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회 전남종가 심포지엄’ 기조발제·주제발표 요약

 

남도일보가 기획·연재하고 있는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이 84회를 맞이하면서 300년 이상 보존한 종가들의 문화유산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제5회 전남종가 심포지엄’은 나날이 확산되고 있는 종가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대해 종가는 어떤 발전 방향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지역사회와 행정당국은 어떤 정책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에 나주시민회관에서 26일 12시에 개최된다. 이에 남도일보는 이날 제시될 기조발제와 주제발표를 미리 발췌 요약해 종가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개선하는 기회의 장으로 삼고자 한다.

◇ 기조발제 = 이웅규 백석대 교수

이웅규

세계로 향하는 신한류=종가(宗家)
종가문화관광의 과제와 발전방안

고택의 외형보다 이어온 철학을 잘 알리는 것이 종가(宗家)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한다. 이를 위해 최근 논의되고 있는 ESG 개념과 MICE를 활용하는 것이 종가정신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방안이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총체적으로 반영한다. 관광·여행 산업에서도 ESG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MICE 산업은 대규모 회의장 등 전문시설을 갖추고 국제회의, 전시회 등 이벤트를 유치하여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는 산업으로 숙박, 교통, 관광, 음식, 무역, 유통 등 관련 여러 산업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종가(宗家)를 지역 MICE 행사의 독특한 장소로 활용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회의 시설인 컨벤션센터, 호텔 등이 아닌 전시복합산업 행사 개최지역의 독특한 정취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종가(宗家)가 과거 지역사회에서 책임을 다해왔던 것처럼, 오늘날 급변하는 사회환경에 맞춰 종가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지지하는 분위기를 도출하기 위한 리뉴얼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친(親)사회적 환경 서비스 도입 및 개발을 통해 지역주민과 외래 관광객들의 인성 함양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참여를 유도하고 나눔과 배려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종가정신 구현’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

◇ 주제발표1 =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

고택 등 종가문화 전승 힘들어
공감이야기·인문가치로 차별화

종가는 특정 혈통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지만, 오랜 기간 축적되어온 문화적 전통은 종가를 넘어 세상이 공유하는 보편적 문화가 되었다. 이를 ‘종가문화’라고 한다. 종가의 대표적 문화는 고택문화 · 음식문화 · 의례문화 · 정신문화라고 할 수 있다. 고택은 종가 외에도 전승되는 경우도 많은 까닭에 고택만으로는 종가문화의 경쟁력을 높이기 힘든 실정이다. 음식문화에서 내림 음식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집에 거주해야만 온전한 기술 전승이 가능한데 근대화로 인해 전승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의례문화 곧 불천위 제례는 규모와 형식(격식)에서 가장 차별화된 종가문화라고 할 수 있지만 제례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경쟁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종가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은 차별화된 독창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종가문화에 깃든 인문적 가치를 발굴하는 일이다. 인문적 가치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도리道理를 깨닫고, 그로부터 자신의 존재가치와 삶의 진정성을 밝혀 나가는 이른바 근원의 이치를 터득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인문’의 중심은 사람에 있고, 또 관계에 있다. 종가는 현조顯祖를 중심으로 전해 내려온 인문적 가치(인문정신)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종가의 문화적 전통에 담겨 있는 배경과 스토리 등을 발굴하여 가치와 감동을 안겨 줄 수 있는 콘텐츠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인물들의 삶과 행적에 깃들어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뜻한다. 감동은 공감을 수반할 때 더욱 가치를 발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 삶의 이야기는 훌륭한 콘텐츠 소재이다. 이때의 ‘이야기’는 무형의 형태로 전해지는 것도 있고, 또 건축물이나 음식 등과 같이 유형의 자산에 인문적 이야기를 접목시킬 수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독창성을 지닌 차별화된 종가문화라고 할 수 있다.

