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성공하면 혁명 아~임니꺼!" 그래 봉(鳳)이다!

다시 봄이다. 오락가락 심술 날씨에도 양지바른 곳에서는 수선화가 고개를 내민다. 조만간 벚꽃과 튤립도 자태를 드러낼 것이다. 자연의 흐름은 올해도 예년과 같은 방법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은 레오나르도 피보나치(이탈리아 수학자)가 발견한 일정한 수(數) ‘피보나치 수열’ (Fibonacci numbers)에 따른 현상을 보이며 우리 곁에 온다.

봄을 맞아 피기 시작한 꽃은 햇볕을 골고루 받아 씨앗이 잘 자라는 ‘황금비율’을 맞추기 위해 이리저리 겹치게 꽃잎을 피운다. 이런 방식으로 핀 꽃잎은 붓꽃은 3장, 벚꽃은 5장, 모란은 8장, 금잔화는 13장, 과꽃은 21장, 데이지는 34장, 쑥부쟁이는 55장의 꽃잎을 배열한다. 이들 꽃잎 개수인 3(붓꽃)과 5(벚꽃)를 더하면 8과 같이 앞에 있는 2개의 꽃잎 수를 더하면 그다음 수가 되는, 말하자면 꽃은 특성에 따라 ‘피보나치 수열’을 적용하며 가장 효율적으로 종족을 번식한다.

피보나치 수(數)는 자연현상이나 수학만의 영역이 아니라 예술, 건축에도 적용된다.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아름다움은 일정한 비율 ‘황금비율’을 갖췄기 때문이다.

황금비율은 짧은 것과 긴 것의 비율이 1대 1.618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신용카드도 가로와 세로 비율이 그렇고 A4용지도 마찬가지다. 이는 사람이 보기에 편안한 수학적 질서로 자연과 사람, 우주 속에서 조화로운 안정감을 주는 이상적인 비율이다.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 빵집의 경우 맛의 황금비율을 찾았기 때문이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건물은 비율이 맞지 않으면 본래의 목적인 굳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는 그래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정치의 황금비율은 뭘까? 평론가들은 이념 정치 구도는 진보, 중도, 보수가 3대 4대 3분할이 황금비율에 가깝다고 한다. 주류와 비주류는 6 대 4다. 이 황금비율이 어그러져 조직이 형성되면 서로 충돌하는 현상이 일어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끝내 궤도에서 이탈하고 만다.

50년 집권을 장담했던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것도 잘못된 인적 비율, 황금비율을 만들지 못한 결과다. 국민의 마음을 담지 못해 일어난 국민과의 감정 괴리(乖離)였다. ‘국민의 공감’을 얻는 황금비율의 궤도에서 이탈하면 결과가 비참하다는 것, 이 또한 박근혜 정부가 알려준 교훈이다.

정치나 국가조직의 황금비율이 중요한 이유는 세력이 균등해야 상생의 정치, 국민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계파 중심인 우리의 처지에서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그리 많지는 않다. 다만 돌아오는 총선에서 쏠림현상이 나오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국민이 일으킨 혁명일까? 아니면 될 대로 되라 식의 방관(傍觀)일까?

부부관계 전문가인 존 가트맨 박사는 “슬라이딩 도어즈 모멘트(Sliding doors moment)”라는 말을 했다. 지하철 문이 닫히려는 순간 지하철을 탈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늘 선택이다. 순간순간 그렇다. 하지만 선택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 좋은 본보기가 선거다. 선택은 사람들 속에 내재된 채 ‘당사자 판단’이라는 수학적 질서에 의해 운행되고 그 속에서 삶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하지만, 순간의 잘못된 선택은 숙맥(菽麥)이 판치는 세상을 만들기에 선거에서의 인물 선택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할 것이다.

4월 중대한 선택을 앞둔 지금, 잠시 일상을 멈추고 우리 속에 숨어있는 의식의 질서 ‘피보나치 수열’을 찾아보는 3월이면 좋겠다. “봄이니까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나니 비로소 봄”이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더 많은 꽃을 맞는 봄, 유권자가 선택한 꽃들이 만발하는 봄으로 ‘금상첨화(錦上添花)의 세상’, 마침내 ‘서울의 봄’을 맞이하는 4월이면 좋겠다.

해바라기 꽃씨는 반시계 방향으로 34줄, 시계 방향으로 55줄이 나선(螺線)모양으로 휘감고 있다. 이는 좁은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씨를 담고자 하는 자연의 순리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순리에 따라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 최대한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얻는 지도자의 리더십 발휘는 민주사회에서 ‘황금비율’을 향한 기본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는 파(派)가 다르면 칼로 무 베듯 잘라낸다. 갈등 유발의 원초다.

진을 빼는 정치 멈춰야 한다. 갈등을 유발하는 정치 그만하라는 국민의 충고를 들어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몰아닥친 악재에 대응하기에도 촉박한 지금, 내 편 챙기기에 급급한 “인적 비율의 파장 때문에 진을 빼는 정치로는 희망이 없다”는 국민의 최후진술과도 같은 하소연에 “응답하라”는 통촉(洞燭)의 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젖은 솜처럼 무거운 마음들, 경제난에 시달리는 시름 소리를 크게 듣지 못하면 ‘황금비율의 삶’은 더 어긋난다. 이제야 하는 이야기지만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황정민 분)처럼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임니꺼?”라는 막가파식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봉(鳳)으로 보는 정치, 본인을 위한 정치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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