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16. 보성 최학진씨>

16. ‘해금골드키위’ 보성 최학진씨
친환경 재배·ICT 접목한 50년 경력 베테랑 농부
과감한 투자·새품종 도입으로 연 매출 2억 달해
이웃농가 위해 ‘참다래 농사 매뉴얼’ 제작도 매진
 

전남 보성군 최학진씨는 1만3천223㎡(4천명)에서 재배한 ‘해금골드키위’로 연간 2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전남도 제공

“놀아도 키위 밭에서 논다. 평생 농사 외엔 해 본 것이 없다”

전남에서 ‘골드키위’ 친환경 재배에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한 50년 경력의 베테랑 농부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보성군 벌교읍 마동리 노지 1만3천223㎡(4천평)에서 재배한 ‘해금골드키위’로 연간 2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최학진(75)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풍부한 햇볕과 해풍은 물론 비옥한 토양을 가진 보성지역은 골드키위를 키우기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농가들의 높은 기술 수준과 열정 등 사회적 환경도 좋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최씨는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수많은 실패도 했겠지만 결국 전남 농업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최학진씨의 골드키위 농장 모습.

■과감한 투자, 두려워할 것 없다=최 씨는 할아버지가 시키는 농사일을 하느라 고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했다.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집안의 어려운 형편을 잘 알기에 할아버지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벼농사로는 한계가 있었다. 어떤 때는 16명의 식구를 책임져야 했다. 1967년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비탈진 땅을 사서 개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50년 가까이 과수농사를 해왔다. 그는 스스로도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대견해한다. 힘든 고비 넘겨가며 6남매 동생들을 키워내 출가시키기까지 그의 고생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1989년 장남 최영래 씨에게 배 농장을 물려줬다. 그는 “연간 1억 2천만원 정도 수확하던 것이 올해는 1억8천, 내년에는 2억이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2남 2녀 자식들 가운데 자신을 이어받아 농사를 짓겠다고 나선 장남이 대견했는지 칭찬부터 한다. 아들에게 배 농장을 물려주고 자신은 곧바로 키위를 심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시멘트 지주를 세웠다 철거하고 아연 파이프로 바꾸는 등 시설투자도 만만치 않았다.

 

최학진씨가 수확이 끝난 과수원에서 내년 농사에 대비해 잔가지 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 /전남도 제공

■과감한 새품종 도입 새로운 전기=그는 그린키위만 고집하다 3년 전 도입한 ‘해금골드키위’ 덕분에 작년부터 재미를 봤다. 올해 60t을 출하했다는 그는 연간 생산량 100t에 3억5천 정도의 매출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자면 또 다시 투자가 돼야하지만 걱정하는 기색이 없다. 이미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기숙사 시설도 갖췄다. 만만치 않은 준비를 해오고 있는 것이다.

해금골드키위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우리나라 대표적인 참다래 품종이다. 지난 13년간의 연구 끝에 전남도농업기술원이 2007년 개발해 2010년 품종보호등록을 완료했다. 해금골드키위는 당도 13.7도, 과중 100g의 고품질 제품으로 개발됐다. 꽃피는 시기가 빠르고 외국 품종에 비해 기형과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영양가와 당도가 높고 신맛이 적어 재배 초기부터 새로운 고객층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10 아르(a)당 약 800만~900만원을 벌 수 있는 고소득으로 일반 참다래 조수입에 비해 1.5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산 골드키위는 제주도가 현재 전체 생산량 중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조합의 승인을 얻어야 재배가 가능한 한라골드 품종을 제외한 ‘제시골드’와 ‘해금’ 등이 전남이나 경남 등 남해안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최학진씨가 속해 있는 해금골드키위영농조합법인은 지난 2015년 일본으로 키워 20t을 수출했고, 지난해에는 100t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서 70여t을 수출하는 등 해외 판로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과학 영농으로 경쟁력 배가=키위 농사를 지으며 전남 농업마이스터대학 순천대캠퍼스 참다래 과정을 이수했다. 처음엔 배울 게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현장실습과 벤치마킹 등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그는 키위를 키우는 데도 과학기술이 필요한 것을 깨달았다. 미생물 액비를 활용해 참다래의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를 봤다. 이후 광어로 만든 퇴비와 액비를 사용한 친환경 재배도 시도했다. 결과가 좋아 이웃농가에 알려주기도 했다.

테이터를 활용한 선진 농업기술도 도입했다. 그는 “우리농장엔 ICT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다섯 개 구간으로 나눠 구간별로 계측기를 꼽아 수분의 차이 등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제어시스템을 갖추는 등 기술적인 부분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아이디어의 재료료 삼는다는 것이다.

그는 “가지에 달린 잎의 개수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며 “잎이 5~7장이면 제일 맛이 있다고 데이터는 말해준다”고 말했다. 새로운 영농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학진 씨의 농장에는 해마다 200명 넘는 사람이 견학을 온다. 키위농사를 시작하거나 이미 실패한 경우 등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 순천 인근 참다래 농가들과 함께 만든 해금골드키위영농조합법인의 기술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학진씨는 그동안의 데이터를 토대로 ‘참다래 농사 매뉴얼’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