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부위에 백반증이 생긴 한 40대 환자가 조선대병원 피부과를 찾아 신봉석 교수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 /조선대병원 제공
백반증
멜라닌세포 파괴돼 발병…정확한 원인 규명 안돼
피부에 하얀 반점 생긴 뒤 모양·크기 점점 커져
국소적이고 비진행성 병변엔 수술적 방법도 고려
 
직장인 김모(42)씨는 2년 전 갑자기 몸에 희끗희끗한 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고 크기도 작아 처음엔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나 최근 얼굴과 목 주변에 흰 반점이 생겼다. 걱정 끝에 병원을 찾았더니 백반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백반증은 피부의 멜라닌 색소세포가 일부 파괴돼 부분적으로 하얗게 변하면서 그 모양과 크기가 점점 커지는 질환이다. 신체의 어떤 부위라도 침범할 수 있고 특히 얼굴이나 손과 발에 잘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백반증은 발생 초기 치료하면 치료효과가 좋으나 방치할 경우 수십년 혹은 평생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선대학교병원 피부과 신봉석 교수의 도움말로 백반증의 원인과 증상,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백반증이란 멜라닌 색소세포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파괴돼 피부에 흰 반점이 나타나는 후천적인 색소성 피부질환이다.
보통 몸의 좌우 양쪽에 비슷한 모양의 흰색 반점이 1∼2개에서 많게는 수십개까지 생기고 오랫동안 없어지지 않는다.
통계적으로 100명당 1~2명꼴로 발생할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만성적이고 치료가 쉽지 않다. 또한 얼굴이나 손 등의 피부에 흰 반점이 나타나거나, 노출부위에 발생한 경우 미용상의 문제로 인해 백반증 환자들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다.

◆가족력 등 원인 다양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자의 30%정도에서 가족력이 보고되어 있어 유전적 소인이 의심된다. 최근에는 갑상선이나 면역계의 이상으로 인한 자가면역 질환과의 높은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고, 신경손상이나 스트레스, 외상이나 햇볕에 의한 화상 등을 간접적인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어느 연령대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대개 10~30세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병되며, 손, 발, 팔꿈치, 무릎 등 뼈가 돌출된 부위나 눈, 코, 입 등 구멍 주위에서 자주 발생한다.

◆증상
백반증은 우리 몸 어느 곳에서나 발병할 수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얼굴의 입, 코, 눈 주위, 손발, 목, 몸통 등 온몸 부위에서 흰색 반점이 나타나는 것이며 한 두개로 시작해 점점 주변으로 퍼진다.
반점의 크기도 커지며 때로는 눈썹이나 머리카락이 하얗게 탈색돼 자라기도 한다. 백반증이 노출부위에 발생되면 많은 미용상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한 열등감으로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기피하거나 우울증이 동반될 수 있는데 특히 단체생활을 하는 사람에서 그러한 고민들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꾸준한 치료가 최선
백반증 치료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 환자들이 불치의 병으로 여기며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백반증의 전통적인 치료방법에는 스테로이드제 도포나 병변 내 주사, 광화학요법, 광선치료 등이 있다. 하지만 피부 위축이나 피부건조증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치료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타크로리무스 제제 같은 국소면역조절제의 사용이 스테로이드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근래들어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하고 빠른 치료효과를 보이는 레이저 치료가 각광받고 있다. 이 중 엑시머 레이저는 백반증 환자에게 효과적인 308㎚의 파장으로 피부의 멜라닌 세포를 자극해 원래 피부색으로 환원시키는데, 기존 치료들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시간을 단축시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얼굴에 백반증이 생긴 경우 특히 효과가 좋아 주 2회 치료 스케줄로 2~3개월만에 호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병변일수록 치료반응 속도가 좋다.

또한 최근에는 흉터나 모공 치료에 주로 쓰이는 프랙셔널 레이저를 난치성 백반증 병변에 먼저 조사한 후 광선치료나 엑시머 치료를 병행해 색소침착을 유도하는 방법도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엑시머 레이저 등으로 지속적으로 치료함에도 불구하고 큰 호전이 없으면 자가피부 미니이식술이나 흡입수포술 등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1~2mm직경의 punch를 이용한 미니이식술은 작은 병변치료에 유용하며 광선치료나 엑시머 치료와 병행하는 경우 그 효과가 매우 높다. 흡입수포술은 환자의 허벅지나 엉덩이 부위의 정상피부에서 음압을 가해 생긴 수포를 병변 부위에 옮겨 붙이는 방법으로 국소형이나 분절형 백반증 병변에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수술적 방법은 1~2년 정도 병변의 진행이 없어야 하며, 한창 진행 중인 병변이나 해부학적으로 수술이 어려운 부위에는 그 적용이 쉽지 않다. 만약 백반증이 활성을 띄고 점차적으로 병변이 커진다면 국소적인 치료 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스테로이드제 복용이나 주사를 통한 면역억제치료를 함께 시행해 병변의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
백반증은 생활습관과 식습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음주와 흡연은 삼가는 것이 좋으며 마찰이나 외상을 유발하는 의복착용이나 운동 등은 피해야 한다. 이밖에도 화상이나 문신, 화학물질 등에 의한 피부자극을 피하고 미용시술은 가급적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항산화물질이 많이 포함된 석류, 포도, 블루베리, 키위, 토마토, 브로콜리 등의 식품과 각종 비타민과 오메가-3, 미네랄 등이 풍부한 보조영양제를 꾸준히 먹어주는 것이 좋다. 가공식품이나 통조림 등의 보존식품,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나 니켈같은 중금속이 많이 들어간 인스턴트 식품 등은 백반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백반증은 처음엔 크기가 작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혹은 불치의 병으로 생각돼 지레 치료를 포기해 적절한 치료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받고 약물 요법, 광선치료, 레이저 치료, 수술적 방법 등을 단독 혹은 병행해 꾸준히 치료하면 충분한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조선대병원 피부과 신봉석 교수는 "백반증과 같은 피부 병변이 의심되면 방치하거나 민간요법 등에 의존해 더 악화시키지 말고 경험 많은 피부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도움말>조선대병원 피부과 신봉석 교수

캡션/얼굴 부위에 백반증이 생긴 한 40대 환자가 조선대병원 피부과를 찾아 신봉석 교수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 /조선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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