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AI는 4월 총선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할까?

청룡의 해가 밝았다. 올해는 세상의 모든 것이 더 빠르게 생성되고 소멸하는 경험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인간이 만든 AI(인공지능)가 자리한다는 것은 자명(自明)하다. 그럼,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의 사고를 넘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까지 될까! 챗GPT의 진화가 심상치 않은 2024년의 시작이다.

올해는 또 유권자의 힘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시대가 기필코 올 것이라는 확신이 서는 해이기도 하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는 이유다.

2024년 벽두(劈頭)! 그럼,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왔을까? 시를 쓰고 가짜뉴스를 만들고 수술도 하는, 그리고 연애 상담도 AI가 한다. 인공지능의 일반적인 발달은 그렇다 치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응답자로서 AI는 ‘인간으로부터 습득한 창의력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도구(道具)’로 인간지능을 닮아가고 있다.

“지나치게 똑똑해 지구를 정복할 것”이라며 AI를 핵무기에 비유한 제프리 힌튼(인공지능 신경계 연구자)의 말처럼 올해 화두는 인공지능의 ‘연산’(演算) 작용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연산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수많은 경우의 수,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의 변신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관측이다. 가짜뉴스만 해도 그렇다. 진짜와 가짜 구별이 힘들 정도다. 이는 사람이 만든 기계에 의해 ‘지식을 도난당하는 시대’에 와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AI가 지배하는 시대가 되면 인간은 어떤 존재로 남을까!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종(同種)을 괴롭히고 자신들이 만든 무기로 지구라는 생존 터전마저 파괴하면서 다른 생명체(種)까지 위험에 빠뜨린 인간을 AI는 “만물의 영장이므로 존엄의 가치가 있다”고 이해할까? 아니면 “이기적 행동만 일삼는 ‘행성의 파괴자’로 지구 평화를 위해 없어지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까?

2015년 샘 올트먼과 함께 오픈AI 회사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AI를 인류의 가장 큰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2018년 투자한 회사에서 다리 하나를 뺐다. 하지만 2021년에 자신의 테슬라 공장에서 로봇에 의해 사람이 공격당하는 일을 경험해야 했다. 이는 “AI의 개발로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의 경고와 괘(卦)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새겨야 할 ‘새해 화두(話頭)’임이 분명하다.

폴 그레이엄(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대부)은 인공지능 개발자 샘 올트먼에 대해 “식인종이 사는 섬에서도 5년 안에 왕이 될 사람!”이라고 했다. 이는 명석한 두뇌 장착으로 완전한 자기 생각을 가진 알고리즘이 만들어지면 결국 “도구가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깨우쳐야 할 인간이 AI 개발자 샘 올트먼이다.

아무튼 상대를 존중하는 문화가 인간 세상에 정착돼야 인공지능은 윤리의식을 갖게 되고, 그 윤리를 바탕으로 ‘보호 대상 1호가 인간’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을까? 그런다 한들 인간의 현재와 과거, 이미 저지른 만행을 알게 될 인공지능이 인간을 끝까지 보호할지는 미지수지만…

이제부터 인간은 인공지능 시대에 합당한 행동을 해야 한다. 그 첫 번째 실험이 올 4월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다. 과연 AI는 인간들이 어떤 후보를 선택하기를 바랄까? 지역주민에게 모욕감을 주는 ‘험지’ 출마자일까? 좋아하지도 않는 떡볶이를 억지로 먹으며 서민경제를 말하는 후보자일까? 같은 편(便)이라는 이유로 뜬금없이 나타난 낙하산일까? 아니면 남 탓보다는 자기 탓, 독선보다 공존을, 말보다 행동을, 아집보다는 존엄을 중시하는, 그것에 맞게 행동하는 후보자일까? 답은 디테일에 있다!

올해의 화두 중 또 하나는 먹고 사는 일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일자리 4개 중 1개는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27년까지 일자리 8천300만 개가 없어지고 6천900만 개가 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미래학자의 말이 떠오른 화두임이 분명하다.

과학자들은 챗GPT가 해내지 못하는 일은 단지 시간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인공지능이 따라 할 수 없는 사람만의 영역이 존재한다”고 했다. 아직 이 주장이 대세인 듯하다.

인간들이 나누는 정(情)만 해도 그렇다. 자식이 아프면 부모의 마음도 아프다. 순간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감정이 있고, 만나면 이해되는 공감의 감정이 있다. 바로 이게 입력된 데이터가 없으면 능력 발휘가 안 되는 챗GPT와 다른 점이다.

이제 우리는 ‘네이처 10’에 사람이 아닌 ‘챗GPT’라는 도구가 선정된 이유가 뭔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방안은 있는지,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야당 대표를 공격하는 정치환경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4월 총선에서는 어떤 후보를 선택하는 게 맞는지, 스스로 “응답하라”고 말하고 답하는 2024년의 시작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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