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마 제안 단호하게 거절
“민주당 살리기엔 외면 않겠다
국가는 ‘외통수’에 걸린 형국”
남도일보 전화 인터뷰서 밝혀
퇴임후 경기 양평서 전원생활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해 5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47대 국무총리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잇단 광주지역구 출마 러브콜에 “정도(正道)가 아니다”고 밝혔다. ‘지역구도 타파의 아이콘’임을 내세워 내년 총선 광주 출마 및 당선 이후 민주당 차기 대권 후보 도전을 요청한 지역 정치권 일각의 줄기찬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김 전 총리는 19일 밤 남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올들어 수차례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내년 총선 출마를 제안 받은 사실을 인정했으나 “거절한 적이 있다. 단호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며 “광주 출마는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고 거절 이유를 밝혔다.

김 전 총리는 “(광주시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치적 식견이 높은 분들이니까 그분들이 판단하게 해야 한다”며 “제가 (광주에)내려가서 가장 고급 유권자들을 상대로 정치적 레토릭(말과 글로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을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현재 핵심은 우리가 그동안 애써 키운 소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땀이 묻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피가 흐르는 민주당을 살리는 방법”이라며 “정계에서 한 발 떠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나 힘을 보태시오라고 하면 그때는 저도 그걸 왜 외면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재 민주당이 국민들의 눈에서 완전히 멀어진 것 같다고 진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전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광주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지역에 가서 뭘 설득하겠느냐”며 “(광주 출마로는) 이 문제를 풀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지금 민주당으로서는 미래가 없다”며 “단순히 내년 총선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로 대한민국을 책임질 수 있는 집단이라고 국민들이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 전 총리는 “나라 전체가 최근 주변 국가와의 관계 등을 보면 참으로 우려된다”며 “바둑에서 사용되는 ‘외통수’에 걸린 형국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 총리는 “대한민국 공동체 전체로 봐서 나라를 위해 비전도 없이 그저 우격다짐하면서 어느 한쪽이 휩쓸고 가지만 우리가 몇 가지 잘못한 것 때문에 말도 못하고 얻어맞고 있으면 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가 없겠느냐”며 “그럴 때는 저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 욕심을 위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면 국민들이 (민주당 전체가)어쩔 수가 없는 집단이라고 하는 순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정치 지도자들이 바꿔놓은 우리 사회의 흐름이 되돌아간다. 그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정계 복귀의 길을 열어놨다.

경북 상주 태생으로 4선 의원이자 행안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현재 고향 대신 경기 양평으로 내려가 촌부(村夫)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오치남 기자 ocn@namdonews.com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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