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암미술관, ‘천계의 바람이 되어’展
김봉규·박철우·정영창 작가 등 5명 참여
회화·설치·영상·사진 등 작품 46점 출품

 

박철우 作 ‘2014-그날’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과 가족 여행 등 설렘을 가득안고 출항했던 세월호는 무리한 개조·증축, 정원 인원 추가 등 안전에 대한 소홀한 관리로 망망대해 한 가운데서 침몰했다. 꿈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학생들을 비롯해 사랑하는 가족, 바다를 사랑했던 선원 등이 어두운 심해 속으로 가라앉아 버린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아직도 왜 수 백명의 사람들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아야 했는지에 대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안전불감증 등 인재(人災)로 인한 대형 참사들은 여전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을 보듬어 안고 대형 참사에 대한 안전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전시가 광주에서 마련돼 세월호의 아픔을 추모한다.
 

김병택 作 ‘해원- 천개의 바람Ⅰ’

은암미술관은 오는 4월 25일까지 세월호 10주기 추모전 ‘천계(天界)의 바람이 되어’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학생·일반인 등 304명이 희생된 재난 참사로 고통받는 유가족과 주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김봉규·김병택·박정용·박철우·정영창 작가 등이 참여해 회화(10점)·설치(1점)·영상(1점)·사진(34점) 등 작품 46점을 선보인다.

다섯 명의 작가들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다면적인 시각으로 세월호 참사를 풀어내며 애도의 과정을 함께한다.

35년차 한겨레신문 편국집 사진부 선임기자인 김봉규 작가는 세월호 침몰 당시부터 선체 인양까지 3년간 팽목항에 집중했다. 그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 이 시대 보통의 아버지로서 참담한 사건을 바라보는 고통스럽고 슬픈 감정을 담아낸다.

김봉규 作 ‘2014년 4월 16일 오후, 동거차도 앞바다 사고 현’

김병택 작가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반복되는 대형 참사와 국가의 역할에 질문을 던진다. 그는 작품 ‘해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2024)’ 등 신작을 통해 희생자의 넋과 원혼을 추모하고 극락왕생을 빈다.

박정용 작가는 세월호 희생자의 못다 핀 꿈이 마치 꽃처럼 승화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신작에 담아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중등 교사로 근무했던 박철우 작가는 교사로서 그 누구보다 고통과 슬픔에 공감한다.

그는 2년 전 겨울 찾아간 진도 팽목항에서 몸소 느낀 감정과 기억을 바탕으로 작업에 임했다. 작품 ‘2014-그날(2024)’은 고요한 바다 밑에 침잠된 영혼을 닦고 닦아 불러온다.

독일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정영창 작가는 타국에서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했고, 이후 꾸준히 팽목항과 목포신항을 찾아 세월호의 흔적을 수집했다. 정영창 작가는 작품 ‘촛불(2016)’ 등 사진과 회화 작업을 통해 상실 후 남아있는 사람을 위로하고 슬픔에 공감하고자 한다.

박정용 作 ‘승화된 꽃’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역사의 현장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권력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으며 함께 아픔을 나누고 공감했던 광주 정신이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는데 있어 큰 시사점을 선사할 수 있어서다.

이번 추모전을 준비한 정지용 은암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재발 방지 공언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터지는 대형 참사는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인지 아니면 ‘인재인가’하는 자조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전시 참여 작가들이 던지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 사회로 진입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또한 10년 전 유명을 달리했던 망자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천상의 세계에서 따뜻한 바람이 돼 자유롭게 지내길 기원한다”고 전시 의도를 설명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전 ‘천계의 바람이 되어’는 4월 5일 개막행사를 개최한다. 개막식에는 김호준·김은숙 배우의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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