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아침밥’ 전국적으로 확산 뿌듯
모두 학생을 위한다는 마음·의지 중요
정부 예산 늘리고 대학 고민해 저녁밥도

 

지병문 전 전남대학교 총장은 남도일보 창사 26주년을 기념해 가진 인터뷰에서 ‘천원의 밥상’을 구상하게 된 배경과 과정, 그리고 향후 확대 방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임문철 기자
지병문 전 전남대학교 총장은 남도일보 창사 26주년을 기념해 가진 인터뷰에서 ‘천원의 밥상’을 구상하게 된 배경과 과정, 그리고 향후 확대 방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임문철 기자

고물가 속에 얇아진 지갑일 수 밖에 없는 대학생들로서는 천 원짜리 한 장으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요즘 말로 ‘대박’이다.

대학생들이 천 원만 내면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천 원의 아침밥’은 2012년 순천향대학교의 ‘천 원의 아침’ 캠페인이 첫 시작으로 전해지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당시 대학교의 아침 식비는 2천500원으로 대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물가는 상승했고 식비가 4천 원을 넘기면서 점차 부담으로 다가왔다.

2015년 지병문 전남대학교 총장이 한 끼에 2천 원짜리 식단 개발을 구내 식당측에 요청해 학교가 천 원을 지원하고 학생은 천 원만 내게 했다. ‘천원의 건강밥상’은 첫해 방학 기간을 뺀 8개월간 하루 평균 350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것이 알려지면서 그 해 서울대가, 이듬해 부산대, 충남대 등 국립대를 주축으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2017년 정부가 대학생 아침밥에 관심을 가지면서 지난해 전국 28개 학교에서 48만6천248명이 혜택을 받았다. 올해 정부 예산은 68만명분(41개 대학) 제공을 목표로 7억2천800만원의 편성했지만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규모를 150만명분으로 늘리고, 예산을 8억1천만원 증액했다.

‘천원의 아침밥’이 초·중등 무상 급식과 비슷하게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남도일보는 창사 26주년을 맞아 ‘천원의 아침밥’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한 지병문 전 전남대 총장을 만나 ‘천원의 아침밥’을 구상하게 된 배경과 과정, 그리고 저녁밥상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천원의 아침 밥상’이 사회적 화두이다. 처음 구상하게 된 계기는.
▶2015년 당시 대학생 45%가 아침식사를 안하고 등교한다는 자료가 있었다. 대학생활이라는 것이 자기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이다. 그때 주거와 식사가 해결이 안되면 생활 자체가 불안해진다. 주거문제는 우리가 학교 쉽게 해결할 수 없었지만 학생들이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자고 해서 천원 밥상을 구상하게 됐다. 학생식당 가격이 4천 원이었고 반찬 가짓수가 여러 가지가 였다. 영양사를 불러 아침에는 반찬이 많을 필요가 없으니 반찬 수를 줄여서 학생들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절반의 가격을 지원 할 테니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자고 해서 천원의 아침 밥상이 시작됐다. 학생들 500여명이 혜택을 받았는데 매우 반응이 매우 좋았다.

당시, 전국적으로 중·고등학교 무상급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을 시기였다. 홍준표 경남 지사가 무상급식 안하기로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전남대는 천원의 아침밥을 시행하고 있어 모 방송사가 ‘앵커 브리핑’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만족감을 가졌으니까 좋은 사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조선대학교가 마련해 학생들에 제공되는 1000원 도시락./조선대 제공
조선대학교가 마련해 학생들에 제공되는 1000원 도시락./조선대 제공

-‘천원의 아침 밥상’을 실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직원들의 반대 등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지요.
▶내부적으로는 우선 갑자기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재원 마련 문제가 가장 컸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어려움이 발생했다. 다름아닌 학교 구내 식당이었다. 전남대 안에 식당이 4곳이 있다. 그동안 학교 식당들은 아침은 제공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이 오는 점심이 메인 이었고 저녁도 있긴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갑자기 아침을 준비해서 학생들에게 제공하라고 하니 식당 입장에서는 식자재와 인력 그리고 각종 비용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에 학생들에게 2천원으로 아침 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식당이 부담하는 인건비·관리비 등 추가 비용에 대한 적자 부분은 정확히 계산해서 학교에서 다 보전해 주겠다고 설득했다. 그제서야 식당 4곳 중 2곳이 제안을 수용했고 나머지 2곳은 여러 가지 이유로 끝내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재원 마련이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재원 방안 마련은.
▶학생들의 식사를 위해 1천원씩 지원하면 1년에 약 1억 원이 들어갔다. 전남대 규모의 국립대학에서 절약하면 그 정도는 융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학은 학생들이 최우선이고, 아침 식사 제공은 학생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도했다. 총장 임기 4년 동안 대학본부에서 경상비(여비·회의비 등)를 39~40% 감소했다. 대학이 나서 예산을 줄였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었다. 무슨 일이든 돈이 남아서 할 수 있는 사업은 없다. 돈을 만들어서 해야 한다. 돈을 만든 다는 건 불요불급한 부분, 절약가능한 부분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국립대·공공기관의 예산은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에 와서 많은 국공립대를 포함해 전국 40개 이상 학교가 하네 마네 하던데 늦었다고 생각한다. 전남대는 첫 시작을 8년 전에 했는데 늦었다.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지 궁금하다.

