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우황을 꺼내는데 굴착기가 필요한가?
그대는 멘토(mentor)가 있는 삶을 사는가! 도움을 주는 사람 말이다. SNS가 스승인 시대에 ‘무슨 뒤떨어진 질문이냐’고 하면 대화는 여기서 끝이다. 다만, 로봇이나 컴퓨터가 존경의 대상은 아니기에 이야기를 잇고자 한다.
그리스신화에서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서면서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를 돌봐 주도록 친구에게 부탁한다. 훗날 이 아이가 훌륭하게 자라게 되는데 이때부터 사람들은 본받을 만한 지도자나 조언자를 ‘멘토’라고 불렀다. 아이를 돌봐 준 이의 이름이 ‘멘토’였다.
사회의 이상적 가치를 실현하거나 그 가치를 대표할 만한 사람이 주로 ‘멘토’가 된다. 이는 거울삼아 본받을 만하다는 ‘귀감(龜鑑)이 되는 사람’과 결을 같이한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훌륭한 본보기가 되는 어른을 ‘멘토’라며 존경하고 따른다.
나쁜 본보기도 있다. 반면교사(反面敎師)다. 본(本)이 되지 않는 남의 말이나 행동이 도리어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이 단어를 처음 쓴 사람은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이다. 1957년 마오쩌둥이 중국 공산당 간부들에게 “반동분자 가운데 중죄인을 빼고는 체포하거나 숙청하지 말고, 그대로 두고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반대파나 죄인도 관용(寬容)을 베풀면 ‘얻을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각설하고 요즘 반면교사나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실천하는 지도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잘난 척 나대는 사람은 많지만, 덕(德)을 지닌 지식인, 본을 보여 ‘멘토’가 될 만한 어른이 드물다. 괜찮다 싶으면 자발없이 자기 배만 두드리고 있으니 그들에게 뭘 바라겠는가!
이전투구(泥田鬪狗)에 함몰된 정치를 보면 ‘멘토’는커녕 한심(寒心)함, 그 자체다. 낮에 부라린 눈을 밤이 되도 감지 못하는, 분(憤)을 삭이지 못한 채 그대로 잠든 형국인데 어찌 본보기가 될 만한 행동이 나오겠는가! 응징과 옹고집만 보인다.
이들의 행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지 난감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시대 귀감이 되어야 할 지도자들의 반복된 나쁜 언사(言辭)가 사라지지 않고 자존감을 건드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대표적 예가 전광훈 목사와 김재원 의원의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발언이다. 염장(鹽醬)을 지르고 있다.
날이 갈수록 이 꾼들의 기(氣)가 거세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그들의 역사관도 그렇고 자기 논리에 빠져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저돌성은 오기의 극치다. 힘을 앞세운 탐욕(貪慾)의 모습 그대로다. 마오쩌둥식 발상에 따라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가슴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니, 소심(小心)함을 탓해야 할까!
자신만 옳고 모두 틀렸다는 식으로 처신하는 것은 ‘긁어 부스럼’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식의 유아독존(唯我獨尊)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면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란 핀잔을 계속해서 들을 수밖에 없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외골수처럼 밀어붙이는 것, 공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뒤돌아서 “너나 잘하세요”식의 핀잔을 한다면 그건 정도(正道)가 아니다. 정당성이 부족한 일을 선동하거나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는 것은 물론이고,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면서 ‘본인이 생각한 것이 곧 답이고, 본인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이는 독재다. 독재는 타도의 대상이지 ‘협상’의 대상은 아니지 않은가!
일본만 해도 그렇다. 그들은 죄책감이 없다. 반성의 기미도 없다. 협상은커녕 상대를 약 올리는 기술은 첨단이다. DNA가 그런 줄 알지만, 그런다고 우리가 나서서 ‘그렇다고 치고’식의 웅얼거림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무슨 병에 걸린 듯하다. 가벼운 병이라도 제때 치료를 못 하면 합병증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형국이다.
세계는 지금 신냉전 병에 걸려있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운 패권 다툼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암울하고 불안하다. 전쟁의 그림자가 서성인다. 이 병든 세상에서 대한민국이 찾아야 할 보물은 뭘까? 우황은 병든 소에서 얻는다. 치솟는 물가, 나르는 미사일, 병들어 가는 강 대 강 세상에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우황은 있는가! 있다면 “응답하라” 잡는 방법이 뭔가!
한쪽이 구부러진 핀셋으로는 우황을 꺼낼 수 없다. 우황을 꺼내겠다고 굴착기를 들이대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빈대가 초가집보다 값지다’는 논리로 접근하는 것, 그것은 바보짓이다. 우황을 잡을 수 있는 소독된 핀셋을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 그게 바로 정치다.
장자는 “평평하지 못한 것을 기준으로 다른 것을 평평하게 고르려면 평평하게 되었다고 여겨도 그것은 평평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역사 인식에서 나오는 국민의 감정을 소홀히 하거나, 겉과 속이 딴판인 나라, 그 나라의 속셈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평평하게 만드는 것, 우황을 잡을 수 있는 핀셋을 보급하는, 그 같은 보편적 서비스는 상황인식 부족에서 오는 ‘덜떨어진 생각’, 그 생각만큼 더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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