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 둥근 혹에 털 ‘듬성 듬성’…“첫인상이 무섭네”

머리는 옅은 미색…마치 대머리 느낌
종령 유충땐 몸 색깔 흑갈색으로 변화
나뭇가지에 붙어 있으면 찾기 어려워
45~65㎜ 길이로 우화 시기 8월 쯤

나방, 암수 크기도 날개무늬도 달라
암컷, 앞날개 기부에 붉은 점무늬 2개
수컷, 흑갈색…얼룩져 보이는 앞날개
애벌레 모습으로 나방 유추 ‘부질없음’

수많은 애벌레와 나방들을 관찰하면서 애벌레의 모습을 보고 나방의 형태를 유추해 본다. 또 나방을 보며 애벌레의 대충 모습을 그려 보지만 매번 부질없음을 실감하곤 한다. 나방의 특성상 앉아 있을 때 날개로 몸통을 가리고 있어 몸통을 보기 쉽지않다. 눈으로 보는 앞날개만이 전부다. 채집하여 표본을 만들면 몸통도, 뒷날개도 자세히 관찰 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쉽다. 물론 알을 채집하여 애벌레부터 어른벌레가 되는 전 과정을 다 기록 할 수만 있다면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수천 종에 이르는 나방들은 나름대로의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해 오고 있다. 각종 먹이식물을 이용하여 은신처를 만들거나, 식물의 줄기 속에서 먹고 살거나, 온몸을 털로 감싸거나, 무섭게 보이는 등 나름 최선의 방법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생존하고 있다. 그 중에서 보기만 해도 무섭고 징그럽다는 생각이 드는 애벌레가 있다. 붉은매미나방 애벌레다. 예전 분류체계에선 독나방과로 분류되었는데 지금은 태극나방과에 속한다.

갈참나무, 단풍나무 등 여러나무를 먹고 사는 붉은매미나방 애벌레를 처음 만난 것은 2016년 7월 23일, 하동의 형제봉에서다. 낮에는 칠불사 계곡에서 애벌레를 관찰하고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인근의 형제봉으로 장소를 옮겨 등화를 밝히고 그곳의 나방을 만나는 일정이었다. 모기장을 설치하고 전등과 발전기까지 다 준비했는데 아직도 밝다. 주변을 살피니 여러 애벌레들이 보인다. 조금씩 어둠이 내린다. 아직 나방들이 본격적으로 모이기는 이른 시간이다.

허운홍 선생과 함께 조그마한 손전등 하나 들고 참나무가 무성한 숲으로 들어간다. 내 눈에는 별로 보이는게 없는데 허운홍 선생은 역시 전문가였다. 제법 높이가 있는 참나무류에서 애벌레 한 마리를 찾은 것이다.
 

붉은매미나방애벌레(2016년 7월 23일, 형제봉)
붉은매미나방애벌레(2016년 7월 23일, 형제봉)

몸통은 흑갈색이고 등 양쪽으로 둥근 혹들이 보인다. 머리는 옅은 미색으로 대머리같다. 몸통의 둥근 혹에는 짧은 털이 듬성 듬성 솟아 있다. 중령 유충은 몸이 검고 5배마디와 가슴에 주황색 무늬가 있으나 더 자라면 배의 주황선은 사라지고 배 끝부분에 회백색 무늬가 나타난다. 종령 유충은 몸이 흑갈색으로 변해 나뭇가지에 붙어 있으면 찾기가 어렵다. 가슴 1마디 양 옆으로 길고 검은 털 뭉치가 있고 배 끝에도 긴 털 뭉치가 4개 있다.

처음 본 느낌은 무섭고 징그럽다는 것이다. 길이는 45~65㎜정도다. 2018년 8월 8일, 무등산 약사사 인근에서 붉은매미나방 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2년여전 형제봉에서 본 느낌이 그대로 떠오른다. 독특한 모습 때문에 바로 알아 볼 수 있어서 반갑다. 6~7월에 활동하는데 다 자란 애벌레는 나뭇가지나 단단한 곳에 거꾸로 매달려 자신의 털도 섞어서 번데기가 된다. 우화시기는 8월로 알려져 있다.

붉은매미나방은 어떤 모습일까?

2023년 7월 2일, 천안의 성거산에서 붉은매미나방을 만났다. 나무 수피에 딱 붙어 움직임이 없다. 붉은색 알집이 보여 산란중인 것같다. 암수는 크기도 다르고 날개의 무늬도 확연히 다르다. 암컷은 앞날개 기부에 붉은 점무늬가 2개 있고, 다리 끝이 붉다. 수컷은 아직 만난 적이 없지만 황갈색을 띠고 앞날개에 흑갈색 무늬가 있어 얼룩져 보인다. 매미나방, 물결매미나방, 얼룩매미나방은 생김새나 무늬가 비슷하여 구분하기가 쉽지않다.

2019년 7월 28일, 함양 음정마을에서 얼룩매미나방을 본 적이 있는데 너무 비슷하여 지금껏 붉은매미나방으로 이름 붙여 두었었다. 성거산에서 본 붉은매미나방 이름을 붙이면서 다시 확인해보니 달라 이름표를 바꿔 붙였다.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 안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확인과정을 거치지만 혹시 잘못 동정하지 않았는지 항상 두렵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붉은매미나방과 얼룩매미나방의 차이점을 직접 확인해보시면 좋을 듯하다.

장마로 인해 비가 자주 내린다. 애벌레 찾아 나서기도 쉽지 않다. 숲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 이곳 아산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7개월째다. 여기에서만 사는 녀석들을 만나보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장마가 끝나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보자.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붉은매미나방 애벌레(2016년 7월 23일, 형제봉)
붉은매미나방 애벌레(2016년 7월 23일, 형제봉)
붉은매미나방 애벌레(2018년 8월 8일, 약사사)
붉은매미나방 애벌레(2018년 8월 8일, 약사사)
얼룩매미나방(2019년 7월 28일, 음정마을)
얼룩매미나방(2019년 7월 28일, 음정마을)
붉은매미나방(2023년 7월 2일, 성거산)
붉은매미나방(2023년 7월 2일, 성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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