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관객 눈 맞추며 함께 호흡
지역 기업인-예술가 ‘협업’
유휴 공간 오페라 하우스 변신
매달 한 차례 문화향유 선사

 

지난 26일 광주 북구 연제동 MSL 물류센터 1층 카페공간에서 열린 ‘하우스콘서트’.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각종 산단과 물류센터, 공장 등이 즐비한 광주 북구의 한 산업도시. 이곳에선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이 되면 클래식 선율이 흐른다.

삭막한 도시를 감싸는 음악을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어느 물류창고 1층에 마련된 카페 공간이었다. 제법 넓직한 공간에는 각종 대형 식물들이 자리하고 있어 마치 작은 식물원을 연상케 했다.

내부에는 무인 커피 머신기를 비롯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고 LED 촛불이 곳곳에서 불을 밝히며 조명을 대신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누군가는 저녁 식사를 마치거나, 또 다른 누군가는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는 오후 7시 30분. 건물 입구 앞에 걸린 높은음자리표 네온사인에 불이 켜지자 카페였던 공간이 작은 오페라 하우스로 변신했다.

이곳은 ㈜엠에스엘(MSL)이 주최하고 비영리단체 ‘콰르텟 노이’가 주관하는 ‘MSL 하우스 콘서트’ 현장이다.

지난 26일 광주 북구 연제동 MSL 물류센터 1층 카페공간에서 열린 ‘하우스콘서트’.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올해 1월부터 시작된 MSL 하우스 콘서트(이하 하우스 콘서트)는 콰르텟 노이의 리더 이준성 씨가 기획한 정기 공연이다.

지역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 씨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다양한 무대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민에게 일상 속 문화향유를 선사하고자 ‘하우스 콘서트’를 생각했다.

과거 귀족이나 음악평론가를 대상으로 살롱과 같은 작은 공간에서 연주됐던 클래식 문화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 씨는 “하우스 콘서트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공간에서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연주자에게는 관객의 호응과 시선을, 관객에게는 연주자의 작은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늘의 무대가 마련되기까지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연습할 수 있는 공간과 공연을 선보일 무대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다.

그러던 중 문화메세나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던 ㈜엠에스엘 김해명 회장이 이준성 씨의 아이디어에 힘을 보태기로 하면서 ‘하우스 콘서트’가 성사됐다.

지난 26일 ‘MSL 하우스 콘서트’에서 클래식 연주를 감상하고 있는 엄마와 딸.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평소 김해명 회장은 지역 작가들에게 전시 장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작품 제작비를 지원하며 문화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광주문화재단과 디자인비엔날레 등 문화계 발전을 위해 기부해오고 있다. 이번에는 지역의 젊은 연주자들을 위해 회사 내 유휴 공간을 공연장으로 내어준 것이다.

이날 세 번째 공연을 개최한 하우스 콘서트는 알음알음으로 입소문을 타며 제법 많은 시민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공연 시각이 가까워지자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부터 친구와 팔짱을 끼고 들어온 여성들, 다정하게 손을 잡고 들어오는 다양한 연령대의 부부 등 많은 시민이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날 공연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듀엣 무대였다. 연주자와 관객과의 거리는 불과 열 발자국도 채 되지 않았다.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숨 죽여서 연주를 지켜본다.

피아니스트가 강렬하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린다. 심지어 바이올리니스트의 신중한 표정까지 객석에서 고스란히 보였다.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하우스 콘서트’가 열리는 광주 북구 연제동 MSL 물류센터 전경.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1회 공연부터 방문했다는 위소라(34·동구)씨는 “평소 클래식을 좋아해 다양한 음악회를 찾아다니는데, 지역에서 색다른 형식의 공연이 마련된다는 소식에 방문하게 됐다”면서 “하우스콘서트는 정형화된 공연장이 아닌 아늑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 색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놓쳐서는 안 될 문화생활이 됐다”고 말했다.

나주에서 아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모 씨는 “과거에는 비슷한 형식의 공연들이 다수 열렸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면서 “가까운 거리에서 연주를 들을 수 있어 매력적인 것 같다.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아이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 데리고 왔다”고 설명했다.

MSL 카페 공간에서 펼쳐지는 하우스 콘서트는 단순 연주만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다. 음악과 함께 작곡가에 대한 설명, 곡이 만들어진 배경 등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해설이 곁들여진다.

이준성 씨는 “클래식은 아는 만큼 감상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설명을 곁들여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면서 “앞으로 공연을 활성화시켜 지역의 젊은 연주자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우스 콘서트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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