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나뭇가지 ‘덕지덕지’
‘완벽한’ 위장술…놀라워
산초나무, 특유의 향·매콤한 맛
향신료·한약제·식용으로 사용
애벌레, 껍질·찌꺼기 몸에 붙여
움직임 없으면 벌레인지 모를 정도
나방 ‘이름 처럼’ 멋진 푸른색 날개
앞날개 뒤·뒷날개 앞에 ‘흰 무늬’

 

 

무늬박이푸른자나방(2021년 7월 24일)
무늬박이푸른자나방(2021년 7월 24일)

장마가 끝나고 나니 엄청난 무더위가 우리를 힘들게 한다.

한낮이면 숲속의 나무들도 힘들어 축 늘어져 있는 것 같다. 산에서 자라면서 진한 향기를 내뿜어 산초(山椒)나무라 불리는 나무가 있다. 특유한 향기와 매콤한 맛이 있어 예로부터 어린잎과 열매를 향신료로 쓰고 한약제, 살충제 및 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산초나무의 특유한 향기와 매콤한 맛은 산시올(sanshol)성분이다. 국소 마취 작용과 살충효과가 있어 옛날에는 치통이 심할 때 산초나무 껍질을 씹으면 통증이 사라진다고 하여 민간처방으로 쓰였다.

이런 산초나무 잎과 열매를 먹고 사는 애벌레가 있다.

잎도 먹지만 주로 열매를 먹는데 먹고 난 열매 껍질과 나뭇가지, 찌꺼기 등을 몸에 붙여서 완벽하게 위장하고 있는 애벌레를 만났다. 2019년 8월 31일, 담양의 병풍산에서다.

연두색 열매와 이제 피기 시작한 꽃이 널려 있다. 그 사이에 검붉은 찌꺼기를 잔뜩 붙이고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녀석이 보인다. 일단 앵글에 담고 확대해서 보지만 어떤게 애벌레인지 구별이 쉽지 않다.

정말 완벽한 위장술이다. 위협을 느끼면 언제나 머리를 안쪽으로 말기 때문에 얼핏 보면 나무 찌꺼기 같아 보인다.

가운데 부분을 자세히 보니 분명 애벌레다.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붉은무늬푸른자나방 애벌레도 먹이식물인 싸리의 꽃잎을 뒤집어 쓰고 위장하는데 이 녀석도 그렇다. 무늬박이푸른자나방 애벌레다. 주변의 다른 산초나무를 살펴보니 또 다른 녀석이 보인다. 푸른잎이 많이 있는 산초나뭇가지를 타고 이동 하고 있다. 먹다 남은 열매와 나뭇가지까지 붙이고 말이다. 정말 재미있는 녀석이다.

엊그제도 광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숲해설가로부터 녀석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왔다. 자세한 설명을 바로 할 수 있어 좋다. 이 글이 먼저 소개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위장한 것을 붙이고 다니는 것이 몸에 베어서 그런지 이것들을 붙인 채 잎 사이에서 번데기가 된다. 4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무늬박이푸른자나방, 어른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름에서 보듯 분명 어딘가에 무늬가 박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푸른자나방 종류는 다른 종에 비해 동정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자료를 다 뒤져봐도 없다.

도감에서도 많이 본 녀석이라 눈에 익었는데 없어서 김상수 저자에게 부탁하여 무늬박이푸른자나방 사진을 받았다. 부탁하면 기꺼이 자료를 보내주니 정말 고마운 동생이다. 동정하기 힘든 나방도 어렵지 않게 알아봐 준다.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날개는 멋진 푸른색이다. 그리고 앞날개 뒤 끝과 뒷날개 앞 끝에 적갈색으로 둘러싸인 흰 무늬가 박혀 있다.

아마도 그래서 무늬박이푸른자나방인가 보다. 큰무늬박이푸른자나방과 비슷한데 큰무늬박이푸른자나방은 뒷날개 시정부 흰무늬 안쪽에 초승달 무늬가 있어 구별된다.

푸른자나방류의 나방들을 보면 무늬는 화려하지 않지만 고려청자를 보는 듯 오묘한 푸르름에 이끌리게 된다. 아직 애벌레와 어른벌레를 짝지워주지 못한 푸른자나방류가 많다. 열심히 찾아 돌아다녀 보지만 쉽지가 않다. 기후변화 탓인지 애벌레 만나기도 버겁다.

이곳 아산으로 온지 어언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못 가본 곳이 대부분이다. 서산이나 태안쪽엔 어떤 녀석들이 있을지 무척 궁금하지만 마음뿐이다. 잎말이나방과 재주나방 애벌레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꾸준히 관찰하여 나름의 생태지도를 만들어 보고 싶은데 그 꿈을 이룰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숲에가면 산초나무에 곤충들이 많이 모인다. 각종 나비들과 꿀벌 그리고 무늬박이푸른자나방 애벌레도 찾아 보면서 무더위를 식히면 좋지 않을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무늬박이푸른자나방 애벌레(2019년 8월 31일, 병풍산)
무늬박이푸른자나방 애벌레(2019년 8월 31일, 병풍산)
무늬박이푸른자나방애벌레(2019년 8월 31일, 병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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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나무(2014년 10월 11일, 신선봉)
산초나무(2014년 10월 11일, 신선봉)
산초나무(2014년 11월 15일,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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