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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 고향 초등학교 교사였을 때 가르친 사람들이 나를 아직 따르고 있다. 그들 가운데 군 출신이 있는 데, 이들은 일행이 되어 지난 10년 매월 며칠씩 거르지 않고 국토를 때로 동서로 또는 남북으로 새 길을 따라 몇 차례고 행군한 사람들이다. 한 사람은 공병 대대장 출신의 육군 중령 김인옥이고, 또 한사람은 청룡 부대로 월남전에 참전한 해병 대위 범걸이다. 그들 또한 이미 나이가 70이 된 사람들. 이들이 얼마 전부터 나의 무등산 서석대 등산에 동행하고 싶다고 하더니 드디어 지난 주말 광주에 나타났다. 3박4일의 일정으로 장성에서 걷기 시작해 담양 추월산 기슭을 돌아 금성산성을 넘어 영산강을 따라 광주에 들어섰다고 하였다. 나는 그들을 나의 무등산 서석대 등정 100회 계획의 그 반인 50회 산행에 맞추어 초대하였다. 그러나 그들도 나도 상대방에 대하여 확신이 없었다. 그들은 나의 80의 나이를 의심하였고 나는 그들의 비 산행 경험을 의심하였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 피차의 의지를 믿고 감행하자고 약속하고 정상까지 올라갈 계획을 세웠다. 우리는 아침 일찍 원효사에서 출발, 얼마 전 복구 개설한 옛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은 나도 그 옛길은 처음이다. 자연 훼손 때문에 무등산 옛길 복원을 반대한 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애용하고 있지만은 그 길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옛길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었고 그 길 산행을 고집하여 나는 부득이 그들의 뜻을 따랐다. 옛길은 무등산이 깊고 울창한 큰 산이었을 때 나무꾼이나 스님, 그리고 산 도둑이 다니는 오솔길이었다. 돌길을 피해 흙을 밟는 길이고 완만하기가 무등산 어떤 등산로보다 오르기 편하다. 그러나 그 옛길을 걸으면서 나는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내가 옛길 복원을 반대한 것이 옳았다고 생각하였다. 그 길은 개통한지 반년 만에 ‘아내 없이는 살수 있어도 장화 없이는 살 없다’는 옛날 관주서방 거리를 연상시켰다. 비가 내린 뒤라 흙길은 내내 질퍽거렸다. 물기가 마르면 이제 먼지길이 될 것이다. 그 아름다운 무등산 오솔길이 진탕길이 되고 먼지투성이가 되고 만 것이다. 거기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어떤 짓을 하고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이 시대 이 나라의 일차원적인 사고의 현장이 되어버렸다. 나의 앞장은 그들이 보건데 안타까울 만큼 힘든 산행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의 산행은 늘 그렇다. 다만 그들에게 그 현장이 드러났을 뿐이다. 그렇게 일행은 정상에 도달하였다. 주말이라 정상은 사람들이 많았다. 주로 장불재에서 입석대를 거처 올라온 사람들이다. 평소의 소신이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시장이지 산이 아니다. 무등산도 이미 산이 아니라 시장이 되어버렸다. 무등산이 산을 회복하는 날은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려야 한다.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리면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비로소 무등산은 산이 된다. 그래서 나는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 무등산을 좋아한다. 역설적이게도 요즘은 황사도 무등산 회복에 기여를 한다. 그래서 나는 위악적이게도 황사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적어도 그땐 무등산이 옛날의 산을 회복하기 때문이다. 그날 제자들은 나의 무리한 산행을 걱정하면서 분명한 자기학대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싸움의 의지이지 애정표시가 아니라고 지적하였다. 산행은 나의 실존이기 때문에 나는 그 지적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은 나의 진면목을 잘 모른다. 나의 산행은 ‘고통의 즐거움’이란 역설적 의미를 갖는다. 요즘은 내 나름의 사는 방법으로서의 고통으로 유희하는 사람인 신종 호모루덴스가 되고 있다. 그들의 국토 횡단도 동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들은 한번도 나에게 동행을 권한 적이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 자랑스러운 것은 그들에게 나는 아직 내가 그들을 가르친 60년 전 옛날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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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6·2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온갖 괴소문에 휘말려 있어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물론 선거철만 되면 ‘~카더라’식의 얘기는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사례이지만, 요즘 민주당 일각에서 떠돌고 있는 소문들은 삼척동자가 듣더라도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괴소문은 지난 20일 민주당 광주광역시장 예비후보에 대한 면접이 실시된 직후 중앙당 주변에서 흘러나온 모양이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종합하면 이렇다. 민주당이 광주시장 경선 후보로 강운태·이용섭 국회의원, 정동채 예비후보 등 3명으로 압축해 놓고, 특정 후보를 은밀하게 밀고 있다는 게 주요 기둥이다. 특히 ‘유력 주자인 A 예비후보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라는 확인되지 않는 설이 구체적인 정황까지 덧씌워져 확산돼 지역정가에 파문이 크다. 이같은 괴소문은 민주당 공심위 관계자에게서도 확인된 바다. 공심위 한 관계자는 22일 “지난 일요일에 치러진 광주시장 후보자 면접 실시과정에서 특정 후보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으나 중앙당이 이를 구제해 줬다는 소문이 나돈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광주시장 최종 본선 진출자 3인의 경우 모두 후보 적격 판정을 받았고, 특정 후보가 부적격 평가를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후보 적격 심사 결과는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고 있고, 외부에 유출될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 “당 소속 공심위원 가운데 특정 후보 탈락설을 유포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외부 공심위원들 사이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알수 없다”고 베일을 쳤다.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특정 후보 부적격 판정설’은 중앙당이 경쟁 후보자인 또 다른 특정 후보 지지설로 이어지면서 지역정가는 ‘중앙당의 특정 후보 밀어주기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앙당의 특정 후보 지지설은 사실 관계를 떠나 공정 경선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앞으로의 험로는 불을 보듯하다. 재삼 강조하건대 광주시장후보 경선은 광주시의 미래를 책임질 시장감을 선택하는 축제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중앙정치의 특정 계파나 일부 인사의 사심이 개입되는 등 불공정한 ‘정치 쇼’로 변질돼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사설
남도일보
201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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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BC475~221) 때 소진(蘇秦)의 합종설(合從說)과 장의(張儀)의 연횡설(連衡說)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서로의 이해 조건에 따라 정략적으로 힘을 모으는 전술을 말한다. 전국시대 때는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세치 혀로 뛰어난 웅변솜씨를 자랑하는 유세객(遊說客)들이 많았는데, 소진과 장의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당시 진(秦)나라 효공(孝公)은 상앙을 중용하여 부국강병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6국(韓·魏·趙·齊·楚·燕)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었다. 소진은 6국을 돌아다니며 서로 남북으로 힘을 합쳐 진나라와 맞서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는 6국이 한데 뭉치지 않으면 진나라로부터 각개격파식으로 당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합종책(合縱策)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이에 소진은 6국의 합종동맹의 지도자로서 6국의 재상까지 겸했다. 