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규(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임명규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지난 10월 6일, 13회 세계인권도시포럼에서 ‘청년의 다차원적 불평등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청년섹션의 현장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한국 청년과 청년정책을 둘러싼 불평등과 빈곤에 관한 5개의 발제와 발표가 이루어졌다. 저녁 7시가 넘도록 이어진 긴 회의에도 불구하고 많은 참석자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기현주 공동대표의 발표문에 따르면, 한국인의 불평등에 대한 찬성 비율은 64.8%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 2010년 이후부터 소득재분배와 평등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크게 약화하고 있으며,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문제를 정부의 책임보다는 개인의 능력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음은 다른 여러 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과 다른 현실이다.

‘2022년 세계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이 1990년 35%에서 지난해 45%로 증가했고, 하위 50%의 소득점유율은 같은 기간 21%에서 16% 미만으로 감소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상위 10%가 하위 50%보다 14배 더 많은 소득과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불평등이 가장 심한 편에 속한다.

이 때문일까? 서울연구원 변금선 박사의 발표문에 따르면, 계층이동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청년이 2009년 48%에서 2019년에는 26.9%로 10년 만에 크게 줄었다. 이제 청년 4명 중 3명은 한국에서 계층이동의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청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최근 ‘세계가치관조사’에 따르면 “열심히 일하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16%에 불과해 조사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앞서 말했듯, 문제는 불평등에 대한 원인과 해법을 개인의 능력과 역량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청년에게 개인의 능력이란 평범한 근로소득이나 성실한 저축보다는, 안정적인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부모의 배경과 영끌, 빚투라도 할 수 있는 개인의 자본 조달 능력이다.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의 발표문에 따르면, 2021년 청년세대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257조 원으로 전체의 44.5%를 차지했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청년의 가계부채로 이어진 것이다. 영끌이 어려운 청년은 빚투로 몰렸다. 2021년 상반기 청년세대가 주식투자를 위해 대출받은 금액은 38조 원을 넘었고, 2021년 신규 개설된 증권계좌 2천115만개 중 절반 이상인 1천172만개가 청년이 개설한 것이었다. 그 결과는 어떨까?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의 박수민 이사장 발표문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거치며 20대의 부채 증가율은 28.3%로 이는 소득과 비교해볼 때 6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개인워크아웃으로 확정된 20대는 5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해법을 청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할수록 청년 삶의 불안정은 보편적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에서 사회적 불평등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이에 대한 비판은 축소되거나 제거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적 불평등의 결과가 ‘중립화’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렇다. 자연을 비판하지 않듯이, 태양을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없듯이, 불평등이 중립화되면서 정부의 무능과 은행의 무책임, 정책적 실패나 제도의 비합리성 등의 문제는 뒤로 물러난다. 이렇듯 불평등한 구조는 개인의 뒤로 물러나 자연풍경이 된다. 모두가 불평등하므로 비로소 모두가 평등해졌다는 아이러니는 이미 부정하기 어려운 사회적 사실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이 회의를 마치며 기현주 공동대표는 지난 10년 간의 청년 활동이 청년의 삶을 더 낫게 만들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기분. 아마 많은 청년 활동가가 공감하는 기분일 것이다. 한국에서 청년정책을 시작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와 미래에 관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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