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신건호의 서치라이트] “응답하라” 의료 파업 전남 의대유치, ‘오기’는 살인에 미필적 고의다
“이제 마이크를 내려놓으려 한다.” “내가 그만두는 걸 서운해 할 때 그만두려…5년 전부터 생각했다.” 58년 가수의 삶을 내려놓겠다며 나훈아가 ‘라스트 콘서트’에서 한 말이다. 사람들은 왜, 그를 가요계의 제왕 ‘가황’(歌皇)이라고 부를까?
부산에서 태어난 나훈아는 노래로 국민과 애환을 함께했다. 피리 부는 사내를 따라가듯이 노래에 끌려 공연장을 찾은 국민에게 그는 희망의 빛이요 나침반이었다. 팬들이 ‘내가 졌다’고 느낄 정도로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 그게 그의 신념이고 삶이었다.
코로나 시절, KBS의 ‘대한민국 Again’ 쇼는 그가 왜 ‘가황’인지를 답하고 있다. 온 국민이 지쳐 있을 때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소크라테스를 소환해 국민을 위로하는 모습은 ‘가황’의 면모, 그 자체였다.
그는 말했다. “세월에 끌려가면 안 된다. 우리가 세월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하는데… 안 하던 일을 해야 세월이 늦게 간다.” 누구나 세월 앞에 죽음으로 굴복하지만, 청춘은 가슴속에 있다며 절망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놓지 말라고 노래했다. 그는 ‘가황’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1인의 자리에서 국민의 상처를 보듬고 희망을 전달하며 1위의 겸손을 지켰다.
1등 지상주의 사회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다. 물론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1등의 아집(我執)은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데도 1등이 될 가능성이 짙다. 1등이라는 타이틀에 가려진 ‘배려 없는 고집’이 1등 만능주의로 나타나 감사함을 잊는가 하면, 대화와 타협보다는 경쟁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남는 건 유아독존(唯我獨尊)이다. 주고받는 건 불신으로 수능시험 전국 1등이 살인을 하는 사회, 배려가 부족한 괴물이 길러지기도 한다.
의료 총파업…'오기'와 뭐가 다른가!
우리는 1등을 놓치기 싫어하는 검사와 의사 엘리트들의 칼과 칼이 부딪친 양보 없는 현상을 보고 있다.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는 정부나 총파업을 흘리는 의사들의 으름장이 ‘하마스를 제거하려는 이스라엘의 오기(傲氣)’와 뭐가 다른가! 등 터지는 건 새우가 아니라 사람이다.
법과 관행에 어긋나면 누가 뭐래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것이 법치주의고 민주국가의 룰(rule)이다. 다만 국민의 요구가 있고 공익이나 사회 통념상 조정 여지가 있는 재량권에 속하는 사항이라면 별개지만, 원칙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전남 의대유치’만 해도 그렇다. 밥상도 차려지지 않았는데 전남 동부와 서부가 갈라져 숟가락 들고 법석이다. 전남에 의대 설립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추천대학을 ‘공모하겠다’는 전남도나 ‘공모자격이 없다’는 순천의 주장을 보면 불신에 불신을 더하는 형국이다. 따지고 보면 의과대학 유치 신청자격은 지자체가 아니라 대학이다. 권한도 없는 지자체가 나서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은 감정만 키우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대학 추천을 놓고 논란을 키울 일이 아니라 ‘유치 실패지역 발전책’ 마련이 먼저다.
전남 의대유치에 앞서 시급한 일이 있다. 각서다. 노령화와 함께 KTX가 등장하면서 지역 환자가 서울 소재 병원을 찾은 횟수가 늘고 있다. 지자체장(長)은 물론, 지역사회 리더(leader)일수록 더욱 그렇다. 광주에 있는 대학병원 2곳의 환자가 예년에 비해 줄어든 이유다. 전남에 의대를 유치하려면 자신부터 ‘서울 병원으로 가지 않겠다’는 각서부터 쓰라. 그렇지 않으면 순천대나 목포대에 의대가 유치되더라도 빛 좋은 개살구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정부나 의사 모두 지켜야 할 최우선 책무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로 말하면 입만 아프다. 모두 칼을 내려놓아라.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두렵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거나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긴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의료문제…정부·의료계, 국민 양해 얻는데 실패
대한민국의 의료문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국민의 양해(諒解)를 얻는 데 실패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명분으로 삼지만, 오히려 그것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생명이란 오늘은 괜찮고 내일부터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은 더 참을 여력도 없고 지체할 시간이 없다.
환자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묻겠다. 환자 생명이 주마등(走馬燈)이고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지금, 진료 정상화보다 시급한 것이 뭔가? “응답하라” 환자를 방치하면 살인에 미필적 고의(未必的故意)다. 나와 국민이 죽은 뒤 정부의 존재 의미가 있는가. 환자가 죽고 없으면 의사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의사와 정부만이 의료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 국민 역시 피해자이자 이해당사자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영국의 경우 의료분야 시민위원회의 첫 활동은 ‘시민의 뜻에 부합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국민에 건강한 미래’가 절차적 정당성 갈등이 길어지면서 희망보다 실망이 커지고 있다.
의료공백…희망을 주는 리더십 발휘가 먼저
넬슨 만델라는 “사람이 죽는 것은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나훈아의 리더십이 그래서 주목받는다. 본받아야 한다. 어쭙잖은 ‘보스’는 사람에게 겁을 주지만 훌륭한 ‘리더’는 사람에게 희망을 준다. “의료공백” 희망을 주는 리더십 발휘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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