그러나 6국의 합종책은 소진과 함께 동문수학했던 장의의 연횡책(連衡策)에 의하여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6국에서 버림받아 내쫓긴 소진은 결국 제나라에서 암살당해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장의는 6국을 차례로 돌며 진나라와 동맹을 맺어야 나라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득하였다. 그러나 장의의 속셈은 육국의 동맹을 무너뜨려 서로 불신을 조장한 후에 진나라가 하나씩 공격하면 천하통일의 위업을 이루는데 있다. 장의의 연횡책은 결과적으로 성공하여 진나라는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통일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장의의 부귀영화(富貴榮華)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를 중용했던 혜문왕(惠文王)에 이어 효성왕(孝成王)이 즉위하자 장의는 미리 위험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조국인 위나라로 도망치고 말았다. 소진의 합종책은 약한 나라들이 서로 힘을 합쳐 강한 나라에 맞서 싸우는 것을 말하고, 장의의 연횡책은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와 결탁해서 결국 약한 나라를 더욱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로 합종연횡한답시고 요란하다. 합종연횡은 임금이 주인인 군주제(君主制) 사회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제(民主制) 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는 것같아 슬프다. 결국 심판은 국민의 몫이다.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진보와 보수의 정책대결이 무척 아쉽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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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시 주춤했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 집계된 통계를 보면 2006년 6월 ‘보이스피싱’이란 신종범죄가 처음 확인된 이래 지금까지 모두 1만6천30건의 피해사례가 발생했다고 한다. 또 이로 인해 통장에 묶인 돈은 지난 몇년동안 1천621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고 그 피해액도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의 그 대표적인 피해 발생 사례는 참으로 여러 가지 유형이다. 유괴범인척 하면서 우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몸값을 요구하거나 공기업의 직원을 사칭하여 각종 환급금이나 미납요금, 개인정보 유출을 미끼로 통장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거나 경찰·검찰·세무서 등 국가기관 사칭 등으로 사기수법이 점차 다양하면서도 지능화, 대범해지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범죄로 특단의 대책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전화금융사기의 대표적인 유형을 보면 대부분이 전화를 걸어와 ‘아들을 납치했다’, ‘카드대금이 연체됐다’, 우체국 직원인데 카드를 신청하였느냐는 등으로 ‘개인정보가 노출돼 지금 당장 예금보호조치를 하지 않으면 예금이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식으로 심리적인 불안감을 조성해 돈을 인출해가는 경우라고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07년 이후 진행된 68건의 관련 소송 가운데 피해자가 승소한 건수는 불과 5건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으로 인한 피해자 구제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기는 하지만 언제 통과될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피해자들이 구제받기 위한 절차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번거로운 현실이고 게다가 민사소송에서 확정 판결을 받기까지의 기간도 무려 4개월에서 6개월씩이나 걸려 잘못 송금한 돈을 되찾기란 무척이나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늘어나는 전화금융사기의 피해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의 지혜로운 대처방안의 모색과 서민보호를 위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특단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리라 본다. 또한, 최근의 신종 보이스피싱의 발생사례를 보면 종전에는 국가기관과 고위층을 사칭하였으나 이제는 그 대상이 우리 생활의 아주 깊숙한 곳까지 진화하여 더욱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해 전화금융사기로 인한 각종 피해사례가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언론보도나 매스컴 등을 통한 스스로의 적극적인 대처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리라 본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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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자유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공익!.’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는 국가권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국민의 권리다. 그리고 올바른 집회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 이처럼 국가권력으로부터 그 권리를 보장받는 집회라 할지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합법적인 범위에서다. 집회에 있어서 그 기준이 되는 게 바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다. 그런데 최근 이 집시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24일 헌법재판소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의 야간 옥외집회에 대해 사전허가를 받도록 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과잉규제’라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오는 6월 30일까지 개정토록 결정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두고 야간 옥외집회에 대한 규제 자체가 위헌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헌법재판소도 판결에서 “심야의 옥외집회 또는 시위는 시민의 평온을 해칠 수 있고, 폭력행위의 발생에 대한 대처와 치안 유지의 어려움이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제한시간의 범위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로 너무나 포괄적으로 돼 있는 만큼 범위를 구체화할 것을 주문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비춰볼 때 모든 야간집회가 불법 폭력시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야간에는 집회이외에도 더 많은 치안수요가 있고, 민생치안의 ‘구멍’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야간집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책이다. 여기에 최근 2008년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유죄와 무죄가 담당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등 혼란마저 초래되고 있다. 또한 불법 폭력시위 가운데 상당수가 야간집회에 일어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2008년의 경우 불법폭력시위 89건 중 80%, 지난해는 불법폭력시위 45건 중 40%가 야간집회 도중 발생했다. 현실적으로 볼 때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주문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4월 중 집시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는 6월까지 집시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존 법률이 효력 상실됨과 동시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일정을 고려할 때에도 4월 임시국회가 집시법 개정안 통과의 호기이자 마지노선이다. 