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남도

나방을 관찰하러 다니다 보면 참 이상하게 생긴 녀석들도 많다. 나뭇잎이나 풀잎, 바위 그리고 수피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다. 인기척에 놀라 날아 오르는 녀석을 쫓고 또 쫓아 눈맞춤해야만 겨우 나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크기가 제법 큰 나방들의 경우 어느 정도 식별이 가능하지만 미소나방류는 정말 어렵다. 밤에 불을 밝히면 많은 종류의 나방들이 몰려 드는데, 화려하고 멋진 녀석들에게 먼저 눈길이 간다. 눈에 확 띄는 녀석들은 동정하기고 쉽다. 크기가 아주 작은 미소나방류는 볼때마다 그놈이 그놈같아 여간 힘든게 아니다.

2014년 8월 25일, 강원도 양양의 금풀애 체험관을 간 적이 있다. 남도에서는 쉽사리 가 볼수 없는 곳이다. 전국 숲해설가 대표자와 사무국 회의가 있어 처음 방문하게 되었는데 새벽에 일찍 일어나 주변의 나방들을 살펴보다 십자가 같은 모양의 나방을 만났다. 털날개나방과(Pterophoridae) 나방인 것은 알겠는데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찾아 보니 쑥털날개나방이다. 털날개나방과에는 쑥털날개나방을 비롯해 모두 33종 정도 알려져 있는데, 주로 해질 무렵에 활동하고 등불에도 자주 날아온다.

날개 편 길이가 13~30㎜로 종에 따라 차이가 크고 나방 중에서 보통이거나 작은 편이다. 앉아 있을 때 앞날개가 배를 덮지 않아 십자가 같다. 대개 외연의 중앙부가 날개 2/3까지 갈라져서 2~4개 깃털 모양으로 보인다. 녀석도 인기척에 놀라 살짝 날아 올랐다 근처의 풀잎에 다시 앉아 어렵게 앵글에 담을 수 있었다.

2021년 9월 18일, 담양 금성산성에서 쑥털날개나방을 다시 만났다. 해질 무렵이어서인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조심스럽게 뒤를 밟아 어렵사리 앵글에 담을 수 있었다. 뒷날개는 쉴 때 보통 앞날개 아래쪽으로 접혀 있어 잘 보이지 않는데 운좋게 날개 편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귀찮은 불청객이 계속 따라오니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미동도 없이 숨 죽이고 가만히 있으니 안심이 되는지 날개를 접는다. 긴다리를 쭉 뻗어 단단히 움켜쥐고 그대로 십자가가 되었다.

쑥털날개나방 애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쑥털날개나방 애벌레는 까실쑥부쟁이를 먹고 산다. 쑥부쟁이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잎이 까칠 까칠해서 까실쑥부쟁이다. 기억을 되돌려보고 자료를 찾아봐도 쑥털날개나방 애벌레는 없다.

허운홍 선생께 부탁해 애벌레 자료를 받았다. 어린 유충은 미색이고 자라면서 연두색이 되며 흰색털이 많다. 잎을 붙이고 한쪽 면만을 먹는다. 까실쑥부쟁이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는데 쑥털날개나방 애벌레를 찾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지만 아직까지 만나질 못했다. 번데기 윗면은 마치 유충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것 같은 독특한 형태다. 정말 신기하다. 유충시기도 7월이고, 우화시기도 역시 7월이다. 장마가 끝나면 까실쑥부쟁이에서 쑥털날개나방 애벌레를 한번 찾아 보는것도 좋을 것 같다.

메꽃, 고구마를 먹고 사는 꽃털날개나방, 배초향을 먹고 사는 긴털날개나방, 돼지풀 줄기 끝 어린 줄기 속을 파먹고 검은 똥을 구멍 바깥으로 내미는 망초털날개나방 애벌레 등 털날개나방 애벌레들을 본격적으로 찾아볼 생각이다. 국화과의 쑥부쟁이도 종류가 많다.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갯쑥부쟁이, 가새쑥부쟁이 등이 있는데 까실쑥부쟁이를 먹고 사는 녀석은 까실쑥부쟁이털날개나방이 아니고 그냥 쑥털날개나방으로 국명이 붙여졌다. 아마도 국화과의 쑥 종류를 다 먹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모처럼의 햇살이 반갑다. 장마가 빨리 끝나길 빌어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