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루게릭병’무엇인가?

상부·하부 신경 손상 때문…원인은 불투명

국내 환자만 약 2천 500명·치료법도 없어

올해 여름 ‘2018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국내에서 또다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가운데 희귀질환인 루게릭병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내에도 많은 유명인사들이 이 캠페인에 참여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희귀질환인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서서히 근육이 수축하는 루게릭병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이를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운동이다. 그렇다면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이라고도 불리는 루게릭병이란 어떤 질병일까.

◇루게릭병의 증상

우리 몸의 모든 자발적 움직임은 상위운동신경세포와 하위운동신경세포의 협력에 의해 이뤄진다. 먼저 뇌에서 상부운동신경원을 통해 손 근육을 통제하는 부위의 척수로 ‘주먹을 쥐라’는 명령을 전달한다. 그 다음 척수에서 해당 근육으로 신호를 보냄으로써 우리는 주먹을 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일 상부운동신경원이 망가지는 경우 예컨대 뇌가 망가지면 척수로 명령을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뇌의 통제에서 벗어난 척수는 자기 마음대로 근육에 명령을 보내고, 근육은 긴장이 지나쳐 경직상태에 이르게 된다.하부운동신경이 망가지면 척수는 근육에 전혀 명령을 보내지 않게 되고, 근육은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된다. 결국 근육은 쇠약해지고, 위축되어 양이 줄어든다. 루게릭병은 상부와 하부의 운동신경원이 모두 손상되어, 이 두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

◇원인을 알 수 없어 더 큰 두려움

루게릭병은 전 세계에서 발병 후 꾸준한 속도로 진행해 3~4년이 지나면 호흡기에 의존하는 상태가 되거나 사망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10년 이상 살기도 하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ven Hawking) 박사다. 루게릭병은 매년 10만 명 당 1명꼴로 발병하며,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는 세계 전체 인구 중 10만 명 당 4명에서 8명꼴이다. 평균 발병 연령은 50대이나, 30대에도 발병할 수 있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병률이 증가하고 남녀 비는 1.3:1 수준으로 남성의 발병률이 좀 더 높다. 2014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도 2천500명의 환자가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이다. 그렇다면 루게릭병은 왜 발생할까? 루게릭병에 관해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루게릭병의 발병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루게릭병의 치료

루게릭병의 치료로는 발병 원리 및 경과 등에 맞추어 여러 가지 약물이 개발 중이지만 아직 확실하게 효과가 입증된 약제는 없다. 다만 루게릭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약제로 해외에서 인정받은 치료제 리루졸(riluzole)이 있다. 현재 유일하게 사용을 인정받은 약물인 리루졸은 운동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원인의 하나로 여겨지는 과도한 글루타민산을 억제시키는 약이다.

글루타민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몸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그 대부분이 몸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든다. 또한 글루타민산은 뇌로부터 발신되는 전기신호를 근육에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글루타민산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신경을 파괴하게 된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혈액이나 뇌척수액을 조사해보면 글루타민산 농도가 높아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루졸은 글루타민산이 신경을 파괴하는 것을 막는 약으로 루게릭병의 진행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단 파괴된 신경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리루졸을 복용함으로써 루게릭병 환자의 증상이 멈추거나 원래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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