정책과 법률의 제정은 모두 국민의 편에서 이뤄져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집회시위에 대한 권리를 신장했다면, 이젠 집시법 개정으로 국민의 공익을 보호하고 민생치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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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요즘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젊은 시인 문태준의 ‘꽃진자리’라는 시다. 시인의 노래처럼 ‘빈 의자’에 앉는다는 것은 ‘생각을 깊게 한다’는 것이다. 하여 생각이 깊다는 것은 그만큼 사유의 폭이 깊고 넓다는 얘기와 상통한다. 하지만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은 사람으로서 감내하기 힘든 일이다. 그것은 ‘붉은 꽃잎’ 즉, 영화로운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와 다른 이에게 자리를 비워주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란 게 있다. 인간의 속성상 어떤 물건을 보면 그것을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뜻이다. 특히 한 번 소유한 것에 대해선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게 인간의 속성이다. 노욕(老慾)도 이런 속성과 무관치 않다. 그렇다. 문 시인의 읊조림처럼 꽃진자리는 아름답다. 꽃이 진 자리는 비었지만, 그 빈 자리엔 반드시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즉 ‘비움’을 통해서 ‘또 다른 채움’을 안겨주는 자연의 섭리를 시인은 속삭이고 있다. 요즘, 흡사 ‘꽃진자리’라는 시의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이가 있다. 박광태 광주시장이 바로 그다. 그는 누가 뭐래도 6·2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광주시장 후보였고, 특히 역대 어느 시장보다 폭넓은 지지와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다. 때문에 ‘3선’이란 점에서 다소의 저항은 있었지만, ‘고지’를 넘는 데엔 무리가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18일 급작스럽게 6·2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6·2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물론이거니와 지역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때가 때인지라, 요즘 서너 명만 모여도 선거가 주요 화젯거리다. 그 중심엔 늘 박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가 회자되고 있는 건, 그가 보여준 ‘아름다운 퇴장’의 모습 때문일 터이다. 지금, 박 시장에 대한 인기 투표를 실시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기존의 몇 배 이상의 점수를 받을 게 틀림없다. 그만큼 그를 향한 시민적 애정이 높다는 뜻이다. 박 시장은 그동안 3선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해온 줄 안다. 그런 그가 불출마 결단을 내리기까진 형언할 수 없는 고뇌와 갈등이 있었을 게 분명하다. 그의 이런 심경은 기자회견에서 오롯히 묻어있다. 이날 박 시장은 “세 번의 국회의원과 두 번의 단체장을 시켜준 광주시민들에게 많은 빚을 졌는데, 갚지도 못하고 출마를 포기하게 됐다”면서 “현직을 떠나 자연인으로, 일반인으로 광주시민과 나라 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시민 앞에 머리숙였다. 박 시장의 불출마 배경은 분명하다. 민주당의 시민배심원제가 원인이다. 박 시장은 이날 “위대한 광주의 시장과 후보는 광주시민들이 뽑아야 한다”며 “시장 선택권이 타 지역에 있다는 것은 광주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고, (내가)희생해 불출마하는 것으로 중앙당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당한 얘기다. 민주화의 상징인 광주의 수장으로서 누구보다 자긍심을 지켜왔던 박 시장으로선 당연한 지적이며, 시장 후보를 외지인이 결정하는 데 대한 광주시민의 자존심과 명예를 지켜내지 못한 시장으로서의 고뇌가 컸음이 읽혀진다. 돌이켜보건대, 광주 북구에서 국회의원 3선에 이어 민선 3,4기 광주시장을 지낸 그는 실로 많은 일을 해냈다. 재수 끝에 일궈낸 2015 하계 U대회 유치라든지, 빛고을 노인건강타운, 광주 R&D 특구, 광산업 육성, 클린디젤 부품 전용공단 조성 등은 그의 피와 땀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특히 지난 2001년 4천 500억원에 불과했던 국비를 2조원 시대로 끌어올렸는가 하면, 만년 소비도시에서 생산도시로 탈바꿈 시킨 이도 바로 박 시장이다. 이제 그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한 시인의 노래처럼 그는 ‘열매’를 맺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역시 ‘큰 정치인’다운 ‘통 큰 결단’이다. 그의 ‘꽃진자리’에 무슨 열매가 열지, 내일이 궁금하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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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전열이 흐트러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개혁공천’을 내세워 빼어든 ‘시민배심원제’ 카드가 지역민은 물론 출마자들 사이에서 강한 저항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민주당 소속 현직 단체장 뿐만 아니라 당 간판을 달고 선거에 나설 예비후보자들의 ‘민주당 외면’ 현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가 된 민주당의 ‘시민배심원제’는 도입 초기부터 의구심을 품게 했다. 사실 열린우리당 출신 민주당 지도부가 ‘시민배심원제’를 앞세워 구 민주계 등 특정후보를 밀어내기 위한 하나의 술책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때문에 지역정가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시민배심원제는 ‘혁신 공천의 희생양을 만들기 위한 술수’라는 사실이 정설로 굳어졌다. 민주당은 이같은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이의 추측을 방증케 할만한 근거들은 주변에 널려 있다. 당이 이 제도를 도입한 지역을 들여다보면 현역 단체장들이 대부분 옛 민주당 소속인 데 반해,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열린우리당 쪽이란 점이다.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박광태 광주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밝힌 것처럼, 민주화의 상징인 광주시의 수장을 뽑는 일에 외지인을 개입시킨다는 것은 광주시민의 명예와 자존심이 걸려있는 문제여서 불쾌하기 짝이 없다. 현재 민주당은 광주광역시장과 남구청장, 무안군수 경선에 시민배심원제 도입을 결정했다. 또 광주 북구청장, 전남 순천시장, 여수시장 경선에 대해서도 도입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모양이다. 바로 이것이 민주당 파열음의 진원지다. 시민배심원제 도입이 결정된 광주·전남 기초단체장들은 이 제도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하며 무소속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이 이대로 진행시킨다면 이들 단체장들은 결국 ‘무소속 ’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들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을 땐 민주당의 치명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이들 단체장들은 현직 프리미엄이 강하게 어필되고 있는데다, 지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민주당의 ‘시민배심원제’는 득보다 실이 크다. 민주당이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 삼간을 태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설
남도일보
