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중국, 러시아, 일본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망했다.” ‘조선 멸망의 원인’을 쓴 청나라 양계초(사상가)의 주장이다. 양반은 무위도식하면서 붕당(朋黨)으로 당파싸움을 하고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긴다. 인재는 출세에 정신이 팔려 쇄국(鎖國)을 고집하다가 개방되자 변신했다.

양반정치의 그늘과 한국 정치의 공통점
양계초는 왜 이런 글을 썼을까? 노론(老論) 소론(少論)하는 끼리끼리 정치가 세력다툼과 부패로 이어져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이른바 조선 멸망의 원인인 관료(양반)의 모순(矛盾)을 알려 후대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114년이 지난 지금, 역사는 진보했는가? 그때로 돌아간 듯하다. ‘인공지능(AI)시대’ 대한민국은 조선의 붕당세력을 보듯 ‘타협정치’를 기대하는 국민의 바람을 솎아내는 데 손색이 없고, 당대표를 ‘아버지’라 부르는 첨가된 아부는 국민을 민망하게 만드는가하면, 김칫국부터 마시는 ‘희망고문’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여야 갈등…협치와 무시(無視) 정치의 한계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만 해도 그렇다. 조선시대 당파싸움 승자를 잇는 계보처럼, 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11자리를 밀어붙였다. 남은 7자리도 여당이 끝내 고집하면 자신들이 갖겠다는 속내도 보였다. ‘다수당의 횡포’라는 비난에도 ‘협치’는커녕,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라도 가라’는 지시를 받은 듯 ‘무시(無視)정치’로 22대 국회를 출발시켰다.
국회 법사위원회 회의는 어떠했는가!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이라 하더라도 군복 차림의 장군을 향해 “10분간 퇴장하고 반성하고 오라”는 위원장의 호통은 아이들이 볼까 두렵다.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라는 정청래 위원장이나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하지 않았느냐”며 맞받은 유상범 의원의 유치함은 초등학생 수준 이하다. “좀 더 겸손해야 한다”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 예의 있게 하는 게 국민이 보기에 더 좋지 않았겠나”라는 친명계 정성호 의원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이유다.
산유국의 꿈…터닝 포인트인가
‘대왕고래’(동해안 석유 가스 프로젝트)는 어떤가! 경제난에 지친 국민에게 주는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인가, ‘뜬금포’인가? 52년 전, 동해에서 석유가 나온다는 ‘박정희 해프닝’이 소환되고 있다. 탐사시추로 매장량이 확인된 뒤에 대통령이 나서도 늦지 않았을 텐데, 기초단계에서 발표하니까 ‘국면 전환용’이라는 쓴소리가 나온 것이다.
동해안 석유가스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의 고문은 “‘2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80%의 실패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며 “입증 방법은 시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 마나 하는 소리다. 대한민국 국민이 이 정도의 코멘트를 듣고자 부른 것은 아니다. 한 번에 1천억 원이 드는 석유시추를 앞두고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처럼 뒤에서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뭘 그렇게 삐딱하게 보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하지만 석유가 나와서 노르웨이처럼 살 수 있는 나라가 된다면 지금의 삐딱함이 산유국의 자부심으로 바뀌지 않겠는가?
‘산유국의 꿈’ 일단 꿔보자. 만약 동해안에 석유가 ‘있는데 있다’고 믿어서 얻는 것을 ‘100’이라고 친다면, ‘있는데 없다’고 믿으면 ‘마이너스’다. ‘없는데 있다’고 믿으면 ‘0’, ‘없는데 없다’고 믿어도 ‘0’으로 일단 ‘있다고 믿어’야 만족도가 ‘0’ 이상될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이런 희망에도 국민의 걱정은 다른 데에 있다. ‘오물풍선’ ‘확성기 설치’ ‘북러 군사동맹’ ‘한미일 합동훈련’ ‘강대강으로 치닫는 대치’가 그것이다. 다음 순서는 무엇인가? 석유고 뭐고 전쟁이면 끝이다. 국가는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적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외교의 기본이라고 한다. 국민의 안전보다 우선한 것은 없다. 한반도의 불안을 키우는 지도력을 따지는 것이 ‘재 묻은 개를 탓’하는 어리석음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은 ‘평화’다.
