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발표
30개국 73명 참여…신작 출품 예고
분자에서 행성까지 광대한 공간 탐색
양림동 일대 ‘소리숲’ 주제 전시 확장 구성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지난 25일 광주 동구 충장라마다호텔에서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은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지난 25일 광주 동구 충장라마다호텔에서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은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현대미술의 축제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참여작가를 확정하는 등 구체적 전시 윤곽을 드러냈다.

26일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전 세계 30개국 73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가운데 변화하는 환경과 생태 등 21세기 모든 존재의 울림을 현대미술로 풀어낸다.

특히 올해 행사를 구성하는 출품작 대부분이 신작으로 구성되면서 예술 작품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관계를 이루는 비엔날레의 참된 의미를 실현할 예정이다.

행사는 오는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86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광주 남구 양림동 일대에서 개최된다.

◇걸으며 보는 ‘오페라’
제15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다.

17세기경 한반도에 등장한 판소리는 소리와 공간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판소리는 ‘대중의 소리’라는 뜻으로 ‘서민(subaltern)의 목소리’로 풀이할 수 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개인의 거주지부터 인류가 정착한 행성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공간을 소리와 영역, 음악과 이야기 등 예술가들의 시각적 연출로 풀어낼 예정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걸어다니면서 볼 수 있는 오페라’로 꾸며진다.

소리꾼이 판소리를 통해 스토리텔링하는 것처럼, 참여작가들의 목소리가 담긴 작품들을 한데 모아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단순 작품들의 이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공간·소리·예술가·작품 등 모든 것이 화합을 이루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전시장은 시작점과 끝 지점이 존재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공간과 이야기,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오페라와 같은 흐름으로 구성한다.

또한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생명체들과 대화하며 동시대 공간을 탐구하는 작가들을 초청해 판소리 정신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시 참여 작가 가운데 일부는 인간의 흔적으로 가득 찬 동시대 지형과 도시 상태 혹은 산업 발달이 자연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재현하면서 공간의 문제를 다룬다.

어떤 작가들은 세상을 이루는 분자를 관찰하면서 우리의 공간을 개방한다. 또다른 작가들은 현대 무속신앙을 발명하는 등 우주적 규모로 작업을 전개시킨다.

이처럼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인구가 고도로 밀집된 지점부터 사막처럼 황량한 영역까지를 시각적 예술과 소리를 통해 풀어낼 예정이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

◇본전시 3개 섹션…양림동, 공존·연대 공간으로
본전시가 진행되는 광주비엔날레관은 3개 섹션으로 나뉜다.

제 1·2 전시실은 ‘부딪침 소리(Larsen effect)’라는 도시와 같은 밀도 높은 공간의 소리를 이미지화 한다. 즉, 인간 활동으로 가득찬 공간에서 발생하는 참여작가들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제 3전시실은 ‘겹침소리(polyphony)’로, 여러 초점을 가진 다층적 세계관에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업이 전시된다.

도시에서 자연으로, 자연이 산업화가 되는 등 공간의 변화를 보여준다.

제 4·5전시실은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라는 주제로, 미세한 크기의 분자부터 광대한 범위의 우주를 탐구한다.

참여 작가들은 비인간적 세계와 글리포세이트, 이산화탄소, 환경호르몬, 비말과 바이러스 등을 소재로 시각 예술로 풀어낸다.

본전시장 이외에도 지역 내 유서 깊은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양림동으로 전시 공간이 확대된다.

광주 양림동 일대는 ‘소리숲’이라는 주제로 공존과 연대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양림동 옛 파출소와 빈 집 등을 활용해 사운드 프로젝트와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협업 작업을 소개한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

◇전 대륙서 작가 참여…광주 작가 2명
올해 행사는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아메리카·오세아니아 등 전 대륙의 예술가들이 모인다.

참여 작가 73명 중 국내 작가는 11명이다. 이 가운데 김형숙·김자이 등 광주 작가 2명도 포함됐다.

김자이 작가는 생태순환의 요소인 동식물의 멸종에 주목한다. 김 작가는 버려진 벌통을 활용한 설치작품 등을 통해 생태순환의 중요 요소인 벌의 멸종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미국 작가 맥스 후퍼 슈나이더는 자연에 대한 비극적인 인간의 개입을 연구한다. 산업화의 발달로 자연의 요새였던 작은 섬들이 파괴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인간과 자연의 재앙적인 관계를 연출한다.

아몰 K. 파틸 작가는 인도 신분제도인 ‘카스트 제도’를 통해 천민과 귀족, 사회 내 분열과 차별을 탐색힌다.

권혜원 작가는 공간을 소리 기술로 나타낸다. 그는 제주도 용암 동굴을 배경으로 소리를 공간 탐색의 도구로 활용한다.

음향학적 접근을 통해 용암동굴에 얽힌 다양한 존재들을 구현해 낼 예정이다.

◇사전영상 4월 공개…부대행사도 ‘풍성’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전시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함께 한다.

9월 6일 개막식에는 한강 작가와 밴드 위뮤(WeMu)가 협업해 작사한 노래를 선보이는 오페라 공연이 준비된다.

개막과 동시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선 이틀간 학술 심포지엄도 개최된다.

학술 심포지엄에는 각국의 이론가와 창작자들이 참여해 인류세 문제를 공간과 소리, 과학기술 등 다양한 층위로 살펴보고 담론을 형성한다.

4월에는 올해 행사를 미리 볼 수 있는 사전 영상도 공개된다.

베니스비엔날레 병행 전시로 선정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전 ‘마당: 우리가 되는 곳’의 개막식을 통해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등을 담은 비디오 에세이 ‘판소리로부터 배우다’가 최초 상영된다.

해당 영상은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집필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참여작품 일부가 포함돼 있어 일종의 예고편 역할을 하게 된다.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은 “이번 참여작가들은 그동안 환경·생태·인종·분쟁 등에 대해 작업해 온 작가들로 구성됐다”면서 “관객들은 올해 행사를 한편의 오페라와 영화처럼 만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공간과 미래를 사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30여 개의 국가·도시·기관 등이 참여해 광주 전역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동시대 현대미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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