201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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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 ‘야외에서 크게 베푸는 설법(說法)의 자리’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야단(野壇)’은 ‘뜰 바깥에 세운 단’이란 뜻이고, ‘법석(法席)’은 ‘법회석중(法會席中)’을 줄인 것으로 ‘법회에서 대사(大師)의 설법(說法)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둘러 앉아 불경을 읽는 매우 엄숙한 자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서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라는 뜻이다. 따라서 야단법석은 사부대중(四部大衆)이 차별없이 평등하게 참여하여 법을 묻고 길을 묻는 불교 고유의 소통 방식이다. 야단법석은 원래 모두가 함께 모여 불법을 서로 묻고 답하는 가운데 깨달음을 이루고자 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서 서로 다투고 떠들고 하는 시끄럽고 어수선한 상태’이라는 뜻으로 많이 알고 있다. 중벼슬이 닭벼슬보다 못하다는 세간의 따가운 시선에 불구하고 스님들끼리 서로 자리다툼하느라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빗대어서 풍자하는 뜻으로 고착되었다. 석가(釋迦)의 설법(設法)은 처음에 법당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점점 늘어나는 사람들을 비좁은 법당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석가는 야외로 나가 단을 펴고 불법(佛法)을 전하게 됐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모였을 때는 석가가 영취산(靈鷲山) 야단법석에서 설법할 때라고 한다. 그때 모였던 사람이 무려 3백만명이었다고 하니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부처의 설법 자리는 엄숙하고 경건함 그 자체로서 신성성을 가진다. 설령 그보다 더 많은 숫자가 모였다 할지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하여 시끄럽고 경황이 없었을 것이라고 하는 것은 지레짐작일 뿐 불교의 본질을 왜곡한 부정적인 인식이다. 시끄럽고 경황이 없는 곳은 불특성 다수가 모인 저자거리이지 종교의 신성한 의식공간은 아니다. 이는 천주교의 성당, 기독교의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법정(法頂, 1932~2010)스님이 남긴 책들로 인해 서점가에서 야단법석이다. 말빚을 청산하겠다는 참뜻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품귀현상에다가 어떤 책은 웃돈을 얹어 파는 등 아우성이다. 평소 ‘무소유(無所有) 정신’으로 우리네 가슴을 맑고 향기롭게 해주던 그분의 말씀을 정작 거꾸로 ‘무소유’를 ‘소유’하려는 욕망으로 비춰지는 것같아 씁쓸하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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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사람들은 하늘이 붉고 누렇게 변한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이날 황사 농도가 흑산도가 2천712㎍/㎥, 진도가 2천408㎍/㎥로 황사 관측사상 최대의 미세먼지농도를 기록했다. 올 들어 첫 황사가 1월 25일 발생, 지난해보다 한 달 가량 빨리 관측되었으며 관측일수는 과거 2000년 이전에는 평균 3.8일, 최근 10년에는 9.2일로 2배가 넘고 있다. 이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황사 발원지인 고비사막과 내몽골 지역, 만주 지역의 사막지역이 점차 동쪽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올해는 다른 해보다 일찍 눈이 녹아 건조한 상태가 지속되어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모래먼지를 몰고 온 것으로 여겨진다. 기상청의 2009년도 황사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에 총 10차례의 황사가 관측되었는데 봄철(3∼5월)에 4회, 가을과 겨울에 각각 3회씩 나타났다. 발원지 별로 보면 몽골ㆍ내몽골이 7회이고 만주지역이 3회로 나타나 봄철뿐만 아니라 계절에 관계없이 가을과 겨울에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만주지역에서 발생한 황사는 북한을 거쳐 유입되었고, 몽골·내몽골에서 발생한 황사는 중국 산둥반도·요동반도를 통해 북서쪽에서 유입됐다. 일상적인 대기 중 먼지량은 평균 60㎍/㎥이지만 이보다 약 7배 가량 많은 400㎍/㎥이상인 경우에 황사로 보고 있다. 문제는 최근 중국의 공업화로 유해물질이 황사에 포함되어 날아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황사의 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한·일 해협연안 시·도·현 환경기술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우리나라는 전남도 등 4개 시·도와 일본에서는 후쿠오카현 등 4개 현이 공동으로 ‘황사현상시 대기오염물질 분포 및 특성조사’를 한 결과 황사 발생시 미세먼지, 알루미늄, 철 등은 일본보다 한국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황사로 인한 피해가 불특정 다수인의 건강과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산업과 농축산분야 등에 광범위하게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어 황사로 인한 재산상 피해 발생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재난상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한다. 황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황사가 알레르기성 결막염, 비염, 기관지천식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어린이 노약자는 외출을 삼가고 창문을 닫아 미세먼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어야 한다. 외출할 때에는 마스크, 보호용 안경 등을 착용하고 귀가 시에는 손발을 깨끗이 씻고 식염수로 코와 목을 세척하고 가급적 물을 많이 마셔 체내에 들어오는 미세먼지와 유해물질을 희석해 몸 밖으로 배출시켜 황사로부터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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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몇일 지나면 식목일이다. 내가 심은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서 아름드리 큰나무가 되리라는 상상을 하며 여기저기에 나무를 심는 식목일이 다가온다. 매년 반복되는 행사이지만 올해의 식목일엔 뭔가 색다른 제안을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 역시 산림녹화를 위해 1948년에 제정되어 초등학교시절부터 매년 편백나무, 버드나무 등을 들고 산으로 산으로 향했던 6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39년전 이맘때인 1971년 4월 5일에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3부요인과 함께 경부고속도로변 김곡리 산에 밤나무와 잣나무 등 3만2천400그루를 심었다는 뉴스기록이 있다. 잘 조성된 숲 1㏊에서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16톤이나 흡수하고 사람의 생명줄인 산소는 한사람이 하루에 0.75㎏를 필요로 하는 양을 12톤이나 되는 산소를 제공한다. 여기에다 숲에는 피톤치드라는 방향성물질이 넘쳐 난다고 한다. 최근에는 잊을 만하면 심심치 않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지난 80년 동안 4월 5일 식목일의 평균온도가 3℃나 상승했다고 한다. 우리지역의 기상 역시 3월 평균이 60년 중반에 5.9℃이던 것이 2000년 중반에는 7.2℃로 1.3℃가 올랐다. 여기에서 매년 식목일이 다가오면 떠오르는 너무도 유명한 말이 생각난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스피노자의 말이…. 이것은 운명이 닥쳤을 때 무슨 특별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즉, 운명을 사랑하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 내포되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심는 즐거움과 수확의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과일나무를 몇 그루씩 심었으면 하는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봄에는 화사한 꽃을, 여름에는 싱그러운 그늘을, 가을에는 풍성한 수확과 달콤한 과일을 맛보는 즐거움을 주는 일거삼득이 되는 과일나무를…. 그 가운데에서도 감나무가 어떨까. 감나무는 이번 3월의 폭설처럼 이상저온에도 비교적 이겨내며 나무 가꾸기가 수월할 뿐 아니라 감잎에는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감기예방을 위한 감잎차의 재료로서 자타가 효능을 인정하고 있다. 또 감은 옛날부터 한방에서 감꼭지를 말려 달여 먹고 땡감의 즙액은 뱀, 벌, 모기 등에 물린 상처에 바르기도 했다. 특히 단감은 우리가 사는 남쪽에만 재배가 가능한 하늘이 준 혜택의 과일이기 때문이다. 몇 년 후에 나와 내 자녀에게 가져다줄 풍요의 가을을 생각하는 식목의 날을 생각한다면 이번 식목일에는 가족 수만큼 이름표를 붙인 감나무 심기를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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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김길태 사건’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사건 발생 한 달이 가까워지도록 신문이나 방송에서 비쳐지는 범인 김길태는 과연 인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도 인간이었기에 살고 싶은 욕망 저버리지 못하고 사건이후 계속 법망을 피해 다니며 살았을 것이다. 붙잡히고 나서도 자기가 저지른 죄 값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며 온갖 거짓말과 변명으로 수사관들을 헷갈리게 하지 않았던가. 