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훈(광주광역시의회 운영위원장)

 

강수훈 광주광역시의회 운영위원장

정당 구분없이 정치권에서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것이 ‘실언’이다. 정치인의 실언은 뱀의 독과 같다. 국민을 처절히 괴롭히고, 앓게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암컷이 설쳐’ 논란이 그렇다. 정치권의 가벼운 언어 사용으로 인한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발언을 한 사람은 당 내외를 불문한 사과 요구에도 계속해서 침묵하고 있고, 그 옆에서 같이 웃고 있던 사람들은 언론의 해명 요청에도 ‘할 말이 없다’면서 피해 다니기만 급급하다. 더 큰 문제는 해당 발언을 오히려 옹호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조중동 프레임에 갇혀 있다’ 거나 ‘현장에 있던 대부분 사람은 문제의식을 못 느꼈다’ 면서 거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민심은 없고, 오로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관심받고, 왼쪽 가슴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을까’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그들에게는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보다는 자기 출세욕만 가득 차 있음을 스스로 자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참 씁쓸한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애정에서 한 말일 뿐,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 국민의힘은 더 참담하다. 과거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이라고 말하는 대통령의 입을 보면서 귀를 의심한 건 필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 최근에는 국민의힘을 혁신하겠다는 인요한 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해 “도덕이 없는 건 부모 잘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패륜적 막말이다.

개인의 실언은 한 사람의 평가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은 다르다. 정치인의 실언은 조직의 수준을 현격히 떨어뜨리고, 조직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물론 한 번의 실언은 해명으로 끝날 수 있지만, 반복되는 실언으로 인한 해명은 본질적인 문제를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

다행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24일 의원총회를 통해서 “국민께서 정치에 불신과 불만을 갖고 계시는데 가장 큰 문제는 오만과 교만”이라며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국민을 두려워하고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믿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 기준에 공직자 윤리의식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막말 등을 검증 단계에서부터 확인해서 공천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5월 17일, 광주에서 우연한 기회로 이재명 대표와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지역 청년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해서 만난 자리였고, 제20대 대선 기간 광주에서 ‘기언치선대위’ 활동을 한 20대, 30대 선출직 시의원과 구의원들이 함께했다.

당시 필자는 이 대표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전체적으로 당이 위기관리에 미숙합니다. 국민은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당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민주당 정치인이 실수한 뒤에 그것에 대해 처음으로 나온 메시지가 국민 공감대나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당 차원의 위기관리 대응팀, ‘레드팀’ 같은 역할을 하는 팀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최근 이재명 대표께서는 지도부 내에 ‘레드팀’, 일종의 검증팀이 필요하다면서 그 중요성을 언급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국민의 통합을 저해하고 사회 분열을 일으키는 인사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사과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는 ‘레드팀’이 더불어민주당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처럼 실언하고도 사과하지 않고,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사과해야할 사람을 오히려 옹호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총선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글은 종이에 쓰지만, 말은 허공에 돈다고 한다. 공중에 쓴 말은 종이처럼 찢을 수도 없다. 정치인이 무심코 내뱉은 설화(舌禍)가 국민에게는 재앙이다. 당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면서도 사과하지 않는 인사, 독한 언어를 동조하는 인사. 이런 사람들은 더 이상 더불어민주당에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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