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마 제안 단호하게 거절
“민주당 살리기엔 외면 않겠다
국가는 ‘외통수’에 걸린 형국”
남도일보 전화 인터뷰서 밝혀
퇴임후 경기 양평서 전원생활
더불어민주당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잇단 광주지역구 출마 러브콜에 “정도(正道)가 아니다”고 밝혔다. ‘지역구도 타파의 아이콘’임을 내세워 내년 총선 광주 출마 및 당선 이후 민주당 차기 대권 후보 도전을 요청한 지역 정치권 일각의 줄기찬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김 전 총리는 19일 밤 남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올들어 수차례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내년 총선 출마를 제안 받은 사실을 인정했으나 “거절한 적이 있다. 단호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며 “광주 출마는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고 거절 이유를 밝혔다.
김 전 총리는 “(광주시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치적 식견이 높은 분들이니까 그분들이 판단하게 해야 한다”며 “제가 (광주에)내려가서 가장 고급 유권자들을 상대로 정치적 레토릭(말과 글로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을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현재 핵심은 우리가 그동안 애써 키운 소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땀이 묻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피가 흐르는 민주당을 살리는 방법”이라며 “정계에서 한 발 떠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나 힘을 보태시오라고 하면 그때는 저도 그걸 왜 외면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재 민주당이 국민들의 눈에서 완전히 멀어진 것 같다고 진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전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광주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지역에 가서 뭘 설득하겠느냐”며 “(광주 출마로는) 이 문제를 풀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지금 민주당으로서는 미래가 없다”며 “단순히 내년 총선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로 대한민국을 책임질 수 있는 집단이라고 국민들이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 전 총리는 “나라 전체가 최근 주변 국가와의 관계 등을 보면 참으로 우려된다”며 “바둑에서 사용되는 ‘외통수’에 걸린 형국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 총리는 “대한민국 공동체 전체로 봐서 나라를 위해 비전도 없이 그저 우격다짐하면서 어느 한쪽이 휩쓸고 가지만 우리가 몇 가지 잘못한 것 때문에 말도 못하고 얻어맞고 있으면 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가 없겠느냐”며 “그럴 때는 저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 욕심을 위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면 국민들이 (민주당 전체가)어쩔 수가 없는 집단이라고 하는 순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정치 지도자들이 바꿔놓은 우리 사회의 흐름이 되돌아간다. 그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정계 복귀의 길을 열어놨다.
경북 상주 태생으로 4선 의원이자 행안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현재 고향 대신 경기 양평으로 내려가 촌부(村夫)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오치남 기자 ocn@namdonews.com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