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남도일보 주필)

 

오치남 남도일보 주필

생즉사 사즉생 (生卽死 死卽生·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뜻). 어찌 전쟁터에서만 인용되겠는가. 제22대 4·10총선을 앞둔 예비후보들의 각오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국민의당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20년 넘게 지켜온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 의원들에겐 더욱 처절하게 새겨진 좌우명이다.

이 전 대표와 비명계는 총선을 70여 일 앞두고 최대 승부수를 던졌다. 이 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와 현역 의원 3명의 비명계 탈당파로 구성된 ‘미래대연합’은 지난 28일 공동 창당에 합의한 뒤 다음 달 4일 ‘개혁미래당’(가칭)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인 이 전 대표는 전날 광주광역시당 창당대회에서 “민주당은 정권 심판도, 3년 뒤 정권교체도 이룰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을 광주에서부터 찾아야겠다고 믿기에 신당을 창당했다”고 강조했다. 정남준 광주시당 위원장은 “정치가 바뀌어야 광주가 산다는 일념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정당원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김종민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위원장도 “이재명 정당으로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 수 없다”며 “윤석열 정권보다 더 도덕적이고 더 민주적인 정당을 꼭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심장부인 광주·전남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개혁미래당의 성공도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혁미래당이 출범하면 이미 합당을 선언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양향자 대표의 한국의희망과 함께 제3지대 4개의 ‘스몰텐트’가 2개의 ‘미들텐트’로 좁혀진다. 여기에다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완성하는 게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거대 양당 구도 폐해를 깨부수는 가장 바람직한 모양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정체성과 기득권 싸움 등으로 ‘빅텐트’를 세우는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총선 판세 속에서 우리나라 현행 소선거구 제도론 양당구도 타파가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 제3지대가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3김(金) 시대’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창당한 자유민주연합(15대 총선 50석)과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끈 국민의당(20대 총선 38석)이 원내교섭단체 의석(20석 이상)을 확보했다. 2개 정당도 내부 갈등과 분열 등으로 생명줄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민주당의 아성(牙城)인 광주·전남도 예외는 아니다. ‘탄핵 선거’로 불리는 17대 때 쓰나미를 몰고 온 열린우리당과 ‘녹색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을 제외하면 민주당 일색이다.

광주·전남은 제22대 총선에서도 지금까지 ‘민주당 독점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30일 오후 4시 기준 광주 8개 선거구에 등록한 예비후보는 총 43명이다. 이 중 민주당 예비후보가 31명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9명으로 광주 선거구 가운데 가장 많은 예비후보가 등록한 동남을은 무려 8명이 민주당 소속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전남 10개 선거구에도 총 55명의 예비후보 중 전체의 75%인 4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여당과 군소정당, 무소속 주자들이 예비후보 등록조차 못 할 정도로 민주당 독점 구도가 견고하다. 이 위원장이 전남서 4선과 서울서 1선 등 5선 국회의원이자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라고 할지라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이 위원장 주도로 개혁미래당이 출범해도 민주당을 향한 민심이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거대 양당 구도를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편단심 민주당’을 외쳤으나 지역 발전과 정치 개혁, 정권 탈환 실패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광주·전남 출신 대권 후보 부재 등으로 인해 민주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 늘고 있다. 민주당 비주류로 전락하면서 ‘호남정치 복원’을 영원히 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지지할 상황은 아니어서 이른바 ‘무당층’이 늘어날 전망이다. 모두가 개혁미래당에겐 호재다. 더군다나 민주당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포함되거나 후보 경선 컷 오프된 의원들이 합류할 경우 개혁미래당은 정의당(의석수 6석)을 뛰어넘어 단박에 3당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개혁미래당이 제3지대 주도권을 쥐고 사즉생의 각오로 지역민심을 파고들면 민주당 텃밭에서 돌풍을 일으켜 전국으로 파급력을 확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정치는 생물이어서 총선 판세를 아직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혁미래당의 성공 원동력이 호남에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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