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남도일보 디지털뉴스본부장)

 

윤종채 남도일보 디지털뉴스본부장

매년 새해만 되면 올해의 포부와 계획, 목표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인용한 신년사가 넘쳐난다. 덕담과 신년사의 핵심을 한자 네자로 요약하고, 듣는 이가 그 뜻을 해석하면서 가슴에 새기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도 높으신 분들의 신년사에는 온갖 종류의 그럴듯한 사자성어가 등장한다.

올해 기관·단체장들이 신년사에서 채택한 사자성어에는 어느 해보다도 강한 비장함이 감돈다. 돌이켜보면 ‘위기’가 아닌 해가 없었고 이를 극복하려는 ‘혁신’을 주문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러나 새해 벽두 들려오는 사자성어들을 음미해보면 ‘올해가 정말 위기는 위기인가보다’라는 공포감마저 묻어난다. 동시에 이를 돌파하기 위한 자세를 절실하게 주문한다.

2023년 계묘(癸卯)년은 육십갑자의 40번째로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매우 영리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새끼를 여러 마리 낳는다고 해서 풍요와 번창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럼 올해 광주와 전남 광역·기초자치단체장들의 신년사를 한 번 살펴보자.

먼저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올해 “‘정성을 다하면 어떤 일이든 이룰 수 있다’는 일념통천(一念通天)의 자세로 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임택 광주광역시 동구청장은 “‘새로운 길을 열어 미래를 창조한다’는 개신창래(開新創來)의 자세로 더욱더 정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욕궁천리목(欲窮千里目),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이라고 저 멀리 천리를 바라보려면, 누각 한 층을 또 올라야 한다”면서 “올 해에도 한 계단 한 계단 나아가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인 북구청장은 “‘강한 의지로 정성을 다하면 어떠한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는 금석위개(金石爲開)의 각오로 피할 수 없는 위기라면, 위기에 적극적으로 도전해 더 큰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정기명 여수시장은 ‘나날이 새롭게 해서 풍요로운 시절을 열어간다’는 일신연풍(日新年豊)을 신년화두로 선정했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미래를 내다보고 지속하는 ‘장구지계(長久之計)의 마음으로 인재를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정인화 광양시장과 이상철 곡성군수는 “‘영리한 토끼는 위험을 대비해 3개의 숨을 굴을 파놓는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자세로 지혜를 발휘해 해결책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초심을 잃지 않으면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 수 있다’는 초심불망 마부작침(初心不忘 磨斧作針)의 자세로 아무리 어려운 일도 끈기 있게 노력해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김성 장흥군수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올바른 뜻으로 노력하면 반드시 이룬다’는 유지경성(有志竟成)의 자세로 날마다 새롭게 도약하는 군정이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백번 꺾여도 굴하지 않고 이겨 나가는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정신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새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도약을 준비하고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가자는 비도진세(備跳進世)로 신년 화두를 정했다”고 밝혔다.

광주·전남 자치단체장들이 밝힌 신년사는 하나 같이 금과옥조(金科玉條·금이나 옥처럼 귀중히 여겨 아끼고 받들어야 할 규범)와도 같은 좋은 말이고, 지역민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올해 신년사들은 어려운 현실보다는 이를 극복하려는 자세와 마음가짐에 방점을 찍고 있다. 따라서 이제 남은 건 실행이다. 자치단체장들이 말한 대로 실천만 된다면 지역민들로서는 그보다 좋은 게 없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소상공인은 물론 서민들의 경제 사정이 매우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는 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니 새해 벽두부터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들 난관이 어제오늘 제기된 게 아니기 때문에 구두선(口頭禪·행동이 따르지 않는 실속 없는 말)으로 그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와 이행이 뒤따라야 한다.

신년 사자성어는 올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자 역량을 모아야 할 대상이다. 내일의 희망을 찾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새해 우리의 각오와 다짐 또한 여기서 비롯돼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극복하면서 새로운 미래로 힘차게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