동신대학교는 지난 1일부터 아침밥 먹는 문화 확산과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재학생들에게 ‘천원의 아침밥상‘을 제공하고 있다./동신데 제공
동신대학교는 지난 1일부터 아침밥 먹는 문화 확산과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재학생들에게 ‘천원의 아침밥상‘을 제공하고 있다./동신데 제공

-일부 대학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책 방안을 제시한다면.
▶현재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하니, 학교에서 추가 지원하면 맛있고 건강한 식단을 만들 수 있다. 학생들 건강에도 매우 좋다. 지원이 늘었다는 것은 좋은 방향으로 발전을 한 것이다. 소규모 대학들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선 순위의 문제다.

전남대가 처음 시작할 땐 학교가 절반 부담했는데, 규모가 작은 대학들은 외부의 지원이 있으니 학교에서 부담하는 비율을 좀 줄이면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도 학교 부담에 대해서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안된다. 학생들을 위해 한다는 생각으로 융통성 있게 해나가야 한다. 정말로 ‘천원의 아침 밥’ 문화를 확산하려한다면 교육부 의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대학 평가·인증을 할 때 ‘천원의 아침 밥’을 시행하는 곳에는 0.1점이라도 추가 점수를 반영하면 된다. 상징적으로 점수 비중은 낮게 하더라도 그만큼 교육부 등이 의지를 갖고 해야 한다. 대학 인증의 경우, 매년 받는 게 아니니까 확 늘어나진 않겠지만, 앞으로 받을 대학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올해 정부 예산 (7억 8천이다가) 요구가 많아 15억으로 증액됐다. 이에 소규모 예산으로 생색내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력을 볼 때 예산 15억 원을 가지고 정치인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천원 밥 먹어보고 인터뷰하고 사진 찍고 하는 건 찌질하고 창피한 일이다. 진정성이 없고, 여당이 소위 MZ세대의 지지도가 떨어진다니까 지지율 제고를 위해 관심 표시하는 수준이다. 관심을 가져주는 건 좋은데,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막말로 천원의 아침 밥상 예산을 150억으로 늘려서 해보자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중·고등학교는 무상 급식도 하는데, 대학생 대상으로 하는 지원은 부족하다. 차라리 100억, 150억으로 예산 증액을 제안했어야 했다.

주거문제. 즉 잠자는 것과 먹는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천원 밥상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기숙사도 확충해야 한다.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60~80년대까지는 대한민국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세계 상위권이다. 대학생들이 어떻게 먹고 자는지 정부가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서울은 방에 보증금 1천에 월세 6~70만원이다. 정치인들이 사진 찍으러 다니지 말고 진정한 고민을 해야 한다. 진짜 고민하고 아침 밥상의 취지에 정치적 의도가 있던 말던 학생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면 좋다.

이번에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진 건 참으로 다행이다. 다만 이번 15억원으로 ‘우리 할 일 끝났다’식은 안된다.

-최근에 천원의 아침 밥상을 저녁 밥상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을 개진했다. 가능한 이유와 방안은.
▶아침 밥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면서 학교들의 재정 부담이 조금 덜었다. 이를 저녁 밥상으로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저녁엔 사실 학생이 별로 없다. 도서관에 남아있어도 많지 않다. 가난한 학생들이 와서 자취 방에서 밥 먹고 다시 가고 하고 있다. 이를 해결해주면 공부시간이 배로 늘어난다. 규모가 큰 대학은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소규모 대학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정부 지원 예산이 15억원은 되고 30억원은 안되다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시도해 볼 만 하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학교가 가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 졸업 후 취업하는 것이다. 취업에 대학이 관심 가져야 하고, 그 걸 위해선 편히 자고,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 걸 조금 지원해주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우리 학생들이 혜택 입는다 하니, 최초로 ‘천원의 아침 밥상’을 만든 사람으로써 뿌듯함을 느낀다. 중·고등학생들에게는 무상급식이 됐으니까 대학생의 경우에도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기회 균등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누구는 편하게 좋은 거 먹으면서 다니고, 누구는 밥도 못 먹고 불편하게 다니는 게 ‘공정’인가 싶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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