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디져(죽어) 걍(그냥)" 길 가던 17살 여학생을 살해한 범인 가게에 누군가 써 놓은 글귀다. 묻지 마 범죄를 저지른 인간을 응징하길 바라는 징악(懲惡)심리는 뭘까? 흉악범 앞에서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구호인가!
바카라의 노래(Yes Sir, I Can Boogie)가 흐른 가운데 도박단에 위장 잠입하는 영화 베테랑2에서 경찰 서도철(황정민)은 ‘학폭’에 시달리는 아들에 대해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자식 걱정을 하며 살인자 빌런(villain)을 쫓는다. 영화에서 빌런 ‘박선우’는 죄를 짓고 처벌받지 않는 범죄자를 대상으로 그들이 저지른 방식 그대로 살인을 한다.
이 빌런 캐릭터는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스스로 선악(善惡)을 판단해 "수사기관이 하지 못한 일을 한다"는 도취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는데, 여기서 ‘해치’(상상의 동물)는 그냥 ‘해치악마’일 뿐이다.
그렇다면 해치악마는 죽여야 할까, 아니면 살려야 할까? 응징에 응징이 이어지는 보복의 악순환, 이 같은 중심에서 부딪치는 것은 "선과 악의 기준을 인간 본래의 순수한 동기에 둘 것인가! 아니면 결과에 둘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이 문제의 본질은 선악을 떠나 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해치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통념(通念)이다. 따라서 영화에서 해치는 ‘살인하지 말라’는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살인금지’는 그 자체로 옳은 것이기에 지켜져야 할 규칙이다. 이 원칙이 지켜졌다면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서와 같은 5·18 죽음은 없었을 것이고, 순천 30대와 같은 살인마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태원 참사의 죽음, 4천 명이 넘은 죽음을 가져온 이스라엘 주도 중동의 죽음,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북한 군인들의 러시아 전쟁터 행(行)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인간을 향해 어떤 행동을 해서 옳거나 그르게 만드는 것은 그 행동이 가져올 결과의 좋고 나쁨일 뿐이다. 따라서 살인자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억하심정(抑何心情)은 이해되고도 남지만, 그 결과는 또 다른 죽음을 낳는 ‘결국 살인하지 말라’는 원칙에서 벗어난 행위일 뿐이다.
만약, 법을 무시하고 순천 치킨집 가림막 글귀처럼 누군가가 범인을 죽이는 행동을 한다면 살인이 살인을 부르는 악마의 세상이지 대동세상은 되지 못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켜지지 않는 원칙은 원칙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 지금껏 발생한 사건에 팩트다.
그럼 파렴치한 범죄자와 그들을 골라 응징하는 해치 중에 누가 더 악인일까? 이스라엘의 하마스와 헤즈볼라 공격을 보면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테러범을 직접 살인하는 군인과 그것을 부추기는 지도자 사이에 누가 더 나쁜가에 대한 경계는 ‘복수를 옹호하는 쪽’과 ‘살인은 모두 나쁘다’는 쪽으로 갈라지겠지만, 피해자 입장에 서면 ‘보복’ 심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후자의 기준은 허물어지기 쉽다. 여기서 인정하기 싫은 것은 힘을 통해 목적을 이룬 자(者)들의 행위가 ‘역사적 정의가 된다’는 서글픈 현실이다.
인간에게는 각자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이른바 신의 뜻이나 우연이라기보다는 자기 스스로에 결심, 또는 타인 뜻에 따른 행동이 있다. 그 행동의 산물은 선이든 악이든 어떤 형태로든 인간사에 남는다. 이는 곧 악한 것은 악한대로, 선한 것은 선한 대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른다"는 믿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때론 삶을 이어가기 위한 ‘위안(慰安)의 작은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
베테랑2에서 살인 장소인 동굴에서 해치는 ‘자극을 쫓아 날이 선 언어를 쏟아내는 인간의 입’을 연상시킨다. 말하자면 비수의 언어를 쏟아내는 살인자의 입이나 자극에 민감한 경쟁자를 향해 뱉어내는 지도자의 가시 돋친 언어는 신뢰수준 ‘0’으로 "결국 국민으로부터 ‘소귀에 경’ 취급을 받는다"는 점을 암시(暗示)하고 있다.
물고기는 지렁이 속에 숨겨진 바늘에 입이 낚인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을 위해 아무 말이나 하는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는 ‘불행의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그들이 숨기고자 하는 낚싯바늘 감시"에 한 치(値)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여삼추(如三秋) 세월이 ‘못된 언동(言動)을 놓칠 수’도 있겠지만 감시와 견제는 다음 세대를 위한 국민의 몫이다.
시비(是非)와 선악을 판단하여 안다고 하는 ‘상상의 동물’ 해치(해태)는 기아타이거즈 전신인 해태타이거즈의 마스코트였고 조선시대 대사헌 관복의 흉배에 있었다. 대한민국 국회의사당과 대검찰청에도 해태상이 있다. 이는 선과 악에 대한 "올바른 판단, 정의 편에 서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는지 감시하라"는 뜻이다.
‘친절한 금자 씨’영화에서 금자 씨는 선과 악의 경계에 부딪히자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한다. "넌 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하라"고 하면 솔직히 할 말이 많지는 않다. 다만 "너나 잘하세요"라는 비아냥을 듣더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구부러진 의료계, 존엄을 짓이긴 묻지 마 살인, 전쟁을 부르는 적대감, 명태균 파문…. "제발, 잘하세요" 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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