하기야 자기의 죄를 알 정도로 양심과 도덕이 있었다면 그런 끔찍한 일을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도심의 작은 골목에서 빵을 굽는 아주머니는 해가 질 무렵이면 하루 중 제일로 손님이 북적거려 손이 열 개여도 모자라는 시간대이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내 어린 자식들이 행여 어쩔까 염려하는 마음 때문에 장사도 그르칠 때가 많다고 한다. 남들처럼 넉넉하지 못해서 과외나 학원 등은 엄두도 못 내기에 학교가 끝나면 골목에서 운영하는 포장마차 주위로 와서 있어주기를 바랬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어서 여간 괴롭다고 하신다. 조금만 눈에 안 보여도 애들 걱정 때문에 굽던 빵이 시커멓게 타는 줄도 모르고 정신을 빼앗기거나 때로는 찾으러 나가기도 한다면서 울먹거리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여 가슴이 아팠다. 그럴 만도 하시겠지 하고 넘기기엔 자식을 길러본 사람이거나 기르고 있는 사람이면 쉽게 지나칠 일은 아니었다. 옛날에는 이런 흉측스런 일이 없었을 때였는데도 우리 부모님들은 눈밖에서만 벗어나면 걱정으로 살으셨는데 하물며 이런 불안한 시대에서 부모들은 어쩌겠는가. 1년 전쯤 부녀자 납치 그리고 성폭행 후 살인하며 암매장하는 일을 밥 먹듯 벌였던 경기도에서 일어났던 사건은 그 당시 우리 부모님들을 얼마나 소름끼치게 했었던가. 다시는 저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야단이었지만 그런 우리들의 바람은 물거품이 되고 또다시 경악스러움에 소름이 끼치니 이 일이 지나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하루하루가 불안스럽기만 한 나날들이다. 가장 나약한 미성년자들을 노려 저지르는 성범죄는 범죄 중 가장 악질적인 범죄인줄 다 알지만 인간이기를 스스로 거부하면서 이 땅에서 그 범죄가 끊이지를 않고 있으니 기성세대로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이런 일들로 죽어가는 경우가 너무도 빈번하여 어른들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국가에서도 이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이런 대책 저런 대책 등 쏟아내지만 부모들이 받아들이기엔 만족하지 않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민주주의에선 법질서가 있어 제정하고 검토하여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여간 그 과정과 시간의 소요가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런 일만큼은 조금 더 신속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희망은 모두의 희망이 되지 않을까. 성범죄로 감옥에 갔다가 풀려나와 나라 안에서 활개치고 다니는 전과자가 200여명 넘게 그 행보마저 알 수 없게 되었다니 이런 와중에서 더욱 소름을 끼치게 한다. 가뜩이나 저출산과 인구감소로 어린아이 한명이 너무도 소중한 현실이다. 어렵게 어렵게 태어나서 겨우 제 앞가림 할 수 있게 된 상황인데 하루 사이에 실종되고 유괴되어 최후에는 시신으로 발견된다면 당사자는 죽어서 말이 없지만 가족들의 슬픔은 상상이나 하겠는가. 죽은 자식 가슴에다 묻고 평생을 살아가야하는 부모의 심정은 이제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내 가정, 내 가족, 내 자식의 일이 되어가고 있으니 한시라도 방관해서는 안 되겠다. 인간도 아닌 그런 범죄자들만을 욕하고 탓하고 있다가는 당하는 사람들만 억울하고 분하게 되니 내 자식들 보호에 최선을 다하자고 말해두고 싶다. 그러면서 사회적인 대처와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대책도 늘 탄원하여 살기 좋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모두가 동참했으면 하는 생각 간절할 뿐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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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가 다가옴에따라 ‘선거 고질병’이 또 도졌다. 광주시장 선거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연일 쏟아내는 후보간 설전을 지켜보면 과연 그들이 광주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인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정치적 공방은 어디 그들만의 얘기이겠는가만, 그래도 너무하는 것 같다. 각 후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상대 정치인에 대한 비방을 일삼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저급문화를 스스럼없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공천을 둘러싸고 계파간 대결 양상까지 연출되고 있는 마당이다. 선거때마다 되살아나는 ‘계파간 갈등’은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뿐, 득표엔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명색이 지역 살림을 맡겠다는 이들에겐 소신과 정치철학이 있어야할진대, 그들에게선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이같은 정치 현실을 직시한 지역민들은 정치에 혐오감을 느껴 ‘정치가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고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쉽게 말해서 그들에게 걸 희망도 기대도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국가와 지역을 위하려는 마음보다 자신의 명예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행태들을 보여줬던 게 사실이다. 특히 국민들은 정치의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에서 소외당하고 무시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비로소 유권자들이 목소리를 키울 때다. 6·2 지방선거에서 ‘네거티브 전략’으로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후보들에 대해서는 준엄한 심판이 내려져야 마땅하다. 유권자의 저력으로 저질 정치인들을 정치판에서 완전히 격리시키자는 얘기다. 특히 이번 6·2 지방선거 만큼은 정도(正道)를 걷지않고 반칙이나 일삼는, 지역민들을 자신들의 노리갯감 쯤으로 여기는 후보에 대해선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먼저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두 눈을 부릅뜨고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서 지역 일꾼을 뽑아야 한다. 그런데 걱정이 크다. 지역 일꾼을 자처하고 나선 후보들의 정책은 간 데 없고 네커티브 전략만 난무하고 있으니 그렇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다. 건전한 정책 대결만이 ‘지방선거 승리’의 지름길임을 그들에게 알게 해 줘야 한다. 민주주의는 유권자에 의해 좌우됨을 입이 마르도록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설
남도일보
201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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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날에 내리는 눈’이라는 뜻으로 조선중기 때 이름난 시인인 습재 권벽(習齋 權擘, 1520~1593)의 시제목이다. 권벽은 학식(學識)과 문벌(門閥)이 높은 선비에게만 주어지는 청환직(淸宦職)을 두루 거친 인물로 나랏일 외에는 오로지 시문(詩文)에 힘썼다고 한다. 그의 아들은 최고의 시인으로 우뚝 솟은 석주 권필(1569~1612)이다. “예부터 춘분지나 눈내리는 일 드물거늘[雪入春分自古稀]/ 불조심하는 한식 추위 더해주네[禁煙時節助寒威]/ 시샘하듯 매화 속여 맑은 향 돌아오게 하고[欺梅似妬香魂返]/ 버들에 붙어 먼저 꽃으로 피니 어지러이 솜털 날리네[着柳先成亂絮飛]/ 하늘의 절기 늦어진 걸 알았으니[已覺天時差較晩]/ 사람의 일도 더욱 어긋나겠구나[從敎人事轉相違]/ 어찌하면 꽃을 재촉하는 비로 바꾸어[何當變作催花雨]/ 봄님과 사이좋게 피어나게 할꼬[好與東君共發揮]” 일곱자 여덟구로 이루어진 칠언율시(七言律詩)이다. 포근하고 따뜻해야 할 봄날에 느닷없이 눈이 내렸다. 그러나 예부터 드문 일이라 시인은 조심스럽다. 게다가 이맘 때는 바람의 기운이 세서 되도록 불을 금했고, 이에 따라 찬밥을 먹는 때이다. 봄을 맘껏 즐기던 매화는 갑작스런 눈에 속은 것이 분해서 향내를 감췄다. 버들개지는 아직 움도 안텄는데 눈이 먼저 달라붙어 마치 눈꽃이 핀 것처럼 하늘거린다. 갑자기 겨울로 되돌아간 풍경이다. 그러나 여기서 시인의 근심걱정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하늘의 질서가 어긋나서 화창해야 할 봄날에 눈이 내리고 있으니 인간 세상 또한 어그러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행간에 담고 있다. 행여 난리가 나지 않을까, 흉년이 들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탓에 봄날 내리는 눈이 반갑지 못하다. 한시라도 빨리 봄꽃들이 다투어 필 수 있도록 비로 바꾸어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리하면 봄님과 함께 봄날 풍경을 맘껏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하고 끝맺는다. 봄날씨는 변덕스럽다. 비유하자면 럭비공같다고나 할까. 달걀처럼 생긴 공을 던져 떨어뜨리면 어디로 튈지 아무도 짐작못한다. 