승달산의 초입은 아직 별빛이 남아있는 시각이다. 제일교회 담장을 돌며 바로 계단이 나타난다. 비탈 패임과 오가는 불편을 덜자는 배려지만, 그래도 산에서는 푹신한 솔잎과 낙엽 밟는 소리가 더 좋다. 첫 고행을 지나 제각분기점이다. 겨우 400m를 왔다. 매봉까지는 600m를 더 가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눈을 또 실감할 시간이다.

한걸음 한걸음에 앞바다까지 들어온다. 운남대교, 압해대교, 암태까지 1004대교는 그 너머다. 국가지점번호도 보인다. 2013년에 도로명주소법으로 도입한 격자형 위치정보다. 전국을 100×100㎞, 최소 10×10m로 구분했다. 경찰, 소방, 산림이 공유하며 위급사항에 즉시 대처할 수 있게 하자는 고마운 일이다.

매봉을 지나며 또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된다. 예부터 바람과 물, 땅의 이치가 소문난 곳이다. 진달래가 벌써 분홍꽃망울을 터트렸다. 노랑개나리도 아직인데, 철없는 유행이 늘어만 간다. ‘여기 좀 봐’ 참나무와 소나무 뿌리가 맞붙은 연리지다. 너는 넓고 나는 바늘 같은 잎이지만, 다른 편이라 말고 서로 나누며 흔들림 없이 살자한다.

승달산으로 깊이 자리한 넓지 않은 캠퍼스가 여유롭다. 의대가 유치되면 활력이 오르고 지역경기에도 선한 영향을 더할텐데, 매번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과거 전남에 약대를 배정했던 것처럼, 목포대와 순천대에 똑같이 나누면 되는데도 안타깝다. 언젠가는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 남도의 간절한 소망이요,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승달산은 무안국제공항과도 가까이 있다. 여기 국도 1호선에서 진입램프만 타면 된다. 그 옆으로 무안CC, 항공특화단지, 유당호와 도리포 해안이 함께한다. 자연문화를 체험하면서 산업 활동까지 가능케 한다는 뜻이다. 2025년 예정인 호남고속철이 무안국제공항을 지나면, 이제껏 없었던 교통혁명 또한 기대되는 곳이다.

분명 기회다. 더 나은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 먼저 주요 도로와 경관부터 가꾸어보자. 노상적치물과 사설표지 정비, 이 빠진 가로수 보식과 무분별한 가지치기 개선, 전봇대와 철탑 지중화 등 한둘이 아니다. 어수선하지 않는 환한 길, 첫인상을 좋게 하는 일이다. 지역민이 앞장서고 학교, 지자체와 기업체까지 함께하면 된다.

일상을 번거롭게 했던 이른 산행의 가르침이다.옛 승달, 견성이 이랬을까? 네게 강요하지 않고 나를 스스로 알아가는 행복이라 했다. 다음은 나주 금성산이다. 그리고 무안 남산~남악 오룡산 30.9㎞ ‘나광국 코스’에도 도전하려 한다. 두 발의 에너지로 월출산 도갑사까지 이으면 도행(道行) 상품이 되는지도 보려한다.

승달산은 천여 년을 이어온 이름이다. 원나라 원명 스님의 문하 500여 명이 한꺼번에 깨달음을 얻는데서 유래했다. 유불선(儒佛仙)의 중심 남악을 지원하는 최고 도량이라 한다. 나날이 새로운 햇살과 맑은 빛깔을 자랑하는 청계면에 위치한 해발 333m 높이다. 힘을 써야 평안한 무안에서도 제일 높은 곳이다.

승달산의 기운은 앞바다까지 기름지게 한다. 거기서 올린 수산물이 항상 파릇한 이유다. 제철 숭어회, 마른 연포와 섬초 무침이 새댁의 손맛을 타며 거친 호흡과 땀으로 적신 몸의 원기를 보충해 준다. 아무리 이르거나 늦어도 전화 한 통이면 ‘알았슈’ 만사형통이라 한다. 부족하거나 넘치지도 않은 정성이 한결같다.

승달산을 돌아 조금만 가면 선인들의 지혜를 만난다. 청천리 팽나무와 개서어나무 70여 그루가 이룬 400m 줄나무 풍경으로, 천연기념물 82호가 된 500년 방풍림이다. 이 시대의 선택은 무어냐고 묻는다. 늘 미래를 담으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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