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어버린 뉴 노멀(New normal) 시대, 전 지구적으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날씨가 속출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2023년 연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1도 높은 15도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작년은 우리에게 가장 따뜻한 해이자, 날씨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져다준 해가 되었다. 시원함과 따뜻함이 알맞게 형성되는 아름다움이 빛을 발했던 우리나라의 사계는 점점 사라지는 듯하다.

최근 우리는 전에 없던 날들을 마주하고 있다. 2022년 광주·전남의 기상가뭄은 281.3일로 역대 가장 오래 지속됐으며, 지난해 2월까지 이어진 건조주의보는 4월이 되어서야 막을 내렸다. 또한, 지난해는 열두 달 중 아홉 개 달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특히 3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 주변의 따뜻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여름부터 늦가을 동안 고온 현상이 이어졌다. 광주에서는 벚꽃 개화(광주기준 평년 개화 3월31일)가 일주일이나 앞당겨 개화했고, 장마철(6월 24일~7월 26일)에는 광주·전남의 강수량이 765.5㎜로 역대 가장 많은 비가 내렸으며, 제6호 태풍 ‘카눈’이 관측 이래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한 최초의 태풍으로 기록됐다. 12월에는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과 시베리아지역의 찬 공기의 영향을 번갈아 받아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졌다. 1년 24절기 중 가장 눈이 많이 내린다는‘대설’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낮 기온이 18도를 넘나들며 평년보다 5~10도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한편, 기온이 가장 낮았던 날과 높았던 날의 일 평균기온 차는 19.9도로 역대 가장 컸다.

이상기후는 정상적인 평년의 기후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폭염, 폭우, 홍수, 가뭄 등의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지구온난화에 의해 전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 중에 기온이 올라가 머금을 수 있는 물의 양이 많아지며, 강수량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열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돼 기온 상승, 열대야 등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대기 환경이 점차 변화하고 그 변화가 지속되면 이상기후가 발생하게 되고, 재난, 식량, 에너지, 산업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상청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온 변화, 강수량 변화, 태풍 경로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확산하고자 ‘기후·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작년에 도입돼 올해 10월 시행 예정인 이 법률을 통해, 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관측망 구축 등을 목표로 5년마다 기후변화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한, 기후변화에 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 지원과 과학교육사 양성 등 과학적 지식 보급 및 인식 확산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자 한다. 광주지방기상청에서는 최초로 해양 기상·기후변화를 주제로 하는 국립여수해양기상과학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기상현상, 기후변화를 직접 체험하고 일상 속 탄소중립 인식을 깨우치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리라 기대한다.

올해도 아름다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봄꽃들이 점점 피어나고 있다. 지난 2월 ‘봄의 전령’이라 불리는 매화는 제주도에서 평년보다 32일, 부산에서 12일 일찍 개화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계절이 미래 세대에게 체험형 학습으로 배우는 과거가 아닌 생활 속에서 오감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현재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후변화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할 때이다. 사회의 노력에 개인의 참여가 더해진다면 탄소중립의 시대를 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며, 언제 피어야 할지 헤매던 꽃들도 저마다에 어울리는 시기에 활짝 기지개를 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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