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KIA 타이거즈, 팬과 함께 12번째 우승을 향한 뜨거운 질주
예감이 좋다. KIA 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 말이다. 선수들의 작심(作心)에 팬들은 구름관중으로 화답하고 경기가 있는 그 시간만은 광주시민과 타이거즈는 한마음이 된다.

이범호 체제로 판을 짠 KIA 경기는 날이 갈수록 뜨겁다. 40살 불혹에도 올스타전 MVP, 후반기 첫 경기부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최형우와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는 21살 김도영이 신구(新舊)조화를 이루면서 2009년과 2017년 우승을 떠올리게 하는 화력을 뿜어내고 있다.
올 시즌 히어로는 단연 김도영이다. 김도영은 NC와의 홈경기에서 역대 최소 타석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했다. 이종범을 보러 야구장을 찾던 팬들은 "김도영을 보기 위해 야구장에 간다"로 바뀔 정도다. 마운드에는 프로야구 최초 400경기에 선발 등판한 ‘베테랑’ 양현종과 어깨부상 정해영의 자리를 전상현이 버티고 있어 우승 기대를 더 하고 있다.
KIA 우승 가능성에는 ‘10번 타자’로 불리는 ‘팬’들이 있다. 올 전반기 KIA 홈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69만2천744명, 그 중 기아챔피언스필드 2만500석이 꽉 찬 경기는 17경기나 된다. 창단 첫 100만 관중을 돌파한 2017년과 비교해도 놀라운 광경이다. 후반기 홈경기는 표를 구하기도 힘들다.
호남인의 KIA 타이거즈 열광, 지역의 상처를 치유하는 열정
그럼, 호남인들은 왜 타이거즈 야구에 열광할까? 80년 학살과 지역적 천대를 받아 오면서 ‘야구라도 이겨 보자’라는 서로를 관통하는 공통된 분모가 있어서다. 그래서 운동장에 모여 ‘목포의 눈물’을 목 터지게 불렀고 때론 ‘김대중’을 연호하며 맘을 달래었다. 5·18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민심을 돌리기 위해 만든 야구장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50, 60, 70대 광주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 한풀이하듯 타이거즈를 응원하며 분(憤)을 삭인 것이다.
2013년 10월 무등경기장에 관중들의 아쉬움이 도미노처럼 번졌던 기억이 새롭다. KIA에 인수된 해태의 마지막 경기는 왜 그리 서글펐는지…. 선동열은 "무등경기장 흙이라도 병에 담아 40년 추억을 간직하고 싶다"고 했다.

1987년은 특별했다. 6월 항쟁, 김대중 낙선, 해태 타이거즈 우승, 그랬다. 타이거즈 우승은 광주가 받은 선물이었다. 타이거즈가 11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차지했지만, 안방에서 홈팬과 우승의 기쁨을 나눈 것은 87년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홈런왕’ 김봉연, ‘오리궁둥이’ 김성한, ‘타격달인’ 김종모,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바람의 아들’ 이종범…. 이들은 타이거즈 전설로 팬덤의 중심이었고 그 핵심에 광주인의 자존심이 자리했다.
"종범이도 없고"를 유행어로 만든 김응룡 감독은 "투수는 선동열이 가장 잘하고, 타자는 이승엽이 최고지만 야구는 이종범이 제일 잘 한다"고 했다. 이종범의 7번과 선동열의 18번은 영구 결번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팬덤문화도 변화가 왔다. 술 취해 자신의 주먹을 마이크 삼아 야구경기를 코멘트 하던 관중석의 아저씨도 늙었고, 응원도 ‘목포의 눈물’에서 ‘남행열차’로, 그리고 돗자리를 깔고 닭다리를 뜯는 관람석도 생겼다. 등에 업었던 아이가 30살이 넘었을 ‘해태아줌마’가 보이지 않는 것도 변화 중 하나다.
돌이켜 보면, 타이거즈는 불행한 시대를 살아온 광주 사람들의 동반자다. 지금의 장년들은 먹고살기 힘든 삶 속에서도 응어리를 풀기 위해 거리로 나서야 했지만 ‘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물 위로 오르듯’ 때가 되면 찾는 타이거즈 경기장은 숨을 쉬는 공간으로 ‘광주 사람들의 버팀목’이었다. 요즘 청년들도 집단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가 야구장이 아닌가 싶다.
프로야구 중계는 또 다른 위안이었다. kbc My FM의 ‘말로 홈런’이 그것이다. 2012년 개그맨 양원경과 최해식 해설위원이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편파방송, 그 자체였다. "쳤다~아 이범호, 간다! 간다! 간~다~아! 홈~런. 넘어가 뿌렀~써요" "아따, 그랑께 나가 뭐라했소? 힘이 아조 끝내 준당께" 아무 말이나 하는 캐스터와 해설위원, 2013년 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지만, 광주 사람들이 그렇게라도 기아 타이거즈를 만날 수 있어 다행이던 시절이었다.
2017년, 필자가 광주영어방송 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KIA 타이거즈 홈경기중계를 결정한 것도 광주사람들에겐 작은 위로가 아니었나 싶다. 캐나다의 베테랑 스포츠 중계자 제이슨 이에게 캐스터를, 해설은 미국에서 온 네이트와 캐빈, 영어방송 김미경 국장에게 맡겼다. 반응이 좋았다. 일반 프로그램보다 야구중계에 100배 넘은 청취자의 반응이 있었으니 그해 기아 타이거즈 우승은 광주인의 응집력이 아니었나 싶다.
KIA 타이거즈, V12를 향해 변함없는 응원과 새로운 도전
법정 스님은 "더 높이 더 멀리 뛰어봤자 제자리요,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결국 자신은 뭘 해도 자신 ‘지금 자신이 그 전의 자신’이기에 "20대 젊은 시절 야구장의 자신과 40년이 지난 지금 야구장에서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자신이 ‘본디 자기’"라는 이야기다. 다만, 변한 것은 세월이요, 변하기를 바라는 것은 "타이거즈 우승 ‘V11’이 ‘V12’로 바뀌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묻는다. ‘2024년 우승 자신 있는가?’ "우승 트로피 앞에서 ‘남행열차’를 부를 수 있는지"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지" 광주 사람들이 KIA 타이거즈에 묻고 있다. "응답하라" 자신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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