봄날씨도 이와 같아서 날이 화창하게 맑은가 하면 갑자기 매서운 바람을 몰고 온다. 포근한 날씨만 믿고 옷을 가볍게 입고 나갔다가 벌벌 떨며 괜히 옷에게 화풀이한다. 게다가 대륙의 불청객이자 거친 모래바람 황사(黃紗)는 해매다 더 기승을 부리니 봄날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여름을 맞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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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동안 많은 불법 폭력집회 시위 현장을 보면서 모두가 우려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 수많은 불법집회 시위로 폭력이 난무하고 공공 기물이 파손되는 후진국 수준의 집회가 자행돼 왔었다. 도로를 점거하고 쇠파이프와 각목, 죽창을 휘둘러 폭력으로 몰아붙이는 과격한 행동이 공공의 안전까지 위협했고 서민들의 생계에도 지장을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동안 우리 모두는 평화적 시위문화정착을 갈망했고 과격한 행동의 폭력행위 자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공권력에 도전해 이를 약화시키는 결과만 되풀이됐다. 이런 와중에 집시법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결정이 내려져 개정작업에 들어간 실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대한 헌법재판소판결의 결론은 야간의 모든 시간, 장소에서의 집회를 일률적으로 제한한 것은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과잉하게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인 바 당장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으면 많은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어 일단 2010년 6월말을 시한으로 해 개정될 때 까지만 잠정적으로 적용하라는 취지다. 이에 따른 가장 큰 문제점으로 금년 6월말까지 집시법 개정이 무산되면 현행 집시법의 야간집회 관련 조항은 효력을 잃게 돼 대규모 야간집회 시위를 막을 근거가 없어진다는 데 있다. 위헌 결정으로 집시법상 야간 옥외집회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을 조속히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 개정작업을 미루고 방치할 경우 발생되는 부작용으로 야간에는 주간보다 불법집회 시위자의 신분은폐가 용이한 반면 불법행위에 대한 채증은 더욱 곤란해 불법집회 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집회장소 주변의 시민과 상인들의 휴식권, 영업권 침해 및 야간 다수인원 운집으로 인한 교통 혼잡이 초래된다. 그리고 야간집회를 관리하기 위한 경찰력 집중 투입 등 치안수요가 급증해 상대적으로 민생치안확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많다. 특히 금년에는 G20, 4대강개발, 노동계 파업 등 이슈가 풍부해 불법폭력 시위 빈발로 인한 국가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 이러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야간집회 허용에 관한 법률 개정을 기간 내 해야 하고 여러 가지 부작용과 위험성 등을 면밀히 검토, 분석해 가장 평온하고 안정된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이 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해야 함은 물론 불법폭력 집회시위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강구했으면 한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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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은 날로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예방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올해는 ‘수질개선 과제와 도전을 위한 의사소통 (Communicating Water Quality Challenges and Opportunities)’이라는 주제를 선정해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동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가뭄과 홍수같은 이상기후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인한 지구촌생태계의 순환에 장애를 발생시키는 유무형적인 피해는 실로 매우 크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최근의 가뭄은 2001년 전국적으로 3월부터 6월까지 영향을 받았는데, 지역별로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게는 10%, 많아야 68% 수준에 불과했다. ‘2001 가뭄극복추진종합보고서’는 전국 86개 시군, 9만3천615세대, 30만 4천815명이 제한급수로 인한 극심한 피해를 겪었다고 가뭄 상황을 전한다. 또한 2008년 홍수기 이후부터 2009년 홍수기 이전까지 가뭄이 발생하여 고통을 받았음을 기억하고 있다. 2002년 8월말에는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하루 870.5mm의 비가 내려 일최대강우량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20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실종됐으며, 농경지 1만 7천여 ㏊가 침수되고 5조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입었다. 2003년 9월 중순에는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118명이 사망, 13명이 실종되고 4조 2천225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일련의 이상기후에 따른 심각한 기상상황 하에서도 K-water 전남서남권관리단에서 관리하는 지자체에는 물사정이 좋은 곳에서 부족한 지역으로 물을 보내는 광역급수나 상수도간 연계운영, 생공용수 확보를 위한 기술지원 등 급수 체계 개선 및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완벽한 물관리체계를 총력 가동하고 있다. 장흥댐 상류유역 오염원관리강화, 지속적인 수질모니터링을 통한 신속한 취수구 위치변경, 선제적 조류저감대책 시행으로 조류영향 최소화 등 양질의 상수원수를 공급하고 이상기후에도 수용가의 피해가 나타나지 않도록 수질개선 노력 역시 끊임없이 추진해 나가고 있다. 열여덟번째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수자원 여건이 극히 불리한 우리나라의 물위기를 새롭게 인식하고, 철저한 물관리와 효율화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물로 더 행복한 세상’이 하루빨리 이루어 지기를 바래본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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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은 지난 18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가올 지방자치선거에서 민선 제5대 광주시장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중앙당의 시민배심원제의 전문배심원단을 광주시민으로 정해줄 것을 간곡하게 요구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경선에 불참키로 했다. 민선시대 이후 광주·전남 지역에서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광역단체장은 박 시장이 유일하다. 늘 광주 정치의 한 축이었고, 3선 도전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거니와, 3선이 유력시돼왔다는 점에서 그의 이런 모습이 ‘아름다운 퇴장이며, 훌륭한 政治人이며, 거물의 政治人’이라고 시민들은 평가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주민의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는 것이고, 나아가 단체장의 혁신적 리더십을 기대해서 지역의 발전과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이 그 시작의 의미였다. 국가에서 임명해준 단체장은 거쳐가는 자리로 인식했기 때문에 주민에 대한 봉사정신, 지역발전에 대한 강한 신념, 의지는 본래부터 없기 때문이다. 광주시장을 선출하는데, 광주의 특수성을 알지 못하는 서울의 배심원이 뽑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또한 광주시장 후보는 광주시민의 손으로 뽑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것도 분명하다. 그는 시민 50%, 당원 50%의 국민참여경선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시민배심원단도 광주시민 100%로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 마저도 중앙당이 수용하지 않았다. 