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응답하라" 노관규 시장의 ‘무한도전’ 정원박람회 980만 불렀다!
2023년 10월 31일. 해냈다. 기쁨의 내색조차 사치(奢侈)로 여긴 그들에게서 ‘성공했다’는 자부심이 배어 나왔다.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고 손님을 맞이한 해맑은 미소가 폐막의 아쉬움으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 퍼졌다.
그들은 박람회 개막 190일 만에 목표 관람객 ‘800만 명’을 달성했고 폐막까지 예상을 뒤집은 980만 명, 국민 6명 중 1명꼴의 관람객을 유치했다. 28만의 순천시민이 이룬 성과다. 그 비결은 지도자의 측면사고의 리더십이다.
‘원씽’의 저자 게리 켈러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one thing)에 집중하라”고 했다. 집중한 일이 마무리되면 그것이 도미노처럼 다음 일에 영향을 미쳐 모든 일이 잘 풀리기 때문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이 그랬다. 공직을 떠난 지 10년 만에 돌아와 정원박람회에 올인(all-in)했다.
17년 전 “삶이 여유로워지면 정원을 꿈꾸게 된다”는 인간의 심리를 읽고 공무원에게 정원문화를 벤치마킹하도록 했던 지도자의 혜안(慧眼)이 대통령이 방문하고 서울시장,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장과 200개가 넘은 지자체 공무원이 다녀간 성공도시를 만들었다.
오늘의 순천을 있게 한 모티브(motive)는 갈대와 철새다. 순천만에는 갈대가 있고 겨울이면 나그네처럼 찾아오는 흑두루미가 있다. 순천만 흑두루미는 전 세계 1만5천마리 중 일부로 멸종위기종이다. 순천시는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 전봇대 282개를 뽑아, 그 자리에 친환경 벼를 심었다. 이런 정책으로 흑두루미 수(數)가 3천500마리까지 늘어나면서 겨울 순천만은 철새들의 군무로 장관(壯觀)을 이뤘다. 철새들의 군무는 드넓은 갈대와 어우러져 자연의 멋을 안겨주는 천혜의 선물이 됐다.
여기서 노관규 시장의 측면사고 리더십이 발휘된다. 순천만의 지리적 특성을 살려 도심(都心)과 만(灣) 사이에 ‘에코 벨트’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순천만 습지보존과 동시에 관광객이 찾는 벨트 조성, 그게 바로 정원(庭園)이었다.
정원문화가 생소하던 그 시절, 그들은 곧바로 세계의 유명 정원을 찾았다. 영국의 ‘첼시플라워쇼’에서는 정원이 인간과 교감하면서 산업으로 연결되는 노하우를 익혔고 채석장(採石場)을 활용해 세계적 정원을 만든 캐나다 ‘부차드가든’에서는 미래의 순천을 설계했다. 하지만 노 시장이 총선에 출마하면서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은 후임 시장의 몫이 됐다.
2022년 6월, 그가 시장으로 되돌아왔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을 9개월 남긴 시점이다. 정원, 생태도시를 계획하고 순천의 비전을 제시했던 그가 취임과 동시에 한 일은 박람회 준비였다. 그는 스스로 말한 대로 “패러다임(paradigm) 전환”, “확 바꾸겠다”는 의지로 정원박람회에 몰두했다.
먼저 정원박람회 경험을 가진 최덕림 ‘대한민국 1호 행정의 달인’을 영입해 그에게 총감독을 맡겼다. 조직위 백운석 본부장과 박람회 초석을 놓은 이기정 국장을 비롯해 열정을 지닌 공직자와 손잡고 시너지(synergy)를 내라는 취지였다.
그들은 곧바로 축구장 234개 면적에 화초와 나무를 심었다. 5만 평 규모의 저류지(底流地)에 잔디를 심어 맨발로 산책할 수 있는 흙길을 만들었다. 교통 불편을 감수하고 아스팔트 차도 1.2㎞를 잔디로 덮은 것은 박람회를 성공으로 이끈 측면사고 리더십의 본보기다. 24시간 개방으로 애완견과 함께 하는 ‘그린광장’, ‘그린아일랜드’를 생각해 내는 것을 보면 그렇다.
2023정원박람회 예산은 2천40억 원이다. 이 가운데 국비 8%, 전남도비 16%로 나머지 76%를 순천시가 조달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자체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재난지원금을 집행할 때, 순천시는 하지 않은 점이다. 무소속 시장으로 인기를 위해 포퓰리즘(populism)을 감안(勘案)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시민들을 설득해 그 예산 800억 원을 정원박람회에 투입했다.
“혁신이란 1000가지 생각을 거절하는 것”이라고 말한 스티븐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1997년 복귀하면서 맨 먼저 했던 일은 오래된 물건을 버리는 것이었다. 과거에 묶이지 않기 위해서다. 다음으로 여러 모델의 컴퓨터를 4가지로 통합했다. 직원들의 반발에도 수년간 개발했던 프로젝트를 폐기한 것은 성공을 위한 자신의 도전을 관철하기 위해서였다.
잡스처럼 정원박람회 성공 뒤에는 리더의 ‘무한도전’의 손짓이 있었다. 이 손이 꽃을 심고 안내를 맡았던 봉사자의 손, 수많은 닦달에도 임무를 수행한 공직자의 손, 그리고 교통 불편을 감수했던 순천시민의 손이 합쳐지면서 980만 명의 관람객을 불렀다.
평범한 교사에서 측면사고 리더십 발휘로 억만장자가 된 중국의 마윈은 “너는 무엇을 가지고 무엇을 원하는가”라고 물었다. 또 한해를 갈무리해야 하는 지금! 자신이 가진 리더십은 뭔지, 있다면 무엇을 얻기 위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응답하라”고 말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올해는 ‘정원의 리더십’을 갈무리하는 것도 더하는 삶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지켜보자. 정원박람회 성공을 “애니메이션 클러스터로 연결한다”는 노관규가 있는 순천의 미래(未來)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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