◇ 주제발표2 = 여영숙 호남대 교수

여영숙

종가문화의 지속가능성 모색
관광콘텐츠 활용방안 찾아야

종가문화는 지역의 정체성을 세우고 차별화된 지역 문화를 내세울 수 있는 상징적 역할로서지역의 소중한 자산이자, 지역의 문화적 자존심이다. 사람들은 ‘일상같은 여행’을 하고 ‘여행같은 일상’을 한다. 일상 속에서의 색다른 체험을 추구한다. ‘색다르게 먹기’, ‘색다르게 놀고 시간보내기’, ‘색다른 공간에서 휴식하고’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고 인스타 등에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종가문화는 이러한 여행객들의 욕구를 충분히 자극시켜줄 수 있는 문화콘텐츠다.

종가문화가 직면하는 시대적 과제는 종가문화의 지속성을 이끄는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할 것인가? 건축물의 외관은 남아있겠지만 무형문화의 영역인 제례 및 생활문화는 지금의 종손님들 이후 다음 세대들이 어떻게 계승해 가야할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각 종가의 개인들에게만 맡겨야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관광에서 찾아본다. 종가콘텐츠를 활용한 기획력이 필요하다. 일반인들과 공감할 수 있는 체험 등 문화콘텐츠를 협업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데 공공기관 및 민간단체들이 함께 할 수 있다. 종가와 지역의 숙박, 외식, 교통, 기타 문화콘텐츠들이 함께 어울어져서 하나의 커다란 경제 공동체를 이루게 되고 이를 통하여 각 이해관계자들의 경쟁력은 강화된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으로 종가가 지킨 유산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종가 문화 계승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은 증대되고 비지니스와 결합된 문화브랜드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우리 지역사회와 종가회가 종가문화를 보존하고 알리는데 있어 ‘관광’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활용방안 마련에 힘써야 할 이유다.

◇ 주제발표3 = 김보성 경주대 교수

김보성

종가 내림음식 가치 주목받아
식이요법 등 현대인 건강 적합

오늘날 종가음식이 세인들의 주목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종가에서는 봉제사와 접빈객을 위한 음식의 조리법을 중요하게 여겼고, 상황에 따라 상차림과 먹는 방식을 소중하게 인식하였다. 오늘날 종가음식으로 명명되는 종가의 전통음식은 조상을 섬기는 음식, 손님을 환대하는 음식, 조상의 정신과 취향을 담고 있는 음식, 나눔과 베풂의 음식, 정성과 예법을 중시하는 음식, 지역마다 종가마다 차이 있는 음식, 고춧가루를 쓰지 않는 음식,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음식이라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종가음식은 역사·문화적 의미가 있어 한 갈래의 음식으로 전승할 필요가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종가음식에 대해 그 문화적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가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조선 시대 종가음식은, 첫째, 조선 시대 종가음식은 지역의 여러 가문이 서로 연계하여 구성된 지역 공동체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종손과 종부의 친인척 관계에서 맺어진 음식의 조리법은 지역적 체계 속에서 공유되고 있다. 둘째, 지역적 체계 속에서도 종가마다 예법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가가례(家家禮, 집집마다 다른 제례의 풍경)로 나타난다. 이 ‘가가례’는 종가마다 서로 다른 의례 음식의 종류와 조리법을 만들어냈다. 셋째, 성리학적 ‘식치[食治](식료(食療) 또는 식사요법(食事療法)은 의약품 대신에 자연식품의 섭취를 통해 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실천하는 것임)와 ‘절음식(節飮食, 음식을 과도하게 먹는 것의 방지와 음식 먹는 것의 적당한 한도 유지)’의 관점이 조리 법에 관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게 먹고, 음식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관념이 종가음식에도 적용되었다. 넷째, 종가의 상차림에 올라가는 음식의 식재료는 곡물과 채소는 물론이고 가금류·조류·어류가 망라된 식단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간장·된장·고추장과 같은 장류와 각종 김치류는 종가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소스였다.

이에 종가음식을 건강을 중요시하는 현대인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종가음식 관련 행사와 겸하는 MICE관광과 종가음식 산업에도 지속가능한 ESG 개념을 도입해 외연을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노종부(老宗婦)가 스스로 자신의 조리법을 정리하여 자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종가의 음식문화에 대하여 체계적인 학술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일반인들의 기대는 종가의 인문 정신과 문화적 가치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어떤 인물의 기념할만한 정신이 돋보이는 음식과 개별 종가에서 역사·문화적 의미가 큰 음식을 먼저 전승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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