민주화의 상징인 광주시의 수장으로서 누구보다 자긍심을 가져왔던 박 시장으로선 당연한 지적이며, 시장후보를 외지인이 결정하는데 대한 광주시민의 자존심을 지켜내지 못한 시장으로서의 고뇌가 컸음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동안 벌여놓은 사업을 마무리짓기 위해 출마를 고려했으나 뜻을 접기로 했으며, 남은 임기를 무리없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솔직히 시민배심원제는 혁신공천의 희생양을 만들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미 지역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취지를 볼 때 박광태 시장이 3선을 접은 것은 본인이나 광주시를 위해서 손실이 크다. 박광태 시장이 지역발전에 대한 공헌과 정치적으로 후진에게 길을 열어준다는 의미는 한국의 정치발전을 위한 큰 결단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는 아직도 광주를 이끌어갈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갖고 있다. 그는 민선 3기와 4기의 지난 8년 동안 낙후된 광주를 살기 좋은 광주로, 부자 광주로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했고, 특히 경제가 살아야 시민이 산다는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는 3선 국회의원과 국회 산자위원장을 역임하였고, 2002년 지방선거와 2006년에도 재선에 성공하였다. 그는 특유의 뚝심과 리더십으로 중앙부처 예산을 확보하고 증심사 지구 복원,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광산업 유치, 광주연구개발특구 등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추진해왔다. 광주를 살기 좋은 1등 광주로 만들려고 모든 일을 강력히 추진하기도 하였다. 국제적인 지식이 풍부하여 국제화에 많은 능력을 갖고 있다. 광주공항의 국제선 유치에도 노력하였고, 광주공항에서 국제선이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되면 망한다는 것을 알고, 광주공항에 10억원을 들여 국제선 통로를 만들려고 했으나 건교부의 반대로 수포로 돌아갔다. 작년부터는 관광산업이 앞으로 중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관광객 유치에 노력하였다. 노대동의 노인건강타운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이것을 보기 위해 금년에 중국에서 1만4천여명을 유치하기도 하였다. 광주에 필요한 특급호텔 유치, 민속마을건립이라던가, 돔구장 건설 등을 생각한다는 것은 역대 시장들이 하지 못한 것을 하였다. 광주가 잘 살고 다른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박광태 시장을 능가할 인물이 나와야 하는 데, 광주로서는 큰 손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앞으로 진정한 광주를 사랑하고, 광주를 국제화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할 것 같다. 누구나 일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박 시장처럼 능력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광주를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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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도전을 준비해온 박광태 광주시장이 6·2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시장은 어제 오전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 번의 국회의원과 두 번의 단체장을 시켜준 광주시민들에게 많은 빚을 졌는데, 갚지도 못하고 출마를 포기하게 됐다”며 “현직을 떠나 자연인으로, 일반인으로 광주시민과 나라 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박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여론 지지도 추이와 민주당에서 논의되던 경선방식의 유·불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출마 여부를 저울질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급작스런 불출마 선언은 정가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게 분명해 6·2 선거를 앞둔 정치판의 요동은 불을 보듯하다. 박 시장의 불출마 선언 배경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시민배심원제 문제다. 박 시장은 이날 “위대한 광주의 시장과 후보는 광주시민들이 뽑아야 한다”며 “시장 선택권이 타 지역에 있다는 것은 광주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고, (내가)희생해 불출마하는 것으로 중앙당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성토했다. 지당한 얘기다. 민주화의 상징인 광주시의 수장으로서 누구보다 자긍심을 가져왔던 박 시장으로선 당연한 지적이며, 시장후보를 외지인이 결정하는 데 대한 광주시민의 자존심을 지켜내지 못한 시장으로서의 고뇌가 컸음도 읽혀진다. 솔직히 시민배심원제는 ‘혁신 공천의 희생양을 만들기 위한 술수’라는 지적이 이미 지역정가에선 정설로 굳어진 게 사실이다. 특히 3선에 도전하는 박 시장이 중앙당의 의도을 모를 리 없을 터, 결국 이러한 분위기가 그로 하여금 불출마 결단을 내리게 한 동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다른 하나는 ‘1등 광주 완성‘을 기치로 3선 도전의지를 보였던 박 시장이 전격적으로 출마의 뜻을 접은 것은 ‘명예로운 퇴장’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때문에 중앙당의 경선 방식에 막혀 3선 출마는 포기했지만, ‘정치 9단’의 박 시장이 이대로 정계를 은퇴하리라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민주당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유야 어찌됐던 박 시장의 6·2 선거 불출마 선언은 그가 ‘큰 그릇’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대목이다. 향후 그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사설
남도일보
2010.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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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의 즐거움 세 가지’라는 뜻으로 『맹자(孟子)』편에 나오는 말이다. 보통 군자라고 하면 도덕적인 인간을 떠올린다. 세상 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제 인격수양만을 일삼는 것은 진정한 군자가 아니다. 오늘날에는 인격적인 완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앎을 바로 알아 세상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지식인을 군자의 모범으로 삼는다. 이처럼 군자에 대한 개념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인격과 도덕의 완성이라는 본질만큼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여기에 천하의 왕노릇하는 것은 들어 있지 않다. 부모님 모두 살아계시고 형제 간에 아무런 탈이 없는 것이 첫번째 즐거움이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두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에 뛰어난 인재를 만나서 가르치고 기르는 것이 세번째 즐거움이다. 군자에게는 이와 같은 세 가지 즐거움이 있나니 천하에 왕노릇하는 것은 여기에 들어있지 않다.” 첫번째 즐거움은 하늘이 내려준 것이다. 부모를 통해 내 한 몸이 태어났으니 고맙고 감사하다. 두 분 모두 건강하게 살고 계시니 또한 은혜롭다. 형제 간에 다투지 않고 우애있게 지낸다면 더없이 평화롭다. 두번째 즐거움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강조한다. 드러낼 것도 감출 것도 없으니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자연스러운 삶이다. 이는 그냥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격수양을 통해 이룩한 자아실현에서만 가능하다. 두번째 즐거움이 ‘나[안]의 완성’을 강조했다면, 세번째 즐거움은 ‘우리[밖]의 완성’을 지향한다. 천하의 뛰어난 인재를 만나 자신이 이룩한 앎을 올곧게 정리하여 후생(後生)에게 전할 수 있다면 학문의 발전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의 삶을 유익하게 할 것이다. 곧 모두가 함께 인격적 완성을 지향하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천하의 인재를 만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고매한 인격과 폭넓은 앎을 갖춘 자에게만 인재가 몰려드는 법이다. 孟子는 천하에 왕노릇하는 것이 군자가 지닌 세 가지 즐거움에 들어있지 않다고 앞뒤에서 두번씩이나 강조한다. 임금은 통치하지만 군자는 배움과 가르침을 통해 사회적 질서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보다 군자의 몫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군자가 많아질수록 우리네 삶은 넉넉하고 윤택하여 맑고 향기로움으로 가득차지 않겠는가.
