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화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정책실장

 

최근 자동차 업계와 우리 지역의 화두 중 하나로 현대자동차 경형SUV ‘캐스퍼’를 꼽을 수 있다. 한마디로 핫하다. 캐스퍼 사전예약 첫날 홈페이지가 마비될 만큼 소비자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예약 하루 만에 18,940대가 예약됐다고 한다. 이는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역대 가장 많은 첫날 사전예약 대수다. 대통령께서도 청와대 집무실에서 직접 온라인으로 캐스퍼 차량을 예약하셨고, 몇 일전에는 차량을 직접 인도받아 시운전도 하셨다고 한다. 동종 업계 절반 수준의 임금과 고용보장 등 노사 상생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가 순조롭게 안착하고 있는 것 같아 무척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광주형일자리’는 노사정(노동자·사측·정부) 경제 주체들이 협약을 체결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이다. 노동자는 임금을 양보했고, 기업은 지역경제에 단비가 될 공장을 지었다. 기업 입장에선 고비용 구조와 경직된 노사관계를 피해 해외로 가지 않아도 됐고, 지역 인재들에게는 안정된 일자리가 생겼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경우 노사 합의에 따라 평균 초임 연봉이 주 44시간 기준 연 3천500만원 선이다. 동종 업계 절반 수준으로 임금이 낮다. 임금이 낮은 대신 사회적으로 주거·공공어린이집·체육관 등을 지원한다고 한다. 누적 생산 35만대가 될 때까지 현재의 임금·복지 수준을 유지하기로 하고, 당분간은 임금·단체협약 교섭도 없다. 또 노동조합 대신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상생협의회를 만들었다. GGM은 최근까지 505명을 고용했으며, 이 중 93%인 470명이 지역 인재다. 20∼30대 청년 직원 비율은 79%로 총 397명을 차지한다.

노·사·민·정의 사회적 대타협에 기반으로 한 새로운 방식의 일자리 모델로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적으로 지역에 안착된다면 지역경제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의 목소리가 매우 크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은 바로 ‘일자리’이다. 여태껏 광주 전남은 수도권에 비해 산업유치 여건도 열악할뿐더러 청년 인구유출도 적지 않았다.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광주·전남지역 국내 인구 이동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입자 대비 순유출 인구는 광주 6천명, 전남 1만명 등 총 1만6천명으로 집계됐다. 인구이동 주요 요인으로 광주지역 ‘주택(37.9%) > 가족(25.3%) > 직업(18.1%)’ 순으로 파악됐으며, 전남도 ‘주택(30.3%) > 가족(27.2%) > 직업(24.9%) 순으로 나타났다. 광주와 전남 모두 인구이동의 주요 요인으로 ‘직업’, 즉 일자리를 주목하고 있다.

일자리는 단순히 기업의 생산성을 넘어, ‘지역 생존’과 ‘지역 균형발전’ 문제와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임금수준이 동종업계 반값으로 충분치 않으나 이마저도 청년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 기술직 공채에 186명 모집에 1만2천600여 명이 참가해 6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지역형 일자리’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기업을 유인할 수 있도록 불안정한 노사관계 불식시키고, 원가부담 경감이라는 유인책을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준다면 또 다른 지역 맞춤형 일자리가 탄생되고 확산될 것을 믿는다. 현재 광주의 모델이 마중물이 되어 전국 7개의 지역에서 상생형 일자리 모델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의 특색, 시장과 산업규모, 문화 등을 고려한 맞춤형 일자리는 소멸위기의 늪에 빠진 지방을 살려내고, 생기를 불어넣고,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지역으로 오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낮은 임금이라고, 협의의 과정이 지난하다고 포기한다면 지역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지역 발전은 더 지체될 공산이 크다.

GGM 공장으로만 보면, 직접 일자리 1천개, 간접 일자리 1만개가 창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더해 차량양산이 본 궤도에 오르면 자동차 부품업체의 광주 이전과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일자리의 핵심은 ‘더불어 함께 잘 살자’는 것이다.

출발이 좋은 광주형일자리가 ‘광주다운’일자리로 잡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도 필요하다. 날로 심각해져가는 기후위기에 대응, 수소차나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자동차를 생산하는 탄소중립공장으로 조속히 전환을 준비하고, AI 반도체 산업과 연계한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을 광주가 다른 지역 보다 먼저 선점하길 바란다.

캐스퍼라는 이름은 스케이드보드를 뒤집어 착지하는 기술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우리 앞에 있다. 광주를 한판 뒤집어보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광주를 ‘상생’으로 멋지게 착지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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