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도 어릴땐 귀여워 보이기도 하는데…”
종령엔 섬뜩한 외모로 변하는 ‘대표적’ 나방
성장 과정 각기 달라 자료 구하기에 애먹어
왠만한 지역서 관찰되지만 저장 자료는 한계
‘부지런한 발품’ 최고인데 계절 장벽에 막혀

 

 

사진-1 동백나무 겨울살이(2019년 6월8일, 세연정)
사진-2 섭나방애벌레(2014년 5월25일, 용추계곡)
사진-3 섭나방애벌레(2014년 6월1일, 모후산)
사진-4 섭나방애벌레(2019년 6월8일, 세연정)
사진-5 섭나방애벌레(2015년 5월9일, 추월산 견양동)
사진-6 섭나방

나방의 애벌레를 보고 있노라면 털이 없으며 평범하게 생긴 녀석들이 있고, 독특한 문양으로 변하며 천적들에게 겁을 주는 녀석들도, 무서운 털로 온몸을 감싸고 있는 종들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또한 새똥처럼 생겨 위장하고 있는가 하면 주머니로 자신을 감싸고 살아 가는 녀석들도 있다. 아예 먹이식물의 줄기 속에서 먹고 싸며 자신들의 종을 이어 나가고 있으니 자연은 참으로 신비하기만 하다.

초령, 중령때까지만 해도 조금은 귀엽게 보이지만 종령이 되면 필자가 봐도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녀석들도 꽤 많이 있다. 붉매나방, 얼룩매미나방 애벌레도 무섭지만 그에 못지 않은 녀석들도 있다. 솔나방과(Lasiocampidae)의 섭나방 애벌레다. 솔나방과의 나방은 섭나방을 비롯해 우리나라에는 23종이 알려져 있는데 어른벌레는 등불에 자주 찾아온다. 날개 편 길이가 25~95㎜로 종에 따라 차이가 크고 나방 중에서 약간 작거나 큰 편에 속한다. 솔나방과의 나방들은 앉아 있을 때 앞날개가 배를 완전히 덮거나 일부분만 덮으며 머리는 거친 털로 덮여있다.

2014년 5월 25일, 역시 용추폭포 가는 길에서 녀석을 만났다. 참나무류를 먹는 사는 녀석인데 떨어졌는지 다른 종류의 나뭇잎에 붙어 있었다. 등쪽으로 검은바탕에 기하학적인 문양이 이어져 있고 숨구멍쪽으로는 금속빛이 제법 나는 밝은색 줄이 있다. 5배마디에는 희미한 회색 무늬가 보인다. 탈피후 5배마디는 흰 무늬가 되며 색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군데군데 흰색의 털이 보인다.

2014년 6월 1일, 화순의 모후산에서 섭나방 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용추계곡에서 본 녀석과 거의 같다. 2015년 5월 9일, 담양 추월산 견양동 계곡에서 만난 녀석이 가장 어린 녀석으로 보인다. 섭나방 애벌레는 자라면서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였으나 짙은 흑갈색 털로 싸여 무늬는 잘 보이질 않는다. 움직임이 느리고, 유충기간이 4개월 이상으로 아주 길며, 탈피회수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2019년 6월 8일, 완도 보길도를 찾았다. 희귀 나무를 찾아나선분들과 동행했는데 나의 목적은 나방과 애벌레를 찾는데 있었다. 공룡알 해변 주위를 샅샅히 다니며 열심히 찾아 보았지만 별 소득이 없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를 보기위해 세연정으로 향했다. 고산 윤선도가 만들었다는 세연정은 정말 멋지다. 이곳에서 거의 종령의 모습을 한 섭나방 애벌레를 만났다. 그동안 못 보던 머리 부분이 선명히 보인다. 기이하게 생긴 무늬가 인상적이다. 몸통의 흰 털도 다른 애벌레의 털과는 조금 다르다. 여러 지역에서 각각 다른 시기에 관찰되는 애벌레들을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니 또 다른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종령이 된 애벌레는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는데 약 2개월 정도다. 애벌레 시기는 5~9월이며 보통 11월에 우화한다. 앞날개 중실에 흰 반달무늬가 선명하고, 두 횡선 사이와 외연은 짙은 색을 띤다. 섭나방에 관한 글을 쓰기위해 자료를 찾아보니 애벌레 사진은 많이 저장되어 있었다. 흔한 종인지 왠만한 지역에서 다 보인다. 어른벌레 사진은 딱 한 장이 저장되어 있었는데 나뭇잎에 가려 중실 부분이 보이질 않는다. 외연만 보고 섭나방으로 동정하여 저장하였지만 확신하기가 어렵다.

확실한 정보전달을 위해 부득히 허운홍 선생께 부탁하여 어른벌레 사진을 구했다. 될수 있으면 애벌레부터 어른벌레까지 직접 담은 사진을 쓰고 싶은데 반쪽이 많다. 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겨울이라 쉽지가 않다. 자료창고를 뒤져 열심히 정리해 둬야겠다. 올 겨울의 과제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