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남도일보 주필)

 

오치남 남도일보 주필

#1통합이전이 정답인 것을 알고 있는데, 자기 지역 무안군을 설득하지 못하는 무능한 김영록 전남지사 반성해야 한다 #2지역 소이기주의에 사로잡힌 김산 무안군수는 사퇴해야 한다 #3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강기정 광주시장의 역할이 잘 보이지 않는다

광주광역시의회 강수훈 의원이 지난 8일 광주시군공항이전본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중 당차게 한 말이다. 강 의원은 군공항 이전 문제가 정치의 실종에서부터 시작됐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발언 가운데 김영록 지사에 대한 언급은 다소 충격적이다. 30대의 젊은 정치인인 그가 아버지뻘인 지사에게 돌직구를 던졌기 때문이다. 광역시의원이 같은 당 소속의 타 광역단체장에게 뼈 아픈 소리를 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김 지사가 누구인가. 고위공직자(행시 21회) 출신으로 재선 국회의원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을 지낸 ‘재선 도백(道伯)’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전국 광역단체장 중 민선 8기 16개월 연속 직무 평가 1위를 달리고 있다. 풍부한 지방 행정과 국정 경험, 정치 관록 등으로 잔뼈가 굵은 민주당 대선배 정치인이다.

강 의원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최근 한 지방신문 칼럼을 통해 자신의 발언 배경을 밝혔다. 그는 칼럼에서 “평가는 갈렸다. 무안의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단체에서는 ‘막말’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고, 전남지역의 한 정치인은 ‘품위’를 지키라고 논평했다. 반면에 ‘진심이 느껴지는 쓴소리’라는 평가도 있었고, 모처럼 들은 ‘사이다 발언’이라고 표현한 특별 사설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선거를 통해서 시민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인이라면,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도 했다. 지지부진한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과 관련, 해당 광역 및 기초단체장의 정치력 부재를 거듭 꼬집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는 극구 부인할지 모르지만 군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선 정치적 결단이 부족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군공항과 민간공항의 무안 동시 통합 이전에 목숨을 걸고 있으나 유력 예비후보지 단체장인 김산 무안군수와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김 군수가 만남 자체를 거부한다는 이유에서다. 광주·전남지역민의 ‘30년 숙원’이자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광역단체장이 기초단체장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 꺼진 무안국제공항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민간공항 통합 이전이 필수적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깔려 있는데도 말이다. 강 시장도 적극 동의하는 입장이다. 강 시장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무안공항을 거점공항으로 키워야 한다는 소신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지사는 2018년 전남도, 광주시(당시 이용섭 시장), 무안군과의 3자 협약을 통해 2021년까지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키로 합의했으나 이를 지켜내지 못했다. 김 지사는 지난 5월 강 시장과 회견에서 “(2018년)무안공항 활성화 협약은 민간공항을 우선 전남에 보내면 군공항 문제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취지였다”며 “그 후로 광주에서 ‘군공항 문제가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민간공항을 보낼 수 없다’고 해서 사실상 그 협약은 파기된 거나 다름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강 시장도 “당시 작성한 합의문은 결국 없어졌다. 그때 교훈을 토대로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김 지사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든데는 선제 대응을 하지 못한 참모진들의 책임도 크다. 행정부지사와 기획조정실장 등 핵심간부들은 골백번 찾아가서라도 무안군수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광주시와 ‘말꼬리잡기’식 입장문 발표, 제안과 역제안을 반복하면서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주민투표 다수 찬성이 절대적인 만큼 군공항 이전의 조종간을 쥐고 있는 입장에서 오히려 광주시에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죽하면 전남도의원들까지 “광주시에 놀아나고 있다”는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도정을 비판했을까.

그렇다고 광주시가 잘한 것은 아니다. ‘성동격서(聲東擊西)’ 운운하면서 ‘군공항은 함평, 민간공항은 무안 이전’ 등을 들먹거려 전남도를 자극했다. 그 누구보다 군공항 이전이 절박한 강 시장이 구체적인 민간공항 이전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김 지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도 너무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15일 ‘기부 대 양여 방식’ 부족 사업비 국가 지원을 골자로 한 광주 군공항 특별법이 공포됐는데도 이전 사업은 공회전만 하는 형국이다.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론 지역의 더 큰 미래를 위해 유권자들로부터 돌멩이나 달걀도 맞아야 한다. 육지는 물론 섬 구석구석까지 도로·다리로 연결하는데 앞장서면서 ‘Mr. SOC’로 불린 허경만 전 전남지사의 ‘거시적 안목’,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를 기꺼이 나주에 내준 박광태 전 광주시장의 ‘통 큰 양보’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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