망하는 척도는 아부, 갈등, 권력욕…자기 '탓'
조선 멸망의 원인이 지금껏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때보다 더 고약해진 심술 때문이다. 강대국의 패권다툼이 그렇고 초등학생이 교감 선생님의 뺨을 때리는 현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군림하는 리더, 눈치 보지 않는 지도자, 독존(獨尊)을 위해 나만 아니면 깔따구 취급하는 심보, 사람이 죽어가도 나의 이익만 챙기면 그만인 방자함이 모여서 이설(異說)을 잉태하고 감언(甘言)을 낳고 감언은 불신(不信)을 만들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못된 아집이 100년 전, 양계초가 지적한 조선 멸망 원인과 다른 것이 뭔가? “응답하라” 맹자는 “나라가 망하는 것은 반드시 그 나라 스스로가 망할 짓을 한 후에 다른 나라가 그 나라를 멸망시킨다”고 했다. 조선이 그러했듯 망조(亡兆)는 낯부끄러운 아부, 내부 갈등, 권력욕이 부른 ‘자기 탓’이라는 이야기다.
지금 한반도는 녹아내리는 얼음 위에 서 있는 형국이다. 나라 안팎을 생각하면 그렇다. 다행인 것은 전쟁만은 안 된다는 점,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는 것은 산유국의 꿈보다 평화라는 사실이다. 이는 지켜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이를 소홀히 하는 지도자의 리더십 발휘는 깨진 항아리에 물 붓기에 바쁠 뿐이고 ‘아이들이 볼까 두려운 정치’는 결국 ‘망’한다는 것이 팩트다.
키워드
#신건호의 서치라이트 #응답하라 #여야 갈등 #협치 #무시 정치 #산유국의 꿈 #동해안 석유 #터닝 포인트 #세력다툼 #타협정치 #망하는 척도 #오물풍선 #자기 탓 #정청래 위원장 #우원식 국회의장 #친명계 정성호 의원 #조선 멸망 원인 #교감 뺨 #한미일 연합훈련 #북러 군사동맹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의료 총파업 전남 의대유치 ‘오기’는 살인에 미필적 고의다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호남인들은 왜? 외지인을 돕는 데만 익숙할까!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뉴진스 디토를 선거에 도입하면 ‘맹구’ 아닌가!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성공하면 혁명 아~임니꺼!" 그래 봉(鳳)이다!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다가오는 총선에서 버려야 할 4가지!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AI는 4월 총선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할까?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베이비부머의 팬덤과 임영웅의 인기!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노관규 시장의 ‘무한도전’ 정원박람회 980만 불렀다!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 "응답하라" 초등생이 선생님 구타…‘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 "응답하라" 이대로 가다간 인간은 멸종한다!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 "응답하라" 제발, 그만 싸워라. 불쾌하다!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자식을 포기하지 않는 환경이 뭔가!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너 따위가 왜 그걸 나에게 물어?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 "응답하라" 5·18정신 헌법…‘그 입 다물라!’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 "응답하라" 우황을 꺼내는데 굴착기가 필요한가?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왜 하는가!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 "응답하라" 설렘의 마중물이 되는 자는 없는가!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2023년의 기도, 그랬으면 좋겠다!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 "응답하라" 박제된 기억을 되살리는 이유가 뭔지!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 "응답하라" 그래서 더 슬프고 괴롭다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 "응답하라" 그렇다면 메뚜기도 새(bird)다!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견뎌내는 삶에 대가가 뭔가!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답을 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어떻게 할 것인지!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각오는 돼 있는가?
- [남도일보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가?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호남인은 왜 기아타이거즈에 열광하는가?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쯔양과 싸이의 절규는 언론에 대한 통첩이다!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아재개그 그만하고 막힌 곳 뚫어라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디져 걍’ 누가 해치악마를 만드는가?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2024 ‘V12’ 기아타이거즈처럼 마무리 하라!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총을 쏴서라도 끌어내’ 그래 내가 적(敵)이다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어쩌다 이런 정신 사나운 나라가 됐는가?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탄핵이혼’ 상자 속 고양이 ‘생사 확인’ 피 말리는 4월!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봉사’ 착각하지 마라! 대통령직은 ‘책무’다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빵과 장미를 보장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이재명 대통령께 보내는 광주의 편린(片鱗)!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속옷 시위는 ‘생떼 투신’ 나라 망신 맞다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쉬었음’ 청년의 답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아니다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손흥민 골이 백 마디 말보다 나은 이유!
-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그대는 왜, 배를 산으로 보내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