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원자잿값 상승에 아파트 착공·인허가 급감
미분양 급증해 신규 공급도 차질
광주지역 중견 건설사마저 부도
내년 2분기 기점 침체기 진입 전망
정부, 투자확대·자금시장 불안해소 시급

 

월별 아파트 인허가 면적 추이./ 국토부 제공
월별 아파트 인허가 면적 추이./ 국토부 제공

올해 국내 건설시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 등 여파로 위축국면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건설경기 흐름을 분석한 결과, 내년 2분기 전후를 기점으로 침체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9·26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 한 달간 주택 착공과 분양이 늘었으나 인허가는 여전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공급 선행 지표인 건축 인허가 면적이 줄어든 것은 그만큼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셈이다.

 

◇건설·주택 수주액 급감

국내 건설사들이 급증한 금융비용과 공사비 탓에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산업은행 산하 KDB미래전략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12월 조사월보 ‘2024년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9월까지 누적 건설 수주금액은 114조 5천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약 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주택 건축 수주금액은 39조 9천억원으로 42.3%, 민간 비주택 건축 수주금액은 31조 3천억원으로 42.9% 각각 줄었다. 올해 국내 건설사의 수주금액은 지난해 대비 19.1% 줄어든 175조원으로 예상된다. 이런 건설경기 흐름을 분석한 결과, 내년 2분기 전후를 기점으로 침체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 시도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 /부동산R114 제공
내년 시도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 /부동산R114 제공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도 시장 변수로 꼽힌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3만1858가구로 올해(36만5378가구)보다 3만3520가구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입주물량 감소는 전셋값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1만8천47가구로 전월보다 58.1% 감소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인허가는 27만3천918가구로 전년동기에 비해 36.0% 줄었다.

10월 한 달간 아파트 인허가는 1만4천864가구로 전월보다 62.5% 줄었고, 비(非)아파트는 3천183호가구로 8.1% 감소했다.

1∼10월 누계 착공은 14만1천595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7.2% 줄었다. 1∼10월 누계 준공은 27만960가구로 전년동기에 비해 18.5% 하락했다.

정부의 공급대책 발표 이후 10월 한 달간 착공과 준공이 늘었으나 1∼10월 누계로는 여전히 인허가·착공·준공 ‘트리플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도 올들어 주택 인허가 면적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계속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 중견 건설사인 ㈜해광건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가 나면서 지역경제계에 적잖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내년 건설시장 침체 전망

고금리 상황과 자금시장 불안이 이어진 가운데 2024년 건설 투자가 올해보다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최근 전문건설회관 중회의실서 개최한 ‘2024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박선구 건정연 연구위원은 “내년 국내 건설경기는 부진한 선행 지표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연간 건설 투자가 올해보다 2.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년 주택시장도 불황형 안정세로 가격, 거래, 공급이 동반 약보합세를 보여 수도권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은 L자형 횡보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부문별로는 공공보다 민간에서, 토목보다는 건축에서 투자 감소가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연구위원은 “올해 건설시장은 착공물량의 시차효과에 따라 건축 마감공사가 증가하며 당초 예상과 달리 건설투자의 증가세가 나타났다”면서 “2024년 건설경기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며 금융시장 불안, 생산요소 수급 차질, 공사비 상승 등 부정적 요인이 부각될 경우 침체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금리·고물가 등 거시경제 여건의 안정이 동반돼야 전반적인 건설경기 회복이 가능하다는 게 건정연의 분석이다.

김희수 건정연 원장은 “2024년은 건설과 주택시장 모두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시기이므로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주택경기까지 얼어붙어 건설기업은 리스크 관리를 경영 우선과제로 선정해야 하고, 정부는 투자 확대와 함께 자금시장 불안 해소를 위한 발빠른 대응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용석 기자 yskim@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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