칼럼
남도일보
2010.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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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이다.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다. 마른나무에 물이 오르고 대지에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은 긴 잠에서 깨어나고 햇볕은 따사로우며 바람은 훈훈하다. 봄은 일 년의 시작이다. 그 해의 농사는 봄에 시작한다.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던가. 봄은 씨앗을 뿌리는 철이다. 그래서 봄을 ‘경종(耕種)의 계절’이라고 한다. 봄에 가래질을 깊이하고 퇴비를 주어 땅힘을 돋운 다음 좋은 종자를 골라 뿌려야 가을에 풍년농사를 바랄 수 있다. 논밭을 갈고 거름을 주는 일은 농부의 근면함과 성실함에 달려 있다. 그러나 종자를 고르는 일은 농부의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의 지(智)는 지식의 지(知)가 상당 세월(日)이 지나야 쌓이는 것이라고 나는 풀이한다. 그렇다. 지식이 금방 지혜가 되지는 않는다. 농사를 상당 기간 지어본 농부라야 농사에 대한 지혜가 있다. 지혜는 지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지식보다 몇 차원 높은 경지의 것이다. 농부는 지식도 활용하지만 주로 지혜를 발휘, 그 해 쓸 종자를 선정한다. 가령 쓰러짐이나 병충해에는 어느 정도 강한지, 다른 품종에 비해 평균 수확량은 어떤지, 수확물의 맛이나 저장성은 어떤지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고려한다. 그러나 종묘상은 말할 것도 없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추천을 해도 지혜있는 농부는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렇게 추천된 종자들은 단지 시험재배용일 뿐이다. 타 지역에서 우수 품종으로 정평이 나 있는 것도 처음부터 대단위로 재배하지 않는다. 시험재배를 거듭한 끝에 농부 자신의 판단으로 확신이 설 때 어떤 품종을 선택한다. 오는 6월 2일은 광역과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회의원과 기초단체의회의원, 시·도 교육감과 교육의원 등을 선거하는 날이다. 지역일꾼을 뽑는 일이 농부의 종자 고르는 일과 똑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농부의 종자 고르는 일에서 무언가 본받을 것이 많다.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되도록 많이 모아 주도면밀하게 비교, 검토해 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 이 시대와 작금의 상황이 요구하는 인물이 과연 누구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이는 종자 고르는 일보다는 훨씬 중요하다. 이제는 1년 농사가 아니라 4년 농사이며 한 사람의 농사가 아니라 한 집단의 농사이기 때문이다. 많은 후보들 가운데 가장 적임자를 가려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농부 같은 지혜에다 이에 더해 역사인식이 필요하다. 역사인식이란 무엇인가. 바로 가치판단이다.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 그러면 무엇 하려 배우는가. 역사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함께 들어 있다. 좋은 면은 받아들여 실천하고 나쁜 면은 배척하여 다시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것이 역사를 배우는 이유다. 여기에서 역사인식이 형성되고 역사인식은 곧 가치판단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정확한 역사인식, 즉 가치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학연이나 지연, 혈연 등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투표에 의한 선거가 시작된 근세역사를 배워 알고 있다. 잘못을 늘 되풀이하는 것은 미개인이나 하는 짓이다. 한 번의 주권행사가 지역의 앞날에 커다란 발전을 가져올 수도, 적잖은 후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나 자신의 지혜와 역사인식 외엔 그 무엇도 믿거나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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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고 남은 것이 있다면 맑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썼으면 한다”는 말은 매우 시적이고 인간적인 말이었다. 한 시간 동안 법문을 강하다가 마지막 하신 말로 “나머지는 꽃에게 물어라”라고 하면서 강을 맺었다는 이야기도 강을 마치면서 쿵하고 마루바닥을 장으로 내리친 성철 스님의 권위주의적인 맺음보다 매우 인간적이고 시적인 충격과 공감을 준다. 시인 이해인 수녀가 회상한 법정 스님과의 북일암과 바다가의 데이트에 대한 회상에 나타난 스님의 모습도 매우 인간적이고 시적이다. ‘무소유’를 포함한 당신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시를 공부하는 사람, 시를 쓰는 사람이 스님의 글을 읽으면 시가 가는 바른 길을 거기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법정 스님은 시인이었다. 법정 스님이 시인이었다는 것은 그분이 가진 자연과 인간에 대한 진한 애정과 관계가 있다. 사계절 변화하는 꽃이나 새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눈에 띤 풀이나 구름, 그리고 철에 따라 다른 자연 형상을 아름답게 창의적으로 재구성하거나 시로 만들 줄 아는 표현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관념이 아니라 경험으로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가지고 있었고 욕심덩어리인 이 시대의 탁한 흐름을 위선이나 구두선이 아닌 진정으로 걱정하는 고뇌하는 시인이었다. 오늘 우리가 좋은 시인라고 말하는 많은 시인들이 글 따로, 사람 따로의 일반적인 경향과 달리 스님의 글과 삶, 그리고 사람은 하나이었다. 스님은 글을 잘 썼지만은 그러나 당신의 글은 글 이상의 깊이와 공감을 주었다. 그것은 스님의 글속에 이 시대 우리에게 제기되는 글 이상의 사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간소하게 하라는 스님의 유지에도 불구하고 가히 국민장을 연상시키는 장례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적 존경은 그분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시인을 향한 그것 이상임을 말하고 있고 스님의 영향력이 시인 이상의 큰 차원의 격이 있었음을 느끼게 한다. 시인들이 명예에 대한 욕심에 약한 흠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하면 스님은 시인 이상의 시인이었다. 당신이 평생 곁에 두고 읽었다는 19세기 미국 시인 소로의 책 왈든에 대하여 재인식할 필요도 있다. 소로의 왈든은 욕심덩어리인 미국에 던진 경고였다. 호수가에 풀로 엮은 집을 짓고 살면서 그는 온 몸으로 미국의 욕심에 저항하였다. 지금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그 욕심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것이 되고 있고 그 질도 양도 19세기 미국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19세기 소로가 던진 의미는 지금 우리가 봉착한 문제와는 다른 매우 관념적이고 낭만적인 것이었다. 사실상 그것은 동양, 특히 인도 등에서 배운 초절주의의 영향에 의한 이상주의적인 것이었다. 에머슨과 소로의 그 초절주의는 미국의 정신적 영역을 넓히는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오늘의 자연에 대한 인식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고 낭만이 아니라 실존적인 것이고 미국이 아니라 지구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이다. 이것은 비단 미국적이고 한국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구의 문제이고 지구생존과 관계에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이 심각성은 십자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희생적으로 목숨을 던져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시를 초월한 영역이다. 법정 스님이 인간이었다고 내가 말한 까닭은 스님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다. 법정은 너무 글을 잘 썼다. 그는 너무 글 욕심이 많았다. 그리고 인기가 있었다. 그것은 본래의 큰 스님에 대한 엄격한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생사를 걸고 평생 고행하는 스님들, 청화스님 같이 평생 경을 읽는 스님들, 효봉 스님처럼 처절한 삶을 산 스님들하고는 다르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당신의 글 ‘무소유’가 십자가가 필요한 시대에 구도자의 정도이었는가. 십자가를 생각하는 사람들, 특히 평생 고행하는 스님들에게 사유의 산만과 유혹이 되고 고민이 안 될는지. 법정 스님이 게송도 남기고 사리도 수습하도록 살았으면 큰 스님이기도 하였을 것을….
칼럼
남도일보
2010.03.1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