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광주전남지회장,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김상철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광주전남지회장,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김상철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광주전남지회장,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며칠 전 지인과 식사 약속이 있어서 동네의 한 식당을 찾았다. 그런데 식당 문에는 ‘영업중지’라는 안내문만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식당을 찾았는데 그 식당 또한 업종을 변경하려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두 곳 모두 동네에서는 제법 규모가 있는 크고 깨끗한 식당이었는데 개업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영업난으로 폐업을 한 듯했다. 우리 지역의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정말로 지역경제가 침체해가는 모습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역경제는 경제 환경에 따라 성장세를 타기도 하고 때로는 침체의 터널을 지나기도 한다. 우리 지역은 호남의 중심지로 아세아 자동차공업이 설립되면서 제조업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자동차 공장이 설립되자 이와 관련한 협력회사들이 창업되기 시작하였고, 공단의 필요성이 대두하여 하남공단이 조성되었다. 여기에 대우캐리어가 입지하고, 삼성의 백색가전이 이전하면서 본격적인 제조업 중심의 하남공단이 활성화되었다. 현재 광주광역시의 혁신전략 산업군은 자동차, 가전, 광융합, 금형, 에너지, 생체의료 등으로 여기에 종사하는 인력은 4만4천명, 생산액은 약 27조원, 그리고 부가가치는 연 8조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우리 지역의 가전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대유위니아그룹의 법정관리 소식은 시민 모두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 그룹과 관련한 협력업체 수가 무려 300여 업체이며, 납품 대금과 관련하여 미지급액이 700여 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지역경제에 예상되는 피해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지표가 보여주는 것처럼 지역의 중심 기업체의 경영부실은 지역산업과 노동시장 전체에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협력업체의 자금난은 물론이거니와 근로자의 퇴사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이 동요하여 지역산업 전체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경쟁에서는 이겼으나 그 경쟁 과정 중에 과도한 비용이나 대가를 치르는 바람에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안타깝게도 우리 지역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지만, 과도한 인수 비용으로 인한 자금난으로 그룹 전체가 휘청거렸다. 무리한 사세 확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모기업의 주력산업마저 부실화시켰고, 협력업체들에 타격을 주면서 지역경제를 급격히 침체시켰다. 그리고 지역경제가 회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고통이 소요되었다. 작금의 대유위니아 그룹 역시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인한 승자의 저주에 이른 것은 아닌지 기업인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아 냉철하게 돌아볼 일이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보면 “작은 여우가 물을 건너면서 거의 다 건너놓고 꼬리를 적신다. 그토록 열망하던 관직을 얻고 나서부터 태만함이 시작되고, 병은 회복되기 시작할 때 방심으로 인해 더욱 깊어진다”라는 구절이 있다. 처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주는 말이다.

올해는 글로벌 시장경제 상황도 참으로 좋지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계속되고 있어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여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하마스 정부와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인해 연말연시가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위기의 지역경제를 슬기롭게 벗어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지원기관들이 합심하여 머리를 맞대어야 할 때이다. 정부에 중소기업 특별지원을 신청하고 지역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서 서민